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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기하는 연습 -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마음공부
나토리 호겐 지음, 전경아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17년 10월
평점 :
절판

이제 포기도 연습이 필요한 때가 온 걸까? 포기보다는 지속하는 연습이 더 필요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잠시 했다. 어떤 일에 도전하다가 포기하면 근성이 부족하다, 인내심이 없다며 질책 받는 게 다반사인데 포기를 하라니... 현실을 있는 대로 받아들이는 마음공부로써 포기가 궁금해졌다. 지속보다 포기를 더 잘한다고 생각했던 나인데 나는 진정한 포기가 무엇인지 모르고 있었다. 포기보단 오기 부리는 게 바로 나였다. 혼자서도 잘 할 수 있다고, 이건 나만의 문제라고, 누군가에게 도움을 요청하면 될 것에도 괜한 자존심 때문에 혼자 끙끙 앓곤 했다. 순순히 도움을 받는 것도 지혜인 것을...
일본에서 '포기한다'와 '밝힌다'의 어원은 같다고 한다(일본어로 똑같이 '아키라메루'라고 읽는다고). 사물의 본질을 명확하게 밝히면 포기할 수 있다는 의식이 보다 강하게 작용한다. 예를 들어 나이 먹고 싶지 않다고 아무리 바라더라도 태어난 이상 나이가 드는 것이 명확하므로 노인이 되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포기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참 쓸데없는 일에는 오기를 부리고, 정작 해야 할 것은 쉽게 포기해버리는 게 내가 아닐까 생각을 했다. 아이를 낳기 전의 나와 지금의 나는 분명 다른 사람인데 그때의 외모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다리 대신에 팔을 넣는 게 더 빠를 듯한 청바지를 보며 시름을 한다. 그러면서 더 열심히 해야 할 일에는 '내가 그렇지 뭐, 난 이 정도 밖에 안돼'라며 너무나 쉽게, 그러나 속상하게 포기를 한다. 지금이라도 건강하게 현실을 받아들이고 자학은 그만둬야 한다.
저자인 나토리 호겐은 <신경 쓰지 않는 연습> 등을 쓴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일본의 행동하는 승려, 미쓰조인 주지로 있다고 한다. 보통 이런 책은 읽다 보면 내 마음을 사사건건 트집 잡거나 꼰대처럼 가르치려고 든다는 느낌이 들어서 꺼려 하곤 했는데 따뜻한 말투에 책장이 절로 넘어간다.
얼마 전에서야 <어바웃 타임>이라는 영화를 봤다. 단순한 로맨스 코미디 영화 정도로 생각하고 맘 편하게 봤는데 웬걸 삶의 태도에 관한 영화였다. 주인공은 시간을 되돌릴 수 있는 능력자라 자신이 실수한 시간으로 되돌려 수정하고 수정하며 살 수 있는 사람이었다. 하루에도 몇 번의 선택을 하고, 잘못된 선택을 되돌릴 수 있는 기회가 있는 삶이란 얼마나 멋질까. 그렇다면 수능 만점도 받을 수 있고, 로또 1등도 할 수 있을 텐데... (이래서 나한텐 그런 초능력이 없는 거다) 좋았던 시간을 끊임없이 돌릴 수는 있어도 언젠가는 끝이 오는 법. 주인공은 아버지의 죽음을 대면하며 성장한다. 하루라는 시간을 충실하게 사는 것으로... 나는 내가 선택한 것을 고칠 수도 없으니 인생을 더 온전하게 고심해서 살아야 하는데 휴지를 뽑아 쓰는 것보다 더 나 자신에게 엉망진창으로 살 때가 많은 것 같다. 잘 나고 싶고, 잘 하고 싶은 욕망을 포기하고, 내 모습 그대로를 받아들여 89개의 조언을 밑거름 삼아 살아가도록 해야겠다.
하지만 "하기 시작한 일을 도중에 그만둬서는 안 된다"라는 생각으로 계속하다가 그것 자체가 목표가 되면 단순한 억지 부리기가 되어버린다. 그리고 겨우 그런 억지 부리기를 그만두면 "나는 어쩜 이렇게 한심할까?"라는 자기혐오에 빠진다. 계속해야 한다는 집착이 마음을 어지럽히니 번뇌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따라서 어떤 일도 깨끗이 포기할 때가 있다는 것을 늘 명심하길 바란다. p.p. 162~1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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