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의 디테일 - 고객의 감각을 깨우는 아주 작은 차이에 대하여
생각노트 지음 / 북바이퍼블리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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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테일'은 한국어로 옮기기 까다로운 단어입니다. 사전은 '세부 사항'이라 번역하는데 디테일이란 발음이 품은 예리한 맛, 애정과 집착 사이를 유영하는 단어의 뉘앙스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습니다. 일과 삶 속에서 디테일의 감각을 중요하게 여기는 이라면 분명 공감할 겁니다. (p. 5)

저자는 항상 일본을 휴가지로 선택한다고 한다. 일본을 좋아하게 된 이유는 사소한 디테일 때문이란다. 그 디테일들이 누군가에겐 너무나 보잘것없어서 지나칠 수 있는 부분이지만 저자의 눈에는 그것들이 매력으로 다가왔기 때문일 것이다. 이 책은 저자의 여행기이자 마케터의 눈으로 본 아이디어 기록이다.

일본은 우리나라와 가장 가까운 나라지만 그만큼 또 꺼려지는 나라이기도 하다. 짝꿍의 단점은 가까이에서 볼 때 더 잘 보이는 법이니까.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이 일본을 여행하고 그들의 이야기를 남긴다. 하지만 이 책은 결이 다른 여행기다. 흔하디흔한 맛집 정보와 역사적으로 유명한 여행지에 관한 이야기는 없다. 편의점과 대형 쇼핑몰 등 한국에서도 쉽게 접할 수 있는 곳의 디테일에 관해 이야기한다.

디테일은 작은 곳에서도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건널목에 있는 신호 연장 버튼이라든가, 껌만 있는 것이 아니라 '껌을 버릴 수 있는 종이'도 함께 있는 껌 통 같은 것들 말이다. 껌종이는 이미 일본에 보편화된 아이템이라고 한다. 아무것도 없는 주머니를 뒤적거릴 필요도 없고, 삼켜야 하나 고민할 필요도 없다. 지나칠 수도 있는 작은 배려가 상품과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들에겐 큰 차이로 다가온다. 작가는 일본의 디테일에 관해 감탄만 하는 것이 아니라 브랜드 마케터의 경험을 살려 우리나라에도 적용할 수 있는 대안도 제안한다.

저자가 소개하는 디테일 중에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당신을 위한 날에 어울리는 책'이다. 사실 책은 선물하기 까다로운 물건 중에 하나다. 취향이 맞지 않을까 봐, 내 수준을 의심할까 봐 꺼려 지도한다. 같은 이유로 책은 추천하기도 어렵다. (책 안 읽는 지인이 우리 집에 놀러 와서 자신에게 맞는 책을 빌려달라고 할 때는 어떤 책을 추천할지 감이 안 온다.) 하지만 이상하게 책을 선물하고 싶고, 또 선물 받고 싶다. 이런 사람들을 위해 '버스데이 분코'에선 날짜별로 포장된 책을 판다. 해당 날짜에 태어난 작가가 쓴 책을 블라인드 형태로 판매한단다. 선물하는 사람에게도, 선물 받는 사람에게도 포장지를 벗기는 일은 두근두근할 것만 같다. 난 마르셀 프루스트의 책을 선물 받겠군.

여행을 떠날 때 목적에 따른 압박감을 갖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무언가를 꼭 보거나 경험해야 한다고 생각하면, 그 목적을 이루기 위해 온 신경을 쏟고 집중하게 됩니다. 오히려 사소하지만 자기 자신에게 의미가 담긴 포인트를 놓치고 돌아올 수 있지요. 저는 도착지만 정해지면, 구체적인 정보 없이 방문하길 즐깁니다. 그래야 다른 사람에게는 보이지 않는 부분을 볼 수 있고, 그 과정에서 더 많은 것을 느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어떤 여행이 되느냐의 기로는 기록에 달려 있다고 봅니다. 자신이 포착한, 혹은 우연히 포착된 어떤 특별한 부분을 발견했을 때 그 순간을 '찰나'로 떠나보낼지 '텍스트'로 써 내려갈지는 우리 손에 달려있습니다. (p.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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