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는 여자들 - Dear 당신, 당신의 동료들
4인용 테이블 지음 / 북바이퍼블리 / 2018년 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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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는 은유다. 일하는 여자들은 안다. 브라를 착용할 때 느끼는 압박감과 브라를 해제할 때 느끼는 해방감을. 물론 해방감이 없는 밤도 숱하다. 브라를 차고 풀 때 겪는 신체적, 정신적 변화는 여성이기에 겪는 고충, 성장과 이어진다. 그 사적이고 공적인 순간을 일하는 모든 이에게 전한다.

나도 회사로 출근을 할 때 아침마다 브라를 찾곤 했다. 어디선가 브라가 유방암을 확률을 높인다는 이야기를 들은 후부터 집에만 오면 가장 먼저 하는 일은 브라를 벗는 것이었다. 근데 왜 여자들은 밖에 나갈 때 브라를 꼭 착용해야 한다고 하는지 잘 모르겠다. 설리가 노브라로 찍은 사진이 인스타에 올라오면 이슈가 되는지도... 남자들은 젖꼭지가 눈에 보이고, 심지어 여름에 가슴 털이 보여도 그런가 보다, 혹은 남성적이네~(내 취향은 아니지만) 하면서 왜 노브라인 여자들에겐 까진 여자, 헤픈 여자라는 꼬리표를 달아주시는지 모르겠다. 아무래도 브라는 안 하는 게 가장 편하다. 하지만 편하고 싶어도 노브라로 나갈 수 없다. 그래서 하루의 시작과 같은 의미로 브라를 찬다. 신발 끈을 묶듯 투지에 불이 타든, 무언의 압박이든...

<일하는 여자들>은 자신의 일에 성공한 남자들이 들려준 이야기에 비해 성공한 여자들의 이야기는 만나보기 힘들었는지 생각하던 사람들이 모여 만든 책이다. 퍼블리에서 디지털 콘텐츠로 먼저 발행되었는데, 북폴리오와 만나 종이책으로도 만나볼 수 있었다. 인터뷰 형식이라 읽기도 편하고, 무엇보다 각자의 이야기를 직접 듣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그녀들이 여성으로 겪은 사회는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다. 같은 기간을 일을 해도 남자들은 신입으로 들어와도 1년만 있으면 대리가 되지만 여자들은 그렇지 않다. 내 첫 직장도 마찬가지였는데, 나보다 늦게 들어온 신입 남자 직원은 바로 주임이 되었다. 하는 일이 다른 것도 아니었는데... 1년 뒤에 그는 대리가 되었고, 나는 여전히 사원이었다. 아우~ 그에겐 가정이 있다는 게 그 이유였는데, 그가 혼전 임신 때문에 가정을 이룬 거랑 회사일이랑 무슨 상관이 있냐고?

윤가은 영화감독의 인터뷰를 읽고 많은 생각을 했다. 여성 감독에게는 여성이라는 프레임을 씌워 작품을 이해하려는 사람들이 많다. 어디선가 읽은 글은데(댓글이었던 거 같다) '여성 감독이 만든 영화는 여자 이야기밖에 못한다.'라며 여성 감독이 만든 영화를 비하했다. 하지만 수많은 남성 감독(남성 감독이라는 단어가 어색하다. 왜 여성 감독이라는 단어는 착착 감기면서 남성 감독이라는 말은 어색할까? 감독은 남자라는 전제를 하고 사용하는 건가?)들이 남자들만 바글거리는 영화를 만들어도 아무도 그걸로 뭐라고 하지 않는다. 오히려 케미가 좋다며 브로맨스 들먹거리지...

읽는 동안 이 책이 좋았던 건 기혼자들이 가정과 일을 다 잡으려고 아등바등 애써 노력하는 이야기가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물론 긴 장대를 들고 외줄 타는 마음으로 일하러 가는 날도 많겠지만, 이 책은 일하는 여자들의 이야기였다. 나는 가정도 완벽하게, 일도 완벽하게 해낸다며 그러지 못한 여자들을 향해 삿대질하는 책이 아니었다. 여성이 쓴 성공기를 읽으면서도 찜찜한 게 바로 그 부분이었으니까... 왜 일하는 여성들에겐 완벽한 가정과 일을 요구하냔 말이다. 그걸 둘 다 해내야만 성공이라고... 남자들이 쓴 성공기엔 그런 이야기는 아직까지 읽어본 적이 없다. 가정이 있던 그들은 사회에서 성공한 이야기만 적었으니까. 일하는 여성들에게 멘토가 될 이야기들이었다.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아야만 성공하는 거라고 강요하지 않는 그녀들의 이야기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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