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 수업 - 화를 안고 살아가는 당신에게
아룬 간디 지음, 이경식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17년 8월
평점 :
절판


 

자다가 깼다. 밤톨군을 낳은 이후로 깊은 잠을 잔 날이 거의 없다. 그날도 마찬가지였다. 떨어져자면 언제 와서 딱 붙어자다가 또 불편하면 발길질을 해대기 시작한다. 눈앞이 번쩍했다. 밤톨군의 정확한 발길질에 눈을 제대로 맞은 거다. 분노가 끓어올랐다. 자는 애를 사정없이 때려주고 싶을 정도로 화가 치밀어 올랐다. 너무 화가 나서 잠마저 달아났다. 작은방으로 가서 화를 삭이기로 했다. 책상에 읽다가 덮어둔 책이 보였다. <분노수업>이었다.

간디는 위대한 성인으로 불리지만 초등학교 때 읽은 위인전을 마지막으로 그에 관한 책을 읽은 적이 없었다. 하얀 거적대기 같은 걸 몸에 두르고 물레를 돌리는 이미지와 비폭력 저항운동을 주도했다는 것 외에 그에 대해 하는 것은 거의 없다고 해도 무방했다. 게임 '문명'에서 "순순히 금을 넘기면 유혈사태를 일어나지 않을 겁니다."라는 유명한 대사로 이제 간디는 위대한 성인이 아닌 패왕 간디라는 별명이 더 친근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물론 게임은 게임일 뿐.  <분노수업>은 간디의 다섯 번째 손자이자 인도계 미국인 사회운동가인 아룬 간디가 마하트마 간디(아룬 간디에겐 자상한 할아버지, 바푸지)와의 추억을 통한 그의 가르침에 대해 쓴 글이다.

첫 번째 교훈_분노를 선한 목적에 사용하라
두 번째 교훈_소리 높여 말하기를 두려워하지 마라
세 번째 교훈_오롯이 자신에게 집중하는 시간을 가져라
네 번째 교훈_자신의 가치를 온당하게 평가하라
다섯 번째 교훈_거짓말은 자신을 속이는 것이다
여섯 번째 교훈_낭비는 폭력이다
일곱 번째 교훈_아이들을 비폭력의 방식으로 키워라
여덟 번째 교훈_겸손이 가장 큰 힘이다
아홉 번째 교훈_사랑으로 세상을 움직여라
열 번째 교훈_변화를 원하면 스스로 변화가 되어라
열한 번째 교훈_오늘이 어제보다 낫도록 하라

좋은 말은 누구나 하기 쉽다. 그러나 좋은 말을 행동으로 옮기는 것은 너무나 어렵다. 특히 자신이 한 말은 말이다. 아이가 단 것을 너무 좋아해서 걱정인 엄마가 간디에게 찾아간 일화가 있다. 간디는 2주일 뒤에 다시 오라고 하자 아이의 엄마는 기분 나빠하면서도 2주 뒤에 아이와 함께 다시 찾아왔다. 간디는 아이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두 사람은 하이파이브를 했다. 그 뒤로 단 음식을 피하고 건강한 음식을 찾는 것을 보고 신기한 엄마가 비법을 물어왔다. 아마도 기적을 행한 것이 틀림없다고 생각하면서... "아닐에게 단 음식을 먹지 말라고 하기 전에 나 자신이 먼저 단 음식을 끊을 필요가 있었을 뿐입니다. 그래서 두 주 뒤에 다시 오시라고 했던 것입니다. (중략) 내가 두 주 동안 단 음식을 끊어봤는데 너도 한번 해보지 않겠느냐고." 간디는 진지하게 요청을 받아들였고 아이에게 쉽게 말하는 대신 본인이 먼저 실천을 했다. 이 일화를 읽고 반성을 했다. 밤톨군은 뱃속에서부터 나를 닮은 구석이 하나도 없었다. 생물 시간에 배운 것과는 달랐다. 꺽정씨를 하나 낳았을 뿐이었다. 매일매일 아이의 구석구석을 찾아봐도 내 유전자의 흔적을 찾기 어려웠다. 아이가 크면서 아이에게서 발견한 나의 모습은 나의 못난 점들이었다. 나는 내 못난 점을 고치지 않고 날 닮아가는 아이에게 못마땅해했다. 왜 사람들이 간디를 존경하는지 알게 됐다.

아룬 간디는 바푸지가 이룬 큰일들뿐만 아니라 할아버지가 손자에게 해줄 만한 작은 일화들을 소개해주었다. 위대한 성인이 내 할아버지처럼 친근하게 느껴졌다. 그렇게 그의 가르침을 듣다가 아룬 간디가 그의 할아버지와 함께 한 2년은 훌쩍 지나가고 말았다. 인도 내 유혈사태가 점점 더 악화되자 아룬 간디는 할아버지와 떨어져 고향인 남아프리카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마하트마 간디는 우익 힌두교도에 의해 암살당한다. 간디의 암살 소식에 2년간 함께 정이 든 나도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위대하지만 결코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지 않고 낮은 자리에 함께 있던 마하트마 간디가 내게도 바푸지가 되어주었다.

바푸지가 해준 이야기다. 엄청나게 집을 지저분하게 쓰는 사람이 있었다. 설거지해야할 그릇이 천장에 닿을 정도로 놔두던 게으른 사람인데 집에 손님만 초대하지 않으면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었다. 어느 날 그는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고, 그 사람에게 어여쁜 장미꽃 한 송이를 선물 받는다. 그 장미꽃은 사랑의 선물이었다. 산더미 같던 그릇 사이에서 꽃병을 찾고 깨끗하게 씻고 물을 담아 장미꽃을 꽂았다. 이번에는 장미꽃을 둘 장소가 필요했다. 그래서 거실 탁자를 치우고, 거실을 치우고, 바닥도 닦았다. 결국 집 전체가 깨끗해졌다. 사랑하는 여인이 준 장미꽃 한 송이가 그 사람의 생활 전체를 바꾼 것이다. 우리는 모두 장미꽃이다.

 

분노를 선한 목적에 사용하십시오.
사람에게 분노는 자동차에게 기름과 같은 것입니다.
사람은 분노를 연료로 삼아서 앞으로 나아가고 또 더 나은 인간이 됩니다.
분노가 없다면 사람들은 어떤 일에 도전하고 싶은 의지도 생기지 않을 것입니다.
분노는 무엇이 정당하고 무엇이 정당하지 않은지 정의를 내리도록 우리의 등을 떠미는 연료입니다.
p.27

어떻게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굴욕을 줄 때 비로소 자신의 명예가 높아진다고 느낄 수가 있는지가 내게는 늘 수수께끼였습니다. p.62

부모들은 대게 자기 아이를 바쁘게 움직이도록 만드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방과 후 시간을 축구와 테니스 연습이나 발레 학원 강습, 피아노와 바이올린 교습 들로 채운다. 아이들은 한 가지 활동에서 다른 활동으로 바쁘게 옮겨 다니지만 정작 혼자만의 시간을 누리며 생각을 하고 또 놀면서 자기가 어떤 사람인지 깨달을 여유가 없다.
이렇게 풍요로운 활동이 아이들에게 좋을 수 있겠지만, 이따금씩은 아이들에게 고독이라는 선물을 주는 것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부모라면 알아야 한다. p.p.83~84

"지금 나의 존재를 바라보면 내가 축복받았다는 느낌이 든다. 너도 그러면 좋겠구나." p.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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