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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의 특이점이 온다 - 제4차 산업혁명, 경제의 모든 것이 바뀐다
케일럼 체이스 지음, 신동숙 옮김 / 비즈페이퍼 / 2017년 11월
평점 :
절판

먼저 이 책에 대해 이야기하기 전에 요즘 많이 언급되고 있는 '특이점'이란 용어를 정의하는 것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특이점(singularity)은 원래 함숫값이 무한이 되는 변숫값을 의미하는 수학 및 물리학 용어였다. 대표적인 예로 블랙홀의 중심을 들 수 있는데, 특이점에 도달하면 기존의 규칙이 깨지기 때문에 다음을 예측하기가 평소보다 더 어려워진다. 최근에는 이 말은 과학 기술의 발전이 인간사에 미치는 영향을 설명하는 데에도 사용되고 있다. 알파고를 개발한 구글의 기술 부문 이사인 레이먼드 커즈와일의 책 <특이점이 온다>를 통해 더 널리 알려졌다.
언젠가부터 '자동화', '인공지능'이라는 단어들이 불편해졌다. 아마존 물류 창고에 도입된 무인 시스템 이야기를 들었을 때부터 였던 것 같다. 아마존 로보틱스라는 자동화 시스템으로 물류 창고에서 일하던 직원들은 자신들의 미래를 준비할 틈도 없이 실업자가 되었다. 아무도 그렇게 빨리 자동화가 될 것인지 예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자동화는 소리 없이 다가오고 사람들은 기계에, 인공지능에 자신의 일자리를 빼앗긴다. 산업화 때문에 하루아침에 실업자가 된 런던의 공장 근로자들도 이런 심정이었을까? 18세기 말 '기계가 일을 대신해 버린다. 기계가 많아질수록 노동자의 일자리는 사라지고 생존은 위협받고 있다.'라는 한 노동자의 말은 지금 우리가 처한 상황과 별반 다르지 않다.
얼마 전에 초밥집에 갔다. 초밥을 만드는 분들이 생선을 다듬고, 회를 밥 위에 올리고 계셨는데 밥을 만드는 분은 안 보이셨다. (초밥은 여자의 체온보다 남자의 체온에 더 맞는다 해서 초밥은 남자들만 만든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그래서 정말 여자 요리사는 초밥을 못 만드는지 궁금해서 늘 여자 요리사가 있는지 보곤 한다. 안타깝지만 아직까진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눈을 반짝이며 살피는데 구석에서 초밥의 밥만 정량의 무게와 크기로 만드는 기계를 발견했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초밥집까지도 자동화가 행해지고 있었다. 그래서 좋은 재료로 한 접시에 1800원이 가능했던 건가? 내가 오너라도 초밥을 기차게 만드는 사람보다는 불평도 없고, 노조도 안 만들고, 월급도 따박따박 안 가져가는 기계로 대체할 것 같다. 하지만 나는 오너도 아니고 일개 평범한 사람이라 서늘해질 때가 더 많다. 곧 내 자리도 노리겠구나 싶다.
저자가 산업혁명과 정보혁명에서 중요하게 보는 부분은 바로 자동화다. 자동화가 일자리를 없앤 가장 명확한 예로 농업의 기계화를 든다. 일자리 한 개가 사라지면 하나 이상의 일자리가 생겼기 때문에 사회는 전체적으로나 평균적으로나 훨씬 부유해졌다. 농장에서 기계가 인간의 근력을 대체하더라도 인간에게는 그 밖의 기술이나 능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근력 외에 별다른 능력이 없는 말(馬)은 반대의 일을 겪는다. 전성기 때 21만 마리를 기록한 1900년에 비해 1960년에는 3만 마리로 줄어들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지금이 인간의 최고 전성기로 기록되고 결국엔 인간도 말처럼 쇠퇴의 길을 걷게 되는 건 아닐까? 이번에는 다를까?
