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쯤 일본에서 살아본다면
나무 외 지음 / 세나북스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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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한 제목의 책과 만났다. <한 번쯤 일본에서 살아본다면>은 일본에서 살고 있는, 일본에서 살았던 16명의 작가가 쓴 에세이다. 일본이란 나라는 정겹기도 하다가도 아베가 이상한 말 한마디 하면 재수가 없어지기도 하는 나라다. 아마 우리나라 옆이 아니라 동남아 어딘가에 붙어서 우리와 직접적으로 얽힌 과거가 없다면 지금보다 훨씬 매력적으로 느낄 텐데...

일본은 우리나라랑 비슷한 것 같으면서도 참 다른 나라다. 영국에 있을 때 유럽 애들이 가득한 곳에서 일본인 친구들은 친근할 수밖에 없었다. 영국이나 프랑스보다는 외모적으로나, 문화적으로나 더 편하기도 했고... 어느 날 한국인 무리(그래봤자 여자 서너 명)와 일본인 친구랑 영화를 보러 갔다. 우리는 영화를 고르고 있었고 일본인 친구인 다이고는 콜라를 사러 갔다 온다고 했다. 그리고 잠시 후, 다이고는 콜라 한 잔만 손에 들고 있었다. 당연히(?) 우리 꺼도 사 올 줄만 알았던 우리들은 다이고에게 어떻게 딱 하나만 사 올 수 있냐고 잔소리를 해댔지만 다이고는 이해를 못했다. 다이고가 눈치가 없었던 건지, 아니면 일본 사람들이 전반으로 그런 건지 알 수는 없겠으나 그때 일본과 우리나라가 참 많이 다르다는 걸 느꼈다.

<공부하며 일하며 일본에서 산다는 것>, <사랑하며 일본에 산다는 것>, <일본에서 산다는 것>, <변주> 이렇게 네 개의 장으로 이루어져 여러 사람들의 생생한 생활기가 펼쳐진다. 그중에서 난 <사랑하며 일본에 산다는 것>을 가장 재미있게 읽었다. 아무래도 영국에서 함께 있었던 언니가 다이고와 결혼하여 일본에서 살고 있기 때문일 거다. 언니도 글을 썼더라면 어땠을까 생각해본다. 언니의 이야기도 이들 못지않게 독특하다. 다이고(형부라고 불러야 하겠지만, 형부라는 말은 어색하다. 게다가 일본에는 '형부'라는 말이 없다고 했다.)는 요코하마에 있는 절에 주지스님으로 있다. 그래서 언니와 다이고 가족은 일반 가정이 아닌 절에서 살고 있는데(일본에서 불교는 선종이 중심이라 가정을 이룰 수 있다고 한다), 언니가 영상통화로 보여준 절은 아담하면서도 참으로 예뻤다. 언니의 시부모님이 은퇴하시고, 언니가 절 살림을 맡다 보니 한국에 와도 잠깐 들렸다가는 정도라 못 본지 꽤 되는 것 같다. 흥부자라 춤도 잘 추고, 맥주도 좋아하던 언니가 주지스님 내조한다고 생각하면 아직도 상상이 잘 안된다. 게다가 일본에선 어린이집에 보낼 때도 준비하는 게 많다며, 언니가 준비한 것들을 카카오 스토리에 올릴 때마다 놀라곤 한다. 일본에서는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까지는 글자를 가르치지 않기 때문에(이건 진짜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아이가 자기 물건을 알아볼 수 있도록 해바라기, 강아지 그림 등으로 표시를 한다. 언니는 물건마다 해바라기 자수하느라 힘들었다고... 그런 언니를 보며 나도 밤톨군 물건에 표시를 예쁘게 해주고 싶었으나 우리나라에서 그렇게 했다간 유난 떠는 엄마로 보일까 봐 그저 가슴 깊이 묻어두었다.

책에서는 공부를 하기 위해, 사랑하는 사람과 살기 위해, 한국이 답답해져서 등 다양한 이유로 일본에서 사는 사람들이 나온다. 상대적으로 시급이 세기 때문에 일하면서 공부할만하다고 했다. 그리고 다행히도 좋은 사람들과 인연을 맺고 자리를 잡은, 혹은 좋은 추억을 가지고 돌아온 이야기를 전해준다. 외국인이란 편견이 없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이 책의 작가들이 스며들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준 일본으로 보면서 우리나라는 어떤지 생각해보았다. 내 주변에 중국인 지인들이 몇 명 있는데(내가 중국어를 잘 하는 게 아니라, 이들이 나보다 더 한국말을 잘 하는 것임을 알려둔다), 이 책의 저자들과 비슷한 이유로 지금 한국에서 살고 있다. 그들에게 한국은 어떤 나라일까? 한 번쯤 한국에서 살아본다면 어떨까라고 호기심을 가지고 우리나라에 온 사람들은 우리에게 어떤 이야기를 해 줄지 궁금해진다.

하지만 내가 한국에 그대로 있었다 해도 무언가 참고 극복해야 할 문제들은 비슷한 강도로 존재했을 것이다. 어차피 계속해서 새로운 일에 부딪히고 극복하며 살아가는 것이 인생이라면, 그 중간쯤에서 모든 것 다 내려놓고 새롭게 인생이라는 그림을 다시 그리는 것도 꽤 괜찮은 일이다. 오히려 낯선 곳에서 새로운 문제에 부딪히면 조금은 더 용기를 낼 수 있는 것 같다. 평균 수명 80세 시대, 인새의 절반쯤은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낯선 곳에서 지내도 괜찮지 않을까? 때로는 한 번의 용기가 미처 생각지 못한 많은 보물을 얻게 해 준다. p.32

"네가 한국에서 어떤 삶을 살았고, 어떤 사람이었는지는 중요한 게 아니다. 과거에 갇혀 살지 말고, 지금 이 순간 있는 그대로의 너를 인정하고 받아들여라." p.35

그러나 일본은 천 가지 다양한 모습으로 일상을 소중히 사는 사람들이 지금 이 순간을 살아가고 있다. 그리고 오직 ‘당신만을 위한 삶의 방식‘을 만들어 나갈 수 있는 곳이라고 전하고 싶다. p.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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