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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벌이로써의 글쓰기 - 작가로 먹고살고 싶은 이들을 위한 33가지 조언
록산 게이 외 지음, 만줄라 마틴 엮음, 정미화 옮김 / 북라이프 / 2018년 2월
평점 :
절판

사랑이 현실인 것처럼 작가의 일상도 마찬가지다.
성공 여부와는 별개로 우리 모두는 생계를 유지해야 한다.
첫 글부터 뇌리에 딱~ 작가라는 직업에 그동안 환상이 있었나 보다. 엄연히 직업이고 생계를 유지해야 하는 게 맞는데, 이렇게 당황스러운 걸 보면... 난 작가라고 하면 딱 두 부류로만 상상했다. 햇살이 잘 들어오는 창가에 앉아 노트북을 꺼내 우아하게 갓 내린 커피를 마시며 글을 쓰거나, 춥고 어두운 다락방에 쪼그리고 앉아 글을 쓰는 거라 상상했으니...
본업이 따로 있는 작가는 글쓰기 인생의 모든 단계마다 끊임없이 절충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이를테면 일과 삶, 예술성과 상업성, 집필과 출판 사이에서 말이다. 대중과 사회는 작가가 어떤 소명이나 열정을 위해 예술 행위를 실현한다고 생각하지 일을 한다고는 보지 않는다. 성공한 작가들은 흔히 글 쓰는 일이 좋아서 한다고 말하지만 좋아하는 일로 생계를 유지하는 방법은 이야기하지 않는다.
그렇다. 이것이 이 책의 출발점이다. ( p.7 )
<스크래치>라는 온라인 잡지는 처음에 작가들끼리 일과 돈에 관해 툭 터놓고 이야기하고 싶은 욕구에서 시작됐다고 한다. 글로 밥벌이를 하는 33인이 글 쓰는 비법이 아닌 글과 돈에 관해서 이야기한다. 처음 이 책을 들었을 때는 '이 정도 쓰면 밥벌이는 할 수 있다!' 이런 종류의 자기계발을 상상했는지도 모른다. 한 장 한 장 읽어나가면서 내가 전업작가가 아니라는 사실에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작가가 되고 싶은 마음이 있는 건 아니지만(난 내 능력을 안다) 글을 쓰면서 돈을 벌고 싶은 마음도 사실 있었다. (블로그도 글을 쓰는 공간이니까!) 그런데 나라는 사람은 하고 싶은 건 해도, 시키는 건 끝까지 농땡이를 쳐보고자 노력하는 타입이라 출판사에서 마감으로 연락 오면 부담감에 더 아무것도 못 쓸 거 같다. 책 리뷰 쓰는 것조차 머리 뜯으면서 쓰는데 창작이라면... 상상만 해도 부담스럽다.
마틴 : 기분이 어땠나요? 베스트셀러 작가 된다는 것은 어때요?
스트레이드 :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는 일은 많은 사람들이 짐작하는 것보다 훨씬 복잡한 과정이에요. 일례로 <와일드>가 출간되고 한 달이 지난 2012년 4월이었죠. 저는 책 홍보를 위한 북 투어 중이었어요. 계속 여기저기로 이동하면서 대단히 뛰어난 베스트셀러 작가 취급을 받던 중에 남편한테 문자가 왔어요. "4월 집세용 수표가 부도났어. 왜 그런거야?" 답장을 했죠. "우리 예금계좌에 돈이 하나도 없으니까."
처음에는 웃다가 나중에는 울어버렸어요. 누구에게 푸념을 늘어놓을 수도 없었고, 우리 부부를 믿어주는 사람도 없었어요. 제 책은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가 되었는데 예금계좌에는 돈이 없는 거예요. <와일드>의 첫 인세를 받은 게 2013년 1월이었어요. 그러니까 거의 1년이 지나서야 정말로 인생이 바뀐 거예요. ( p.p. 60~61)
외국 작가들은 글로 밥벌이하는 게 우리나라보다 쉬운 줄 알았다. 영어권의 인구만 해도 엄청나니까. 또 번역서로 출판되는 경우도 어마어마할 테니... 하지만 이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이 역시 허상임을 알 수 있다. 물론 일정 이상 벌어서 자유로운 작가들도 있지만 생계형인 작가들은 더 많기 때문이다. 건강보험의 중요성을 이 책을 읽으며 다시 한번 느꼈다. 우리나라는 건강보험이 잘 되어있구나~라며... 보험이 없으면 치료비가 말도 안 될 정도로 나온다는 얘기는 듣긴 했지만, 보험 혜택을 받기 위해서라도 직장을 구해야 한다는 글에는 옴마야~ 그래서 영국 작가들은 미국 작가들보다 덜 걱정하면서 글을 쓸까? (영국은 NHS, 나라에서 기본적인 건 다 해준다.) 그럼에도 우리나라보단 조금은 나은 것 같다. 누가 주변에서 "나 전업작가할 거야~"라고 하면 일단 말려주고 싶으니까. 글을 쓰는 건 좋으니 절대로 직장 그만두고 그러면 안 된다고 말이다. (책에 나온 작가들도 누누이 강조하는 말이다.) 얼마 전 독서에 관한 기사를 읽었다. 기사에 따르면 성인 40%가 1년간 단 한 권도 안 읽고, 그 이유도 일하느라, 혹은 공부하느라 바빠서 책을 못 읽는다고 한다. 이렇게 책 안 읽는 나라에서 작가로 대박을 꿈꾸는 건 아닌 것 같다. 그래도 꿈을 좇아 글을 써서 방송이나 영화 시나리오를 보내면 모티브를 가져가 썼다며 법정 다툼을 하는 경우도 봤던 것 같다. 이래저래 밥벌이는 힘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