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이션 - 부의 탄생, 부의 현재, 부의 미래
하노 벡.우르반 바허.마르코 헤으만 지음, 강영옥 옮김 / 다산북스 / 2017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요즘은 진짜 만원 한 장 달랑 들고 나가면 장 볼게 없다. 일년 열두달 콩나물 국만 먹어야 할 지경이다. 어렸을 때 만원은 모든 걸 할 수 있다고 여겨질 만큼 큰 돈이었다. 50원만 있어도 호떡 두 개를 먹고도 10원이 남았으니까...(언제적 사람인게냐?) '0'이 네 개가 붙은 건 똑같은데 가치는 너무나 달라졌다. 어떻게 된 걸까?

역사상 손에 꼽히는 극심한 인플레이션을 겪은 독일의 학자들이 이 책을 저술했다. 극심한 인플레이션에서 경제의 기적을 일군 장본인들의 이야기를 통해 인플레이션에 얽힌 역사와 부로 이어지는 연결고리에 대해 확인할 수 있었다. 최소한 이 책을 세 번 이상 정독해야 한다고 했다. 읽을 때마다 인플레이션과 부의 관계를 새롭게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돈에 관한 흥미진진한 역사부터 어떻게 돈을 관리하느냐까지 볼 수 있는 책이었다. 이 책은 4부로 구성이 되어있다.


1부_돈의 발명, 인플레이션이 시작되다
2부_누가, 왜 인플레이션을 만들고 이용하는가?
3부_무엇이 자본주의의 판도를 움직이는가?
4부_어떻게 인플레이션의 흐름에 올라탈 것인가?


1부에서는 화폐의 발명과 함께 시작된 인플레이션이 좌우해온 부의 흥망사에 대해 이야기한다. 지폐가 훼손되면 다시 찍으면 되지만, 화폐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면 원래의 상태로 돌이킬 수는 없다. 돈은 지불을 이행하겠다는 약속이기 때문이다. 바퀴와 불에 버금가는 인류의 독창적인 발명품이지만 지배 계층들이 한순간의 이익에 눈이 멀어 화폐의 체계와 국민경제를 파괴하곤 했다. 결국 화폐의 가치는 떨어졌다. 인플레이션은 피할 수 없게 되었다. 맨 처음 인류는 값어치가 있는 물건을 화폐로 사용하였는데 그 기준으로는 재료, 희소성, 가용성이었다. 물건이 아니라 돈이 가치를 대변하는 수단이 되면서 인플레이션이 시작되었다. 돈의 가치를 조작하거나 파괴하는 일이 가능해졌다는 것이다.

2부에서는 화폐의 가치를 조작해온 검은 손에 대해 이야기한다. 가치를 조작할 수 있다는 사실을 눈치챈 지배 계급들은 화폐를 조작하고 지폐 발행권을 남발하면서 경제적 혼란을 야기했다. 자신들의 부채를 줄이고 주머니를 줄이기 위해 꾸준히 발행량을 늘리고 이것이 금융 위기를 초래하게 된다. 실수가 반복되면 배울만도 하지만 탐욕은 경험조차 무용지물로 만든다. 재정적자와 부채에 시달리는 국가(지배층)는 채무를 정리면서 추가 자금을 투입하는 덕분에 경제가 활성화되고 그로 인해 생산과 복지가 증대한다. 하지만 경솔한 판단으로 시중에 통화량을 늘리면서 악화의 유통량이 오히려 늘어나게 된다. 부채와 화폐 발생량이 증가하면서 인플레이션이 발생한는 것이다. 정부는 가격을 동결하지만 이미 경제는 붕괴 수준으로 정부는 고통스러운 화계개혁을 단행한다. 그래도 경기 부양 효과는 별로 없다. 인플레이션의 역사는 너무 자주, 많이, 빠르게 반복되어 왔다.

3부는 금융 위기 시대 인플레이션이 결정하는 부의 기회를 이야기한다. 국가는 적당히 빚을 지고 인플레이션을 조장한다. 인플레이션만큼 아무도 모르는 새 부채를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떨어뜨리는 방법은 없다. 각국의 중앙은행은 통화량을 지속적으로 증가시키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으나 실효성이 있을지는 미지수다. 통화량 증가 정책으로 근래의 경제 위기를 해결할 수 있을 지, 가능하다면 어느 정도 도움이 될 지 모른다. 통화량 증가 정책은 불편한 개혁을 막을 수 있으나 또 다른 금융 위기를 초래할 수도 있다. 인플레이션의 피해자는 저소득층이다. 저소득층에겐 인플레이션을 피해갈 기회가 훨씬 더 적기 때문이다.

4부는 인플레이션으로 수익률을 높이는 투자법에 대해 설명한다. 이자는 예로부터(기독교와 유대교, 마르크스주의사와 사회주의자) 윤리적으로 옳지 못하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하지만 이자는 시장 경제에 있어서는 필요악이다. 수십년 전부터 금리는 급격하게 떨어지고 있다. 글로벌 저축과잉, 구조적 장기 침체, 신경제 위기, 부동산 위기, 유로 위기 등 금융 위기도 금리 하락에 일조했다. 근래에 각국 중앙은행의 금융정책은 제로 금리로 판치게 만든 장본인이라고 할 수 있다. 제로 금리 시대에 경제 리스크는 더 심해질 전망이다. 연금은 삐걱거리고 저금리도 생명보험은 몸살을 앓고 있다. 인플레이션의 피해를 당하지 않으려면 자산 가격이 상승하기 전에 유가물(부동산, 주식, 귀중품 등)을 매수하거나 붕괴되기 전에 매도해야 한다. 하지만 유가물은 이미 자산 인플레이션에 빠져있기 때문에 소비재에 투자를 해야하는데 투자 위험이 유가물보다 크다. 혹은 금융 자산 투자하는 것인데 거품이 터지기 전에 금융 자산을 처분하는 것이다. 그 어떤 것도 결코 쉽지 않다. 전략없는 투자는 빈깡통과 다름없다. 포트폴리오 구성은 투자 성공의 90퍼센트 이상을 좌우하는 성공의 열쇠라고 한다. 솔직히 이 부분은 조금 어렵다. 쉬웠다면 누구나 부자가 되었겠지...

온건한 인플레이션은 슬금슬금 다가오기 때문에 체감조차 하기 어렵다. 연간 2퍼센트만 상승해도 당장 우리의 지갑에는 돌풍이 돌고, 연간 4퍼센트씩 상승한다면 노후를 준비하는 것조차 힘들어진다. 그 동안은 내가 아끼면 잘 살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꾸준히 아끼고 노력하며 산다면 어쩌면 지금보다 나은 삶을 살지도 모른다. 그런데 내가 한 가지 간과한 것이 있다. 금융시장과 경제 정책이 돌아가는 사정에 무관심했다는 것이다. 지난 인플레이션이 초래한 경제의 역사를 보면 지배 계층이 아닌 평범한 사람들이 안이하게 대응하고 있다가 빈털털이가 되고 말았다. 투명한 미래는 없다. 이 책은 나같은 사람들에게 뜨끔한 책이 되지 않을까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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