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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 최고의 책
앤 후드 지음, 권가비 옮김 / 책세상 / 2017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남편 짐의 외도로 버림받은 에이바는 케이트에게 부탁해 북클럽에 가입한다. '내게 가장 소중한 책'이라는 주제로 1년간의 독서를 시작한다. 다들 누구나 들었으나 읽은 사람은 별로 없는 고전을 이야기하는데 에이바는 <클레어에서 여기까지>라는 제목이 생소한 책을 꼽는다. 게다가 저자를 초청하겠다고하는데..
위로와 기운을 얻는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다. 친구를 만나거나, 맛있는 음식을 먹거나, 실컷 자거나 울거나... 저자인 앤 후드는 오빠인 스킵이 사고로 사망하자 엄청난 충격을 받고 부모님 곁으로 돌아와 상실감과 외로움을 책으로 달랬다. 20년 후 다섯 살 난 딸 그레이스를 병으로 갑자기 보내고 한동안 책을 읽거나 글을 쓸수도 없었다고 한다. 독서와 뜨개질을 하며 고통에서 차츰 벗어나고 그런 그녀가 쓴 자전적 소설과 에세이가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고 한다. 이 책도 그녀가 위로와 기운을 받기 위한 연장선 상에 있는 게 아닐까?
에이바도 힘든 문제들을 안고 있다. 남편의 외도, 자녀의 반항, 가족의 죽음... 믿고 사랑하는 남편이 갑자기 "내가 사랑하는 건 저 여자야!"라고 말할 때 눈알이 안 뒤집 힐 아내가 누가 있을까? 너가 바람피면 나도 피겠다라며 쉽게 이야기는 할 수 있어도 막상 닥쳐보면 남편과 내연녀의 머리끄댕이 대신 남편의 바지춤을 붙잡고 매달릴지도 모른다. 에이바의 딸인 매기는 흔한 사춘기라 부르기엔 너무 가는게 아닌가 싶을 정도다. 남자들과 어울리며 노는 건 그렇다치더라도 부모 몰래 학교를 자퇴하고 파리로 건너가 유부남의 내연녀로 지내며 마약까지 하는 걸 읽으며, 만약 내 자녀가? 아~ 이건 정말 상상도 하기가 싫다. 다행히 우리는 알지만 에이바는 막장까지 치솟는 매기의 모습에 대해선 다 모른다. 어린 시절 겪은 사고로 인한 동생인 릴리의 죽음은 항상 마음의 돌덩이처럼 앉아있다. 그녀가 책을 그만 읽고 릴리와 더 놀아줬더라면 릴리가 죽지 않았을거라고 어른이 된 이후에도 늘 자책한다. 그리고 릴리가 죽은 후 얼마 뒤 엄마는 다리에서 자살을 한다. 그땐 에이바도 어렸다. 그 때 그녀를 위로한 책이 <클레어에서 여기까지>다.
이렇게 여러가지 문제를 안고 있는 에이바에게 북클럽원들의 추천책은 그녀를 성장하게 한다. 에이바와 매기의 이야기가 번갈아가며 나오는 동안 북클럽의 역할이 미미하게 보이는 것 같지만 그녀가 일탈을 경험하고, <클레어에서 여기까지> 저자에 대한 실마리를 푸는 단서를 제공하고, 에이비와 말이 잘 통하는 키키를 만나고, 아마도 어쩜 그녀의 남은 인생의 동반자가 될 지도 모르는(나만 그렇게 생각한걸까? 잘 됐으면 좋겠어~) 누군가도 알게 된다. 더 이상 짐에게 질질 끌려다니지 않는, 매기가 아이가 아니라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임을(어른이 되는 걸 이렇게 힘들게 해야하나 의문이 들지만) 인정하는 에이바를 응원한다. 항상 돌덩이를 마음에 안고 살던 그녀의 돌이 이젠 많이 가벼워졌기를 바라며...
참고로 <내 인생 최고의 책>에는 음식 얘기도 많이 나온다. 생소한 음식 이름에 검색하다가 밤에 야식 시켜 먹을 뻔... 북클럽원들이 추천하는 책을 읽어야겠다는 다짐만큼 여기 나오는 음식도 다 먹어보고 싶었다. 참고로 행크의 동료인 리는 라면을 국물까지 다 마신다. 행크가 센스가 있었다면 집에 밥 정도는 마련해두었을텐데... 역시 책과 먹을거리는 뗄 수 없는 관계임을 다시 확인!
<내 인생 최고의 책>을 읽으니 니나 상코비치의 <혼자 책 읽는 시간>이 떠올랐다. 니나 상코비치도 사랑하는 언니가 죽은 후 3년간의 슬픔을 잊으려고 노력하던 날 중 두꺼운 책을 읽고 처음으로 편안하게 잠이 들었다. 그 무엇으로도 위로를 얻지 못했을 때 책은 위로를 하고 상처를 극복할 수 있는 힘을 준다. 앤 후드에게도, 니나 상코비치에게도, 나에게도... 고마워...
젊은 시절에는 그런 배신이라면 마땅히 가정을 깨야한다고 믿었다. 그렇지만 중년이 돼서 남편의 부정을 맞닥뜨리니 상황이 달리 보였다. 고비를 딛고 일어선 부부도 있다. 그렇지 않은가? 그때 짐이 에이바 손을 잡고 있었다. 마치 첫 데이트 때처럼 살짝, 조심스레 잡고 있었다. "그냥 관계를 끝내, 그리고 평소대로 돌아가자." 에이바가 남편에게 말했다. "맙소사, 에이바. 난 그 여자를 사랑하고 있어. 뜨겁게 사랑한다고." 짐이 말했다. p.117
"자신에게 제일 중요한 책이라니, 저는 그런 책을 고를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키키가 말했다. "언제 책을 읽느냐, 어느 때 어떤 상태로 책을 읽느냐에 따라 그 책이 중요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거든요. 말하자면, 기분이 나쁠 때라면 <길 위에서>나 <삼총사> 같은 책을 읽어요. 그러고 나서 기분이 좋아지거나 생각이 달라지면, 그때는 그 책이 제일 중요한 책이죠. 그때는요." p.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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