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공부지능 - 3세부터 13세 부모가 꼭 알아야 할 공부 잘하는 머리의 비밀
민성원 지음 / 다산지식하우스(다산북스)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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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아이를 가졌을 때는 건강하게만 태어나달라고 한다. 그리고 아이가 자랄수록 바라는 것들도 많아진다. 기저귀를 어서 땠으면, 말을 잘 했으면, 혼자서도 척척 책을 읽을 수 있으면... 그리고 아마 학교를 다니기 시작하면 공부 잘하기를 바랄 것이다. 나도 아마 그럴 거다. 누구나...

책을 읽다가 흥미로운 걸 발견했다. 내가 머리가 나쁜 게 아니라는 건 알고 있었다. 그런데 2% 안이라고? 내 IQ 검사 결과가 잘못 나온 게 틀림없다. 그렇지 않고선 왜 공부를 못했지? 아니 시험을 못 봤지? 결론은 내가 공부지능은 그다지 높지 못하다는 거다. 이런... 일단 나는 너무 생각이 많다.

<영재발굴단>이란 프로그램을 가끔씩 본다. 어린아이들이 천재성을 발휘하는 걸 보며 놀랍기도 하고 때론 안타깝기도 했다. 천재성을 보이고 즐기는 아이들이 있는 반면에 똑똑하지만 그것이 자신의 발목을 잡고 얽매이는 아이들 또한 있다. 그런데 얼핏 보면 천재는 아니더라도 그렇게 노력하는 아이들의 모습이 부모들이 아이들에게 바라는 점이라는 거다. 자기 주도적으로 시간을 짜고, 또 미래를 생각하며 노력하는 게 어른들이 보기에 기특해 보이지만 일종이 자기 강박으로 나타날 때가 많다는 거다. 축구도, 미술도, 음악도 재능이 있어야 한다고 하면서 왜 공부만은 노력하면 된다고 말하는 걸까? 내가 생각하기엔 아니다. 공부도 반드시 재능이 있어야 한다. 같은 시간을 공부해도 훨씬 더 빠르게 이해하는 아이들이 있다. 그럼 공부하는 시간을 늘려야 하나? 요즘같이 바쁜 시대에 아이들이 공부를 더 할 수 있는 시간을 늘릴 수는 있을까? 이제 초등학교를 졸업하는 아이에게 정석 과외를 시키는 부모들도 봤다. 그 아이가 더 많은 시간을 가질 수 있을까? 그 부모가 과연 수학만 과외를 시킬까? 절대 아니다. 우리 부모 세대는 어려운 세대였다. 전쟁이 막 끝났을 때 태어났고, 먹고살기 힘들어서 부모에게 많은 관심을 받기 어려웠다. 그중에서 잘난 형제들만(자매들은 남자들에게 그 혜택마저 양보해야 했다.) 공부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 그들이 잘나는 동안 다른 형제자매들은 그들의 노력은 보상받지 못했다. 그리고 그들의 자식들에게 공부를 시켰다. 개천에서 용이 나오려면 이젠 공부를 해야 한다고. 공부만 잘하면 좋은 직장을 갖고 성공할 수 있다고... 그리고 우리 세대는 이제 공부를 안 하면 뒤처질지도 모른다는 강박증을 가지고 자녀를 키운다. 그리고 이런 불안감을 가지고 학원들은 장사를 한다. 지금 안 하면 네 자녀는 뒤로 쳐질 거야. 낙오자는 다시는 일어날 수 없지. 초등학교 때 자리를 잡지 못하면 중고등학교는 아예 따라잡을 기회가 없어라고 속삭인다. 그 기회가 없다는 게 문제인 것도 모른 채...

