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시원 기담
전건우 지음 / CABINET(캐비넷) / 2018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전건우 작가의 신작이 나왔다. 작년 이맘때 <밤의 이야기꾼들>과 <소용돌이>를 재미있게 읽었기에(장르가 호러니까 술술~)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만났다. <고시원 기담>이라는 제목과는 어울리지 않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예쁜 표지에 일단 호감도 급상승~ 이상하게 표지가 맘에 들면 책이 재미있을 거라는 기대를 하게 된다. 좁고 좁은 고시원 방 한 칸, 책을 펼쳐놓은 채 소녀가 잠들어 있다. 나의 눈길을 끈 건 문을 열고 나가는 검은 고양이도 아니고, 각이 안 맞는 삐뚤어진 바닥이다. 더더욱 짠해진다.

소녀가 잠든 고시원은 서울 변두리에 위치한 광선동의 낡은 고시원이다. 이름은 공문 고시원이었으나 태풍 때문에 받침 'ㅇ'이 날아가 버려 이름이 '고문 고시원'으로 바뀌었다. 고문 고시원 자리는 원래 생선구이촌이었으나 화재로 인해 많은 인명 피해가 났고, 이 사고로 흉흉한 소문이 떠돌았다. 무당도 굿을 하지 못하고 도망쳐야 했고, 후에 나이트클럽을 세웠으나 역시 화재 사고로 많은 사람이 죽었다. 그 뒤에 지어진 곳이 바로 고문 고시원이다. 공무원을 준비하는 홍(아무래도 표지의 그녀인 듯). 303호의 홍은 추리소설에 빠져있던 어느 날 옆방에서 들려오는 흥얼거림을 듣는다. 그걸 계기로 옆방 남자와 말을 트게 되고 홍은 그에게 호감을 느낀다. 그런데 고시원 총무는 오래전부터 그 방이 비어있다고 한다. 그럼 그동안 홍은 누구와 이야기를 한 걸까?

<고시원 기담>은 각각의 주인공이 들려주는 이야기들이 모여 하나의 이야기로 합쳐진다. 우리 주변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어쩜 평범한 사람들의 비범한 이야기다. 기담이라는 제목만 보고 호러 장르라 착각하면 안 된다. 로맨스 액션 호러 스릴러 정도라고 하면 되려나? 다양한 장르만큼이나 다양한 이야기를 가진, 그러나 조용히 살아가는 사람들이 전하는 위로에 따뜻해졌다. 이게 나라냐고, 사람이 살아가는 곳이냐고 따지고 싶은 세상에서도 아직은 살만한 곳이라는 메시지를 전해준다. 오늘도 좁디좁은 고시원에서 미래를 위해 살아가는 이들을 조용히 응원해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