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오스 멍키 - 혼돈의 시대, 어떻게 기회를 낚아챌 것인가
안토니오 가르시아 마르티네즈 지음, 문수민 옮김 / 비즈페이퍼 / 2017년 10월
평점 :
절판


 

카오스 멍키. 서버가 늘어선 데이터센터에서 원숭이가 케이블을 뽑고 서버를 부숴 난장판을 만들듯이 예상치 못한 타이밍에 모든 서버들이 초토화되듯이 일부러 프로세스와 서버를 다운시킴으로써 그러한 공격에서 성능 저하 없이 살아남을 수 있도록 실험하는 내부 결함 테스팅 룰’이라고 한다. 처음 제목을 듣고 이게 무슨 말인가 했는데 설명을 듣고 나니 한 번에 이해되는 단어였다. 그렇다면 책은 왜 이 제목을 선택했을까? 시대는 갈수록 복잡해져가고 사람들은 갈수록 빨리 흥미가 식는다. 새로운 것은 도처에 널려있으니 마음에 들지 않아도 의리를 지키면서 사용할 필요도 없다.

한때 프리챌(들어는 봤나? 프리챌?)이 인터넷 세상을 평정할 것만 같은 때가 있었다. 프리챌이 유료화를 선언하자 사람들은 싸이월드로 넘어가고, 싸이월드는 스마트폰 세상에 적응을 하지 못하고 카카오스토리에 자리를 내어주었다. 카카오스토리는 엄청나게 인기가 있다가 공유 시스템 도입 후 서서히 몰락하고 있는 중이다.(지금도 열심히 하는 사람들도 있으나 예전만 한 명성은 못 찾고 있다.) 트위터나 페이스북도 여전히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인스타그램이 가장 대세인 듯하다(페이스북이 10억 달러 주고 인수했다. 나도 요런 거 만들어서 팔아보고 싶네). 그런데 이런 것들은 어떻게 만들어지는 걸까? 좋은 아이디어만 있다면 가능한 걸까?

이 책의 저자인 안토니오 가르시아 마르티네즈는 닷컴 버블이 붕괴되던 2001년에 버클리대학에서 물리학 박사 학위를 받은 후, 골드먼 삭스에서 고도의 수학과 통계를 이용해 투자 법칙을 찾아내는 퀀트 전략가로 일하다가 글로벌 금융위기 때 빠져나와 혁신과 스타트업의 열기로 뜨거운 실리콘 밸리로 자리를 옮긴다. 수학을 이용한 광고 최적화 프로그램 개발사인 애드케미 연구원으로 지내다가 애드그로크라는 스타트업 회사를 창업하고 트위터에 회사를 매각하고 본인은 페이스북에 입사한다. 신생 광고팀에 합류하지만 수익화 전략의 미래를 놓고 벌인 내부 제품 전쟁으로 페이스북에서 밀려난다. 지금은 트위터 고문으로 활동 중이다. 저자의 이력을 들으면서 삼국지가 생각났다. 오늘의 친구가 내일의 적이 될 수 있는, 이해관계에 따라 입장이 바뀌는 전쟁인 IT 업계는 삼국지와 다를 바가 없다. 전장들이 대의를 위해 싸웠다면 지금의 IT는 수익을 위해 손에 칼 대신 키보드와 자본을 들고 싸운다.

이 책은 저자의 에세이, 스타트업 창업을 위한 안내서, IT 기업에 관한 길잡이, 페이스북과 트위터 같은 거대 IT 기업의 이야기로 다양하게 즐길 수 있다. 물론 나처럼 관련 지식이 아무것도 없는 사람에게는 중간에 책장을 덮고 쉬고 싶기도 하다. 책을 읽다가 자꾸만 모르는 용어나 이야기로 속도가 느려지기는 하지만 중간중간에 흔히 말하는 화장실 유머가 곳곳에 있어서 낄낄거리며 웃을 수도 있었다. 갑자기 이 책을 쓴 저자의 의도가 궁금해졌다. 단순히 자신을 쫓아낸 페이스북을 고발하는 것일까? 아니면 자신에게 잘 해라고 언제든지 고발할 수 있으니 트위터를 협박하는 것일까? 아무튼 보통 사람은 아님은 분명하다.

만약에 우리나라에서 카카오를 고발하는 책을 쓰면 어떻게 될까? 갑자기 궁금해진다.

많은 명언을 남긴 실리콘밸리의 벤처캐피털리스트 마크 앤드리슨의 말을 빌려 표현하자면. 미래에는 두 부류의 일자리가 존재할 것이다. 컴퓨터에게 일을 시키는 사람과, 컴퓨터가 시키는 일을 하는 사람이다. p.44

투자자는 시간보다 돈이 더 많은 사람이다.
직원은 돈보다 시간이 더 많은 사람이다.
사업가는 단순히 말해 매력적인 중개인에 불과하다.
스타트업이란 남의 돈으로 해보는 사업실험이다.
마케팅은 섹스와 같다. 못난이들이나 돈을 내고 하는 것이다.
기업문화란 굳이 말로 하지 않아도 통하는 것이다.
진정한 규칙은 없다. 법이 있을 뿐이다.
성공하면 모든 죄가 용서된다.
내게 기밀을 누설하는 사람은 내 비밀도 발설할 것이다.
성과주의란 어두운 뒷모습을 가리기 위한 화려한 단어에 불과하다.
탐욕과 허영은 부르주아 사회의 두 엔진이다.
관리자는 대부분 무능하며 타성과 정치를 통해서만 밥줄을 유지한다.
소송은 사실 기업 사이의 갈등관계를 그럴싸한 말로 풀어놓은 값비싼 견제행동이다.
자본주의는 투자자, 직원, 사업가, 소비자 등 모든 당사자가 공모하고 꾸미는 도덕을 초월한 익살극이다. p.p. 108~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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