내가 우리 아이만 할 때 핸드폰은 그저 상상의 물건이었다. 그 상상의 물건을 이제 우리 아이는 신기하게도 잘 사용해서 문제다. 내가 중학교 때는 MS-DOS를 배웠다. 지금 누가 DOS를 사용하기는 할까? 세상이 어떻게 변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영어 영재니 어쩌니 난리를 쳐도 앞으로 말을 하자마자 바로 귀에서 통역해주는 세상이 멀지도 않았다. 우리가 미친 듯이 외워야 할 것들은 핸드폰으로 검색을 하면 바로 눈앞에서 보여준다. 이런 것들은 암기하는 것이 큰 의미가 있을까? 오히려 수많은 데이터들을 분석하고 앞으로의 일들을 예측할 수 있는 판단력을 키우는 것이 우선이 아닐까 한다. 우리가 생각도 못했던 일들이 이미 벌어지고 있다. 아마존에선 이미 상품 분류 직원들이 로봇으로 대체되었다. 아마존에서 일하던 직원들이 짐작하기도 전에 먼저 그 일이 일어난 거다. 판사보다 AI가 더 공정하게 판단할 것이고, AI가 의사보다 더 빠르게 병을 진단할 거다. 더 와벽한 수술도 해내는 것도 앞으로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닐 거다. 아이들끼리 경쟁하고 서로를 넘어서려고 공부기계로 자라는 건 보기 싫다.

에필로그를 읽고 또다시 실망했다. OECD의 학업성취도 국제 비교 연구에서 전체 2등을 했다는 것은 대한민국 교육의 힘이라고 했다. 이들이 앞으로 대한민국을 이끌어갈 인재가 될 것이라고도... 부정하진 않는다. 그런데 그런 인재 하나를 위해 백여 명의 아이들은 포기해도 괜찮다는 의미일까? 과도한 사교육, 학교에서부터 떨어져 나간 아이들, 그리고 삶까지 포기한 아이들에 대해선 한 마디의 말도 없다. 그리고 그 인재들이 대한민국을 이끌어나간다고? 그 아이들은 이미 외국 국적으로 가졌거나 아니면 외국계 기업에 훨씬 비싼 몸값으로 스카우트되겠지. 그것도 아니라면 이 땅에 남아 이 나라와 함께 살아가는 건 평범한 아이들이다. 천재로 태어나도 평범한 가정에 태어나서 아무런 혜택조차 받지 못하고 오히려 불행하게 사는 아이들도 있다. 또래보다 훨씬 똑똑해서 어울리지 못하고 겉돌기만 하는 아이를 본 적이 있다. 부모님은 맞벌이여서 할머니가 아이를 봐주셨는데 영재라는 결과 지도 받았지만 부모님이 그 아이를 위해 해 줄 수 있는 건 별로 없었다. 각종 영재 프로그램은 돈을 필요로 하고, 무료이거나 저렴한 곳은 이미 그 아이 같은 영재들이 많았기에 자리가 없었다.

아이의 잠재력을 끌어올리자는 말에 공감하는 바이나 이 책은 나에게 실망감만 더해줬다. 분명히 책이 좋았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겠지만(그리고 아이가 영재여서 교육이 필요한 경우도 있다), 사람마다 다른 거니까. 우리 아이가 꼭 1등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모두가 1등일 수는 없으니까. 그래도 등수가 떨어졌다고 학교 옥상에 올라가거나, 이미 맛본 좌절감으로 다른 친구들을 괴롭히는 아이로 키우지는 않을 거다. 자신을 사랑하는 아이로, 그리고 그 아이를 응원하는 든든한 부모가 되겠다. 학부모가 아닌...

 

 

다만 개인적인 견해로는 행복한 과정을 위하여 과도한 노력을 포기하고 자신의 강점을 찾는 편이 바람직한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자신의 강점을 일상생활 속에서 끊임없이 발휘하는 과정은 즐겁기 때문에 그곳에서 누적적 성취가 일어날 수 있다. 다시 말해 잘하고 좋아하는 일이라서 오래 할 수 있고, 그러다 보면 작은 성취가 일어날 수 있으며, 이 성취가 모이고 모여 해당 영역에서 큰 성취로 일어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다른 영역으로도 충분히 확산되어 나갈 수 있다. 이는 제프 콜빈이 말하는 ‘약점을 지속적으로 보완해서 최고 수준의 경지에 오르는 것‘과는 다른 종류의 성공인 셈이다. p177

긍정적 자아를 지닌 아이는 스스로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더욱 열심히 노력한다. 반면 부정적 자아를 지닌 아이는 무엇이든 행동하는 것을 두려워한다. 공부에 대해서도 자신이 잘할 수 있을지를 끊임없이 불안해하며 자괴감을 갖는다. 그런 마음으로는 공부에 집중할 수 없다. 집중은 못하고 불안해하기만 하니 공부를 잘하려야 잘할 수가 없다. p.p.224~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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