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애쓰고 있는데 힘내라니요? - 인생의 오지라퍼들을 상큼하게 퇴치하는 법
이소연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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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고른 건 제목 때문이었다. 아등바등 정신없이 사는 내게 말한다. 더 노력하라고, 힘내라고... 그렇게 살지 못하는 것에 죄책감을 갖는 것도 이젠 한계다. 따지고 싶었다. 얼마큼 더 해야 하냐고? 내가 가지고 있는 것에 만족하면서 유유자적하게 살면 안 될까? 아직 닥치지도 않은 미래에 저당 잡혀서 현재까지 이렇게 살아야 하는 걸까? 아무도 뭐라 하지 않아도 머리가 아픈데 늘 날 위해서라며 어설프게 훈수 두는 사람이 있다.

살아가는 일은 대부분 매서운 눈발을 뚫고 보이지도 않는 앞을 향하는 것인데, 그 사이에 만나는 따뜻한 빛 한 점이 그 길을 헤쳐나갈 수 있도록 힘을 주는 게 아닐까, 그런 생각을 했다. 한순간의 숨 같은 쉼, 찰나의 아름다움, 짧은 안도, 잠시의 휴식..., 그런 것들이 가만히 등을 밀어주는 것이 아닐까 하고. 
(p.104)

자매 같은 후배가 있다. 우린 서로를 소울메이트라고 부르는데 주저함이 없었다. 각자 결혼을 하고 새로운 둥지를 텄다. 우리는 전혀 안 닮은 아이를 낳아 키우면서 육아와 며느라기에 대해 푸념하곤 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난 그녀의 푸념만 들을 수 있었다. 조금이라도 희망이 보이는 이야기는 전혀 없었다. 괜찮을 거라고, 괜찮아질 거라고 그녀를 위로했지만 아무 소용 없었다. 우울의 늪에서 빠져나오길 바랐는데 그녀와 있으면 나도 함께 늪으로 빨려가는 기분이었다. 밝은 에너지로 중무장한 나도 아니기에 그녀를 만나는 것도 점점 더 힘들어졌다. 내가 좀 더 세심하고, 따뜻하고, 밝은 사람이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녀의 아픈 마음을 함께 공감하고, 위로하고, 용기를 줄 수 있었다면... 그렇게 하기엔 나란 사람은 너무나 보잘 것 없다. 나도 내 문제로 늘 골머리가 아팠고, 어린 밤톨군을 보느라 늘 수면 부족 상태였다. 어쩜 내가 말하는 이 모든 것들도 핑계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그녀에겐 늘 미안하다.

인간은 모두 혼자라는 것.
누구와도 영원히 함께할 수 없다는 것. (p.137)

그러니까, 믿을 건 나밖에 없는 거였다.
나의 가장 믿음직한 파트너는 바로 나였으니까. (p.144)

뒤를 돌아보면 나도  그랬다. 내가 힘들다고 주위 사람들에게 징징거리고, 내가 원하는 대답이 나오지 않으면 훈수질 하지 말라고 짜증을 냈더랬다. 내 인생인데 내가 주도권을 가지지 않았다. 그래서 늘 의지하고 외로워했다. 여전히 나의 미래를 자신의 것인 양, 나를 생각하는 것처럼 훈수 두는 이들이 짜증 나지만 예전처럼 그들의 이야기에 전적으로 휘둘리지는 않는다. 아직도 내 뒤통수를 가장 많이 치는 건 '나'라는 인간이지만 전보다 믿을 수 있고, 나와 더 친해졌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인간관계에 관한 특히 오지라퍼 퇴치법이 가득한 사이다 글들이 있는 건 아니었다. 그러나 조금은 내 삶을 천천히 둘러보는 여행을 가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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