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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단어 영어회화의 기적 - 말문 늘리기편 ㅣ 영어회화의 기적
정회일 지음 / 비욘드올(BEYOND ALL) / 2017년 10월
평점 :
품절

고백한다. 실은 이 책은 300 words 어쩌고 하는 리딩 책인 줄만 알았다. 막상 받고 보니 리딩이 아니라 영어 회화 책이다. 이런... 내 착각이 불러온 책이지만 오랜만에 영어로 문장 말하기를 하니 재미있었다. 다른 선생님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중학교 3년 내내 영어 선생님은 수업 시간에 학생에게 교과서를 읽어라고 시키곤 하셨다. 멋지게 읽고 싶은 마음이 커서 하루에 한 시간씩 꼭 영어 테이프를 들으며 연습했던 기억이 났다.
영어는 왜 마스터하나요? 한국어는 하나도 안 틀리고 하시나요? 우리는 영어를 외국어로 익히는 거예요. 의사소통 정도가 목적인 대부분의 분들은 이 정도면 되세요. 그리고 삶에서 소중한 다른 일들을 하세요. 영어가 그걸 돕는 도구가 되면 더 재미있는 일들을 할 수 있을 거예요. p.5
머리말이 너무 맘에 들었다. 왜 우리는 영어를 꼭 마스터해야 한다는 부담감에 시달려야 하는 걸까? 외국계 기업에 들어가도 특정 부서에서 특정 일을 하는 경우가 아니면 영어 쓸 일도 없는데 수많은 시간을 영어를 익히는데 들어간다. 회사 다닐 때 CEO가 외국인이었지만 엘리베이터에서 만나는 일을 제외하고는 영어 쓸 일이 없었다. 또 딱히 할 말도 없었다. (CEO가 외국인이라고 하지만 한국지사에 있는 동안은 자기가 한국어를 배워야지. 내가 왜?) 어찌 되었든 간에 우리는 그래도 영어를 배워야 하고, 영어를 잘 하면 나쁠 건 없다.
이 책은 원서를 바탕으로 말문을 늘리는 연습을 하게 한다. 우선 원서에 나오는 문장을 보고 구조를 파악, 이해, 응용하도록 돕는다. 그동안 한국인들은 영단어와 한국어를 일대일 대응하며 이상한 번역을 해서 공부를 해왔다. 때로 단어 뜻은 다 아는데도 무슨 말인지 전혀 이해가 안 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이런 경우는 구조 파악에 실패한 경우가 대다수다. 구조를 파악하면 무슨 뜻인지 이해하기 쉽고 단어나 형태를 바꿔 응용해서 말하기 연습을 하면 된다.
4 주면 예시로든 원서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익힐 수 있다. 먼저 구조를 파악하기 쉽게 계단식으로 문장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하고, 한국어로 된 문장을 영어로 바꿔서 말할 수 있는 연습을 한다. 그리고 앞에서 말한 내용을 확인한 후 다시 한번 소리 내어 입으로 말하며 연습하도록 구성되어있다.
이 책이 마음에 든 것은 굳이 번역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번역이나 해석에 연연하지 말자. 뉘앙스만 이해하면 되는 거다. 난 예전에 <영어 공부 절대로 하지 마라>라는 책에 꽂혀서 하루에 4~6시간씩 꼬박꼬박 영어 테이프를 들은 적이 있다. 많이 듣다 보니 어느 날 문장이 들리고, 그 문장을 받아쓰고, 또 모르는 단어는 영어사전을 찾아가며 영어 카드를 만들고 읽었다. 그때는 살아남아야 한다는 절실함이 날 부지런하게 만들기도 했지만... 그리고 영어를 좋아하는 마음도 있지만 남동생을 포함해서 다들 영어를 너무 잘해서 자격지심으로 더 열심히 한 이유도 있는 것 같다. 나를 포함해서 사촌 6명 중에 4명이 해외파이니 어쩔 수 없는 것이지만 말이다. 우리끼리 이야기하다가 단어가 막히면 자연스럽게 영어로 이야기하는 그들 사이에서 주눅 들면 안 되니까. 쳇!
저자는 원서 읽기를 통해서 영어뇌 훈련하기를 권하면서 몇 권의 책을 추천한다. 그런데 좋은 책만 추천하려고 한 게 아닐까 싶다. 영국에 있을 때 말은 안 통하고 심심해서 원서로 된 <위대한 유산>을 읽고 있었는데 친구가 말하는 데는 크게 도움이 안 될 거라고 했다. 너무 옛날 영어라 그 책에 나온 말을 따라 하면 아마 다들 웃을 거라고... 맞는 말인 것 같다. 사극으로 한국말을 배운 사람이 일상어도 사극처럼 말하면 얼마나 웃기겠는가. 그냥 자기의 관심분야 도서 중 쉬운 책을 권하고 싶다. (지인 중 한 명은 영어로 된 야설을 읽으며 영어의 즐거움을 배웠다고 한다. ㅋ) 내 경우에는 한글로는 오글거리는 로맨스 소설이나, 평소에도 좋아하는 호러 소설을 읽는다. (추리 소설도 좋긴 하지만 엉성하게 읽다가 범인을 놓치면 자괴감이 밀려온다) 그리고 내가 영어를 즐겼던 방법 중 하나는 영화 음원만 열심히 들어보는 거다. 그것도 한 영화를 꾸준히 몇 달 동안! 스크린영어사에서 나온 책들이 편하긴 하다. 음원과 대본집도 함께 있으니 먼저 열심히 듣고 대본집을 보면서 따라서 연습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4주 동안 따라 연습하면서 기적을 경험해보는 건 어떨까? 이 책만 읽고 바로 영어가 술술 나오는 기적을 기대하긴 어렵겠지만 매일 연습하다 보면 가능한 날은 올 것이다. 4주는 금방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