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 매드 팻 다이어리
레이 얼 지음, 공보경 옮김 / 애플북스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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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작가 소개부터~

2007년 런던에서 출간한 <마이 매드 팻 다이어리>는 1980년대 후반 십대를 보냈던 작가의 자전적 작품이다. 소녀 시절 레이 얼은 남자에 환장한 뚱뚱보였고, 가수 모리세이의 팬이었으며, 엄마와 엄마의 남자친구인 모로코 남자와 함께 스탬퍼드 임대주택에서 살았다. 작가는 비만으로 자존감을 바닥을 치다 못해 땅꿀을 파고, 자살 시도를 할 정도로 우울증을 겪었지만 특유의 유쾌한 성품으로 암흑의 시기를 빠져나왔다. 대학 때 만난 남편 사이에 아들 하나를 두고있다.

 

 

더 쓸 것도 없이 여기만 읽고서도 호기심과 기대감으로 눈이 반짝반짝.

누가 봐도 여신인데 주인공과 주인공 주변 인물들만 모르는 드라마의 주인공이 아니라 현실 세계 위에 서있는 뚱녀 레이가 떠오르지 않는가 말이다. 사실 뚱뚱한 것 빼고는 시험, 성적, 외모, 연애에 관심 많고 고민하는 10대 소녀와 다를 바가 없다. 우리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여자들 말이다. 그런데 뚱뚱하다는 이유 하나 만으로 놀림을 당하고 퀸카의 들러리 친구 역할을 맡아야 한다. 비만일지라도 자신을 사랑해주는 남자를 만나고 싶어하는 레이..

 

이 사랑스러운 소녀가 남 일 같지는 않았다. 내가 레이만큼은 아니지만 살 좀 쪄봐서 알지~

 



 

 

 

20대 초 난 날씬쟁이였다. 그런데 영국에 도착해서 얼마 후, 옷을 빨 때마다 자꾸만 옷이 줄어드는 거다. 그래도 그닥 신경쓰지 않던 어느 날. 바지를 힘겹게 잠그고 침대 귀퉁이에 털썩 하고 앉자마자 단추가 깨져 날아가는 걸 본 순간 깨달았다. 뭔가 잘못 됐다~!!!!!!!!!!!

심호흡을 한 번 하고 올라간 체중계에선 바늘이 72를 가리키고 있는거다. 불과 네 달만에 26kg이 찌다니~ 유럽에서 음식이 맛없기로 소문난 영국에서도 내 살은 무럭무럭 잘 자라고 있었던 것! "나 살 쪘어~"라고 말하니 (동양애들은 제외하고) 나보고 스키니하다는 거다. 내가 생각하는 스키니랑 서양애들이 말하는 스키니랑 다른 건 줄 알고 사전으로 몇 번이나 확인했다. (영국에서 돌아오지 말았어야 했나? 지금도 가면 스키니하다고 해줄까?) 이를 악 물고 줄넘기 해서 12kg나 빼서 공항에 도착했지만 공항에서 동생이 못 알아본 건 비밀~ 그리고 엄마의 잔소리에 "내가 이 집에서 쌀 한 톨 먹나봐라~"라고 선언(?)한 후 하루에 한 끼 먹고 2시간 운동해서 대상포진 걸려 일주일 내내 침대 신세를 진 건 더 비밀~

지금은? 50kg대를 유지하다가 예준이를 낳고 잘 먹어서(허겁지겁) 통통몸매를 유지하고 있다. 그래도 다행인 건 얼굴도 작은 편이고 손,발이 앙상해서 내 몸무게를 짐작조차 못하고 있다는 것. ㅋㅋㅋㅋㅋ 더 이상 핏이 이쁜 스키니 청바지가 안 들어가지만 출산 후에도 말라깽이인 내 친구도 마찬가지라 하니 괜찮아 괜찮아~

 

 

너무 내 이야기를 자세히 했나?