비록 소득이 정체되었지만 지난 금융위기 이후로 미국 경제에 상당히 많은 일자리가 새로 생겼다. 과학 기술이 노동 시장에 끼치는 영향을 세계화 등 다른 조건이 끼치는 영향과 분리하기는 힘들겠지만 아직까지는 기계 지능이 광범위한 실업을 유발한 조짐은 없어 보인다. 왓슨이 제퍼디에서 퀴즈를 우승하고, 알파고가 이세돌과 커제를 이겼다. 하지만 신발 끈을 묶는다던가, 혼자 택배 상하차를 하지는 못한다. 그러나 인간이 하는 일을 그저 인간보다 잘 할 수 있을 만큼의 능력을 갖추기 시작한다면, 더 저렴한 비용으로 더 빠르게 그 일을 해낼 것이라는 사실이다. 일시적으로 실업이 유예가 될 뿐이라는 결론에 이른다. 아무리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내도 언젠가는 기계로 대체될 것이고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힘없는 소수(그리고 아마 다수의 집단까지도)는 일을 해서 소득을 얻기가 힘들어질 것이다. 아마도 그 과정에서 저소득 직업군이 직업을 잃을 가능성이 가장 크다. 대표적인 예로 맥도날드 셀프계산대가 아닐까 한다. 부정적으로 생각하면 내 밥그릇을 빼앗는 자동화겠지만, 긍정적으로 본다면, 영화 <매트릭스>에서 스미스 요원의 말에 따르면 여태껏 기계가 해야 할 일에 사람을 투입한 것뿐이라는 거다. 우리가 이동할 때 가마꾼의 노동력으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자동차를 타는 것처럼 말이다.
저자는 2021년에서 2041년의 미래를 예측한다. 10년 단위로 미래를 예상하는데 2041년에도 사람들은 여전히 독서를 할 것이라고 한다. 책이 살아남는다는 말이 어찌나 반갑던지... 환갑이 되어도 노안만 문제없다면 난 여전히 책을 읽을 수 있다는 말이 크게 위로가 되었다고 하면 우스우려나? 그런데 저자도 현재를 사는 사람이기에 정확한 예측은 어려울 것 같다. 우리는 현재의 눈으로만 상상을 할 수 있으니까 말이다. 1982년작인 <블레이드 러너>를 보면 2019년의 미래임에도 불구하고, 전화할 때는 버튼을 누른다. 그 시대엔 그 이상을 상상하기가 어려웠을 테니까. 시간은 살아봐야 알 수 있다.
어찌 되었거나 국민 대다수가 경제의 특이점이 도래하여 영구적 실업자가 된다. 그래서 보편적 기본소득이 필요할 것이라고 한다. 보편 소득은 더 이상 보수를 받을 일자리가 없는 상황에서도 사람들이 만족스러운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모든 국민에게 주는 기본 수당이다. '사회주의'로 볼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도입을 저지할지 모른다고 하지만 근면한 대다수가 실업자가 될 경우 금방 수그러들 것이라고 결론을 짓는다. 그럼 우리는 보편 소득을 받을 때 어떻게 살 것인가? 지능형 로봇 안드로이드 딕의 말처럼 '인간 동물원'에서 안전하고 따뜻하게 보호되는 삶을 살까? 아니면 귀족들이 하인들을 두고, 여유로운 삶을 영위했던 것처럼 살게 될까? 그것은 온전히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의 선택일 것이다.
"나는 유토피아를 꿈꾸기보다는 프로토피아를 꿈꾼다. 나는 매년 그 전년보다는 조금 나아지지만 그 차이가 아주 급격하지는 않은 점진적인 발전이 가능하다고 믿는다. 기술 덕분에 아무런 문제도 발생하지 않는 유토피아가 존재하리라고는 믿지 않는다. 모든 신기술은 그 기술이 해결해내는 것 못지않게 많은 문제를 만들어낸다." 그러나 신기술은 결정적으로, "전에 없던 선택지를 제공하고, 좋고 유용한 것들의 총합을 서서히 아주 조금씩 채워나간다." p.337
경제의 특이점 이후에는 사람들이 되도록 내면의 부유함을 추구하게 될 것이므로 가능한 한 많이 배우고 견문을 넓히도록 해야 한다. 모국어와 외국어를 함께 배우면 인간의 정신이 어떻게 작용하는지에 관한 통찰력이 생길 것이다. 과학을 배우면 세계가 작동하는 원리를 깨우치게 될 것이다. 인문학을 배우면 사회가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깊이 있게 꿰뚫어볼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다양한 분야에 걸쳐 견문을 넓히면 장수하면서도 재밌고 즐거운 삶을 영위할 수 있을 것이다. p.3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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