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난임이다 - 원인불명의 난임부터 고령임신 그리고 쌍둥이 출산까지
윤금정 지음 / 맥스밀리언북하우스 / 2018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대부분의 동화책은 왕자님과 공주님이 만나면 둘이 행복하게 오래오래 살았다고 끝이 난다. 결혼 후의 삶은 왜 동화책에 나오지 않는 걸까? 아마도 연애와 결혼은 상당히 다르기 때문일 거다. 나도 꺽정씨와 결혼하면 아무 걱정이 없을 줄만 알았다. 나름 연애기간이 길었기에 난 허니문 베이비를 갖고 싶었는데 허니문을 다녀오고 아주 많은 시간이 흘러도 아기는 찾아오지 않았다. 오랜만에 친척들과 지인들을 만날 때마다 '좋은 소식이 없냐?'라는 질문이 너무너무 듣기 싫어서 만나는 걸 꺼려 할 정도였으니 말이다. 다들 애정 어린 관심으로 질문을 했지만 나에게는 고문 그 자체였다. 가장 기다렸던 건 바로 나니까. 그렇게 꽤 오랜 시간이 지나고 드디어 나에게도 아기가 찾아왔다. 하지만 슬프게도 기쁨은 오래 못 갔다. 그렇게 내 첫 아기를 유산했다.

다소 직설적인 제목의 책을 만났다. '나는 난임이다.'라고 인정하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원인불명의 난임이었던 저자의 솔직한 이야기 때문에 예전 일들이 떠올랐다. 그리고 내 주변에 난임으로 힘든 지인들의 얼굴이 하나하나 떠올랐다.

'난임'이란 말은 언제 깨질지 모르는 얇은 유리그릇 같은 여성의 예민하고도 민감한 심리까지 반영된 단순하지만 복잡한 단어이다. 그래서 책 제목으로 직설적인 이 말을 쓰기까지 꽤나 조심스러웠고 조금의 용기가 필요했다. (p. 5)

누군가는 스치기만 해도 아이를 갖고, 누군가는 갖은 노력을 해도 임신부터 유지조차 힘든 경우도 있다. 저자는 난임임을 인정하지 못했고, 막연히 자연임신이 될 것이라 기대를 하며 꽤 긴 시간을 버텨왔다. 난 다행히 밤톨군이 건강하게 찾아왔다. 만약에 그 후에 아무 소식이 없었다면 난 어떻게 했을까? 난임치료가 힘들다는 소리를 많이 들어서 아마도 저자처럼 자연임신의 소식만을 기다리며 허송세월을 보내지 않았을까 한다. 저자는 난임을 인정하고 치료를 하루라도 빨리하라고 권한다. 그리고 저자의 경험을 일기처럼 쓰며 난임치료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한다. 기초체온 측정, 과배란 주사, 난포주사, 인공수정, 시험관 등 담담하게 쓰여있지만 어느 것 하나 쉽다는 생각은 안 든다. 얼마나 힘들었을까? 임신 테스트기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살 떨리는 일인데...

어렵게 되는 데에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남들은 다 쉽게 임신하는데 왜 나만 힘들까 하는 생각도 있었지만, 아이들을 볼 때면 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아이들을 얻는 것을 쉽게 가지려고 한다는 생각 자체가 모순일 수도 있다고 느낀다.

소중한 것을 소중한 것인지 모르고 가질 때와 알고 가질 때는 분명 다를 것이다. 그만큼 소중한 것을 얼마나 소중한지 깨우치는 충분한 기다림의 시간을 가진 후에 탄생한 아이들은 참으로 축복일 것이다. 그렇다면 좌절되어도 힘든 과정을 진행한다는 것은 진정 가치가 있다. (p.p. 175~176)

지금 저자는 예쁜 쌍둥이와 함께다. 난임 뿐만 아니라 임신을 준비하는 분들도 같이 읽으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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