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에게도 하지 못한 말, 아무에게나 쓰다 - 늘 남에게 맞추느라 속마음 감추기 급급했던 당신에게
유수진 지음 / 홍익 / 2019년 5월
평점 :
절판


 

제목이 너무 마음에 들었다. 사실 블로그를 하는 것도, 인스타를 하는 것도 정작 내 주변 사람들에겐 편하게 하지 못하는 말을 뱉듯이 쓰고 싶을 때가 있기 때문이다. 물론 엄청난 엄청난 필터링을 거치지만...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겠지만 내 머릿속은 24시간 풀가동한다. 흔히 멍 때린다고들 하는데 그런 시간도 거의 없다. 하루 종일 머릿속이 이 말 저말로 가득 찬다. 가끔씩은 머릿속으로 나오는 말들을 글로 쓰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게으름이 나의 열정을 붙잡곤 한다. 저자는 처음에는 비공개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고 한다. 자신만을 위한 요리를 하기 힘들다. 내가 만든 음식을 맛있게 먹고 평을 해주는 사람 덕분에 음식 솜씨도 느는 거다. 저자는 창피함을 무릅쓰고 공개로 바꾸었다. 평범하지만 솔직한 저자의 글은 사람들에게 많은 공감을 불러일으켜 이 책까지 나왔다고 한다. 난 아직까지 그럴 자신이 없다. 그리하야 오늘도 일기를 쓴다. 내 요리 솜씨가 안 느는 것처럼 글솜씨도 같은 이유로 안 는다.

우리가 서로를 알아가는 방법은 그저 계속해서 이 방향, 저 방향을 왔다 갔다 하며 바라보는 방법뿐이다. 너를 바라볼 수 있는 360도의 방향 중 오직 1도의 방향에서 바라본 모습만 가지고 너를 판단해왔던 건 아닌지. 내일은 또 다른 방향에서 너를 바라봐야겠다. (p. 112)

저자의 글 속에서 공감한 많은 문장 중 하나. 나는 이런 사람!이라고 딱 한 문장으로 말할 수 없다. 시시때때로 나를 대표하는 단어가 바뀐다. 명랑했다가 우울했다가 하루에도 몇 번이나 내 감정이 날뛴다. 감정도 이러한데 생각이란 건 얼마나 더 다양할까. 이런 나를 이해해달라고 말하면서 정작 나는 타인들은 1도의 방향에서 바라보고 판단하는 건 아닌지... 오늘은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의 숨겨진 1도를 찾아볼 테다.

오랜만에 마음에 쏙 드는 에세이를 읽었다. (근래엔 장르 소설만 읽어댔으니 더 그럴지도...) 다음 장을 넘기지 않고는 못 배기는 스토리가 있는 것도, 화려한 문체로 내 눈길을 끄는 글도 아니었다. 어느새 내 몸에 익숙해진 포근한 스웨터를 입는 기분이었다. (언젠가부터 스웨터 입을 때는 평소보다 배에 힘을 더 줘야 한다는 것만 제외하면... 흑) 솔직해서 위로가 되는 글이다. 남에게 보이기 위해 쓰는 글이 아니기 때문에 가능할 것이다. 천천히 아껴 읽고 싶은데 내 맘 같기에, 위로를 받는 기분이기에 책장이 자꾸만 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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