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밤을 새워 준비해 혼을 다해 말했더니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뭔데? 라고 들었다... - 상대방의 머릿속에 정확하게 그림을 그려주는 말의 기술 10
다케우치 가오루 지음, 백운숙 옮김, 사가노 고이치 / 청림출판 / 2018년 8월
평점 :
절판

제목이 참 긴 책을 만났다. 큰 글자만 제목인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요즘은 긴 제목이 유행인가 보다. 그래도 이 책은 큰 글자만은 제대로 기억할 수 있다. 가끔씩 표지 그대로 말하고 싶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니까 말이다. 설마 내가 말할 때도 누군가가 저 문장을 떠올리면 어떡하지?
얼마 전에 친한 언니에게서 들은 충격적인 이야기! 요즘 초등학생들은 '앞으로 나란히!'를 모른단다. 그게 말이 되나 싶다. 요즘엔 월요일 조회 대신에 방송으로 대체하다 보니 애들이 운동장에서 줄을 설 필요가 없다나? 그 충격은 뒤로하고 교장 선생님의 훈화를 안 들어도 되겠구나 생각하니 그저 부러웠다. 아침 조회는 이상하게도 늘 지루했다. 나만 그런 게 아니라 선생님들의 표정을 봐도 그랬다. 순서도 없고, 요점도 없었다. 드래곤 볼에 나오는 '시간과 공간의 방'은 이런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시간이 안 흘렀다. 오죽하면 여름에 쓰러지는 애들도 나왔겠어. 졸도 투혼 정도 나와야 교장 선생님은 '에헴!'이라는 기함과 함께 "그럼 마지막으로~"라며 혼자만의 마무리에 들어가셨던 걸로 기억한다. 교장 선생님께서 이 책을 읽으셨더라면 무수히 많았던 훈화해서 기억나는 건 한두 개는 있었을 텐데...
이 책에서는 어떠한 지식을 그림을 그리듯이 흥미진진하게 이야기하는 사람을 교양인이라 하고, 아는 것만 있는 사람을 교양 바보라 칭한다. 먼저 내가 교양인인지, 교양 바보인지 알아보자. 7가지 유형 중에 3가지 이상에 해당하면 당신은 이 책을 꼭 읽어야 한다.
1. 결론은 필요 없어! 구구절절 말하며 나 혼자 돋보이면 돼!
2. 이 단어가 무슨 뜻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쓰면 유식해 보일 거야!
3. 밤새 준비한 메모를 그대로 읽으면 아무 문제 없겠지?
4. 요즘 애들은 경험이 없으니 내 인생 이야기나 계속 들려줘야지!
5. 저 사람이 하는 말에는 내가 직접 결론을 내려줘야겠어!
6. 얕은 지식이 탄로 날지 모르니 쉴 틈 없이 이야기를 이어가자!
7. 상대를 제압하는 게 중요해! 일단 딴지부터 걸고 보자! (p.125)
안타깝게도 난 교양 바보였다. 말을 좀 재미있게 하는 편이라고 생각했는데 역시 아는 게 없다는 게 다 티 나는가 보다. 그에 따른 솔루션도 나와있는데 그중에 가장 와닿았던 건 '똑같은 말만 쓰지 말고 유의어를 활용하라!'라는 거였다. 언젠가부터 내 어휘력이 바닥을 치고 있다. 카톡 메시지만 보더라도 가장 많이 나오는 단어는 '대박', '헐~'이었으니까... 학창시절에 영어 단어 외우는 걸 좋아해서 단어 카드에 유의어, 반의어도 함께 외웠다. 근데 우리말은 당연히 잘 안다고 생각(착각) 해서 열심히 공부하지 않았던 나의 오만함 때문에 부끄러워진다. 다양한 표현과 단어를 고르도록 노력 좀 해야겠다. 진심 반성한다. 교장 선생님 어찌고 저찌고 할 게 아니었다. 내가 문제였다.
블로그계의 지식 소매상을 꿈꾸며 책 좀 더 읽어야겠다. 난 교양은 둘째치고 넘 무식해. 흑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