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아무 생각 없이 마음 편히 살고 싶어 - 마음속 때를 벗기는 마음 클리닝 에세이
가오리.유카리 지음, 박선형 옮김, 하라다 스스무 감수 / 북폴리오 / 2018년 9월
평점 :
품절

제목만 봐도 고개가 절로 끄덕거려진다. 대부분 그렇지 않을까? 마음 불편하게 살고 싶은 사람은 아마도 없을 테니... 쿨내 진동하며 살고 싶지만 근본 소심러라 늘 잡생각이 많은 나에게 필요한 책이었다.
어떤 일이 내 생각대로 되지 않으면 한없이 속상하지만 그렇다고 세상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 임상심리학자 앨버트 엘리스
작은 일이라도 생각대로 안 되면 땅이 꺼질 듯이 의기소침해지는 나란 사람에게 첫 장부터 한 소절을 읊어준다. 근데 가끔씩은 그냥 세상이 이대로 끝났으면 하는 마음도 있는 건 사실. 다음에도 또 다음에도 내 생각대로 되지 않을 일은 많을 테고, 또 내가 상처받을 일도 많을 테니... 엄청난 기대를 가지고 《미움받을 용기》를 예전에 읽었다. 내가 삐딱한 시선으로 책을 읽어서 그런지 그때는 다 '니 탓이오! 이것도 니 탓이오! 저것도 니 탓이오!'라고만 하는 것 같아서 읽고 나서 오히려 기분이 더 나빠져버렸다. 변하지 못한 청년이었다. 갑자기 사고 체계 자체를 바꿔라고 하는 건 역시나 어려운 일이다.
혹시 이런 사고를 하고 있지 않은가?
양극단으로만 생각한다. 지나치게 일반화한다. 타인의 마음을 제멋대로 해석한다. 좋은 일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단숨에 비관적인 결론을 낸다. 단점은 과대평가, 장점은 과소평가. 감정을 근거로 한다. 낙인을 찍는다. 전부 자신의 탓으로 돌린다. 정적인 부분에 집중한다.
이 책에선 세상을 바라보는 안경을 조금씩 닦아라고 권한다. 세상을 바라보는 안경에 조금씩 묵은 때가 쌓이면 온전한 모습조차 왜곡되고 희미해질 수밖에 없다. 그런 것들이 모여 부정적인 시선을 갖게 만든다. 결국은 자신이 한 실수보다 내가 만들어 낸 착각 때문에 더 괴로워진다. 안경이 더러워졌다고 그렇게 닦았는데 다시 더러워졌다고 자괴감을 갖거나 우울해하지는 않는다. 그저 안경 수건으로 깨끗이 닦으면 될 뿐이다. 마음도 어쩜 그럴지도 모르겠다. 때가 끼었다고, 부정적인 감정에만 초점을 두면 결코 깨끗하게 될 날은 오지 않는다. 꼼꼼하게 안경을 닦고 나면 이상하게 기분이 좋아진다. 내 마음도 빛을 향해 올려두고 닦는다면 안경을 닦는 것보다 훨씬 상쾌할 거다. 그런 기회를 자주 만나려고 마음도 어쩜 때가 끼는 걸지도 모른다. 우울증을 앓는 천재들이 많다고 하지 않는가. 우울에서 벗어날 때의 기쁨이 어떤 일이든 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고 들었다. 어쩜 나는 그 기회가 다른 사람들보다 훨씬 자주 오는 걸지도 모른다. 마음이 몰랑해졌을 때는, 그래서 마음속 슈크림이 마구마구 흘러나올 때는 깨끗하게 닦아보자. 바게트처럼 단단해질 때까지! 또다시 슈크림 상태가 되는 날이 오겠지만 닦으면 그만이다.
마음이 몰랑했던 날에 읽었던 《아무 생각 없이 마음 편히 살고 싶어》. 속상할 수도 있다는걸, 힘들 수도 있다는걸, 화가 날 수도 있다는 걸 인정하며 귀여운 그림들을 보며 읽으니 어느새 마음이 한결 차분해졌다. 나를 비롯한 현대인들은 마음 아픈 일이 많다. 그만큼 각박한 세상을 살고 있다는 증거일지도 모르겠다. 그렇다고 우리 결코 기죽거나 자괴감에 빠져 우울의 늪을 헤매지는 말자. 안경 닦듯이 오늘도 반짝반짝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