아무튼 날씬쟁이였던 시절 보다 지금의 내가 나는 더 좋다. 그 때의 나는 지금의 나보다 더 어리고 더 예쁘고 더 날씬했지만 나를 사랑하는 법을 몰랐다. 불투명한 미래에 힘들어했고 허점투성이인 내 모습이 너무나 불만이었다. 지금도 투명한 미래도 아니고 허점은 더 늘어났지만 지금은 그 모습도 내 매력이라 생각한다. 너무 완벽하면 재수없으니까. 예쁜 연예인을 보며 (심지어 머리까지 좋은..) 흔히들 하는 소리가 "성격은 안 좋을꺼야~"하는 것 처럼.. 성격이라도 안 좋아야 인간미가 있어 보이니까.. 그리하야 지금의 나는 인간미가 철철 흘러 넘친다. 풉

 

 

주변에 레이보다 예쁘고 날씬한 여자들은 참 많다. 그러면서도 삶에 힘겨워하고 불평하고 낮은 자존감에 괴로워한다. 그런데 사실 지금 고민하는 것이 나중에 돌이켜보면 아무것도 아닐 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잘 하지 못한다. 그 고민 때문에 내가 행복해야 할 지금이라는 시간을 너무나 자주 놓친다. 프롤로그의 일부를 인용해본다. 어쩌면 이 책에서 레이가 가장 하고픈 말이 아닐까하며..

 

 

여기 쓴 내용은 전부 사실이다. 사람들의 이름을 바꿔놓긴 했지만 모두 실제 인물들이다. (세 명을 섞어 한 인물로 만들기도 했는데 바로 베서니다. 뚱뚱하고 정신 나간 소녀의 인생을 마구 휘저어놓은 심술 맞은 계집애가 딱 한 명만 존재할 리 없잖은가.) 사건들이 일어난 시간도 자유롭게 구성했지만 다 실제로 있었던 일이다. 일기를 다시 읽어보니 어찌나 웃음이 나던지. 그래서 단어 하나하나까지 여러분과 공유하고 싶어졌다. '성격 좋고 쾌할하다'는 딱지를 붙이고 사는 뚱뚱한 소녀들이 여전히 사방에 존재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 소녀들에게 (그리고 그 밖의 모든 이들에게) 결국은 모든 일이 잘 풀릴 거라고 말해주고 싶다. 뚱뚱하고 정신이 나간데다 열일곱 살이나 되어서도 여전히 모태솔로인 여자라도 시간이 지나면 다 괜찮아질 거라고.

 

 

 

서평응모해서 당첨된건데 다음 권까지 강제 예약(?) 당했다. 만화책 한참 신나게 보고 있는데 다음 권이 없을 때의 느낌이랄까? 2권이 너무 궁금하다. 벌써부터 기대기대~ 그런데 2권 제목이 <마이 매더 패터 다이어리>란다. 그렇다면 3권 제목은? 안돼~!!!!!!!

 

 

<오만과 편견>, <브리짓 존스의 일기>, 영드 <스킨스>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 책에도 푹 빠질 것이다. 내가 그런 것 처럼.. 아니 나보다 더 할 지도 몰라~!!

 

 

나는 이만 영드 <마이 매드 팻 다이어리>보러 슝~

심쿵할 준비 완료~

 

 

 


 

 

학교에 가니 다들 베를린 장벽 얘기를 하고 있었다. 베를린 장벽 붕괴로 모든 게 달라졌다. 중등교육자격시험의 역사 과목도 의미를 잃었다. 우리는 일 년 내내 냉전, 바르샤바협정, 북대서양조약기구를 배웠는데 이제 완전히 새로운 세상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아무래도 생각이 좀 달라졌다. 오랜 세월 유지되어온 현상이라 해도 결국 바뀔 수 있다고. 그렇다면 나도 바뀔 수 있지 않을까. 나만의 벽을 무너뜨리고 사람들을 안으로 들일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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