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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테미스
앤디 위어 지음, 남명성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7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지난달 몽실러들 사이에 핫했던 책 <아르테미스> 덕분에 마크가 죽도록(?) 감자 캐는 이야기인 <마션>까지도 덩달아 유행이었다. 난 <마션>은 예전에 읽어서 패스하고, 알라딘에서 하루 동안 10년 대여로 이북 판매하길래 잽싸게 구입. 밤마다 야금야금 아껴 읽었더랬다.
달에 생긴 최초이자 유일한 도시 아르테미스. 지구인이라면 한 번쯤 가고 싶어 하는 도시에 거주하는 주인공인 재즈 바샤라는 짐꾼(포터)로 일하며 살고 있다. 재즈는 돈이 되는 일이라면 뭐든 하는 게 그녀의 삶의 철학이다. 가끔씩 밀수도 하고 가벼운 범법 행위는 저지르지만 약속은 반드시 지킨다. 사우디아라비아 출신에 굳건한 이슬람교도인 아버지의 바람과는 달리 그녀는 술도 즐기도 자유로운 성생활도 한다. 전남친들이 게이, 아동성애자라는 흑역사도 덕분에 따라붙긴 하지만... 어느 날 달에서 가장 부자인 트론이 엄청난 거금을 걸고 은밀한 제안을 하면서 재즈의 인생은 꼬이기 시작한다. 돈의 유혹 앞에 제안을 받아들인 재즈는 모든 것을 계획하고 산체스 알루미늄사의 수확기를 파괴하려 몰래 잠입하는 건 성공한다. 하지만 모든 일이 계획대로 되지 않는 법. 계획은 실패하고 오히려 쫓기는 신세가 된다. 그녀에게 제안한 트론마저 살해되면서 그녀는 킬러에게 쫓기는데...
<마션>을 엄청 재미있게 읽었었다. 과알못이라 아주 쉽게 재미있게 설명해줘도 하나도 못 알아 들었지만 전혀 문제 되지 않았다. 어쨌거나 달에서 살아남으려고 감자 심고 캐고 먹는 거니까. 앤디 위어의 흥미진진한 이야기에 아무런 방해가 되지 않았다. 이번에는 화성이 아닌 달이 이야기의 배경이다. 그리고 현재가 아닌 70년 후의 미래. <마션>이 첫 작품임에도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기에 아마 부담감도 작용했으리라 생각한다. <아르테미스>는 어린 수학 천재의 좌충우돌 모험기라 할 수 있다. 앤디 위어는 재즈란 인물에 자연스럽게 사우디 아라비아인이 떠올랐다는데 난 표지의 경쾌한 이미지 때문인지 주황 머리에 주근깨가 있는 소녀가 떠올랐다. 아마 영화 <마션> 때 화이트 워싱이 워낙 논란이 되어서 정확하게 인종을 밝힌 게 아닐까 한다. 이번에도 역시 내가 전혀 모르는 이야기는 많다. 수학과 과학에 관심이 많은 사람은 정말 가능할지 증명하며 읽을 수 있어서 더 재미있었을 것 같다. 그러나 나 과알못인 나는 그런가 보다 하며 읽어도 재미없거나 어렵지 않았다. (원래 무식하면 질문 자체도 없는 법이 아닌가) 재즈가 달의 중력을 설명할 때는 궁금해졌다. 지면을 가볍게 통통 튀는 느낌은 어떨지... 관절염이 걱정의 대부분일지도 모르는 70년 후엔 나도 달나라로 여행을 갈 수 있을지... 난 SF 소설을 그다지 즐기는 편이 아니다. 아무래도 상상력이 점점 빈곤해지다 보니 내가 구축할 수 있는 상상의 세계가 한계가 있기 때문일 터. 그럼에도 이 소설은 장르적 한계를 극복하고 넘나 재미있다. 재즈가 어떻게 될지 (물론 해피엔딩임을 알고 있지만) 너무 궁금했기 때문이다. <아르테미스>가 영화화된다고 한다. 주인공은 누가 될지, 중력을 어떻게 표현할지, 많은 부분이 궁금해진다. 빨리 읽고 싶었던, 그러나 재미있는 만큼 아껴읽고 싶었던 아르테미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