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살 뻔한 세상
엘란 마스타이 지음, 심연희 옮김 / 북폴리오 / 2018년 7월
평점 :
절판


연이은 무더운 날씨에 에어컨이 쉴 새 없이 돌아간다. 아직 여름이 끊나려면 멀었는데 벌써부터 전기세가 걱정이다. 무한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것이 있어서 전기세 걱정 없는 세상에서 살고 싶어진다. 잠시라도 에어컨을 켜지 않으면 땀을 졸졸 흘리는 밤톨군에게 잔소리를 하며 책을 꺼내들었다.

1965년 라이오넬 구트라이더라는 과학자가 무공해, 무제한, 무한한 힘을 만들어내는 에너지 생산 방법을 발견했다. 구트라이더 엔진이라고 불리는 그것의 덕분에 어떠한 파괴도 없이 엄청난 과학적 발전이 이루어졌다. 2016년의 모든 사람들은 필요한 모든 것을 가지고 편안하고 행복한 삶을 살아간다. 매일 필요한 것들은 자동적으로 주어지고, 부족한 것들은 합성으로 만들어낸다. 톰 배런은 시간여행 연구소 소장이자 최첨단 연구 영역의 천재인 아버지의 회사를 다닌다. 톰의 어머니가 사고로 죽고, 톰은 최초의 시간 여행자 팀의 리더인 페넬로페 베슐러와 함께 훈련을 받는다. 시간 여행을 떠나기 전날 밤 톰과 페넬로페는 함께 잔다. 천재 아버지에 가려 무능력하고, 별 볼일 없는 취급을 받던 톰에게 그날은 최고의 날이었다. 다음 날, 임수를 수행하기 전 매일 하는 건강 검진 과정에서 페넬로페의 임신이 밝혀지기 전까지는 말이다. 페넬로페의 공식적인 대역인 톰은 일부러 그런 짓을 했다며 비난을 하고, 책임감 없는 아들의 행동 때문에 그동안의 일들이 무산되었다는 걸 안 빅터 배런은 두 사람에게 분노를 퍼부으며 시간 여행을 취소한다. 이에 굴욕을 느낀 페넬로페는 자살을 하고, 페넬로페를 잃은 슬픔과 아버지에 대한 분노 때문에 톰은 몰래 시간 여행을 하기로 마음을 먹는다. 타임머신을 타고 2016년에서 구트라이더 엔진을 작동하기 몇 분 전으로 이동을 한다. 하지만 그의 존재에 놀란 라이오넬은 엔진을 돌려버리고 엔진은 붕괴하기 시작한다. 북미 절반이 날아가기 전에 톰은 움직여 엔진을 원래대로 되돌려놓고 2016년으로 돌아온다. 그런데 그가 살았던 2016년은 더 이상 아니었다. 그곳엔 토론토 대학 물리학 교수인 아버지와 문학부 종신교수인 어머니와 존재하지도 않았던 여동생인 그레타가 있었는데...

하지만 그래도 좋은 세상, 건전한 세상이었다. 수십억에 달하는 사람들이 살 만한 인생을 누리던 곳이었다. 누군가는 이기적이었고, 또 누군가는 이타적이었고, 대다수는 조금씩 이기적이기도 하고 이타적이었던 세상. 그 어디에도 내가 저지른 짓을 당해도 싼 사람은 없었다.  (p.119)

톰에게 진심 화가 났다. 디스토피아의 미래에 익숙해서 그런지 유토피아인 세상에 반할 수밖에 없었다. 무공해, 무제한, 무한한 구트라이더 엔진이 가져온 거의 완벽에 가까운 세상에 말이다. 전쟁도 없고, 미세먼지도 없고, 먹고살기 위한 노동도 없는, 지구온난화로 이렇게 덥지도 않았을 세상을 톰이 망쳐버렸다. 그래서 이 세상의 우리는 먹고살기 위해 노동을 하고, 미세먼지를 마시고, 숨도 쉬기 어려운 폭염 속을 하루하루 버텨야 한다. 진짜 톰 때문에 이런 세상에 사는 건 아닌데 괜히 화풀이하고 싶다.

"넌 책임을 져야 해. 넌 파라다이스가 어떤 건지 우리에게 보여줄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야, 넌 우리가 살아갈 미래를 지을 수 있는 사람이야. 글자 그대로 그 미래를 벽돌과 강철과 유리로 지을 수 있다는 뜻이야. 스스로 천재가 아니라고, 그저 사기꾼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지. 자신을 강도라고, 이 세상을 깡그리 죽인 괴물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어. 하지만 넌 우리에게 남은 유일한 존재야." (p. 304)

이제 톰은 혼자가 아니다. 내가 그의 기록을 읽고 내가 살뻔한 세상이 어땠는지 알게 되었다. 함께 책임감이 생겼다. 내가 사는 세상은 이렇지만 밤톨군과 밤톨군의 아이들에겐 보다 좋은 미래를 안겨주고 싶다. 과학은 몰라도 너무 몰라서 구트라이더 엔진 같은 건 절대로 만들 수 없겠지만 내가 할 수 있는 한 노력은 해보고 싶다.

톰이 시간 여행에 대해 어찌고 저쩌고 설명할 때 과알못은 턱이 딱 벌어진다. 시간 여행이나 텔레포트라고 하면 그냥 막연하게 과거로 가거나 다른 곳으로 이동하는 것만 생각했지, 정확한 좌표를 입력하지 않아 사물 같은 것에 끼어죽을 거라고는 생각도 안 했던 거다. 미국의 극비리 프로젝트 중 하나라고 하는 '필라델피아 프로젝트(레인보우 프로젝트)'의 결과가 톰의 설명으로 이해되었다. 물론 다 가짜라는 말도 있지만 어쨌든 텔레포트가 가능하다면 그런 경우도 생길 것 같다. 만화 <간츠>도 생각나고... 조금만 자세하게 설명해도 눈이 퀭해지며 '뭔 소리래?'가 나오는 과알못이지만 엄청나게 재미나게 읽었다는 것! 영화로도 만들어진다고 하는데 벌써부터 완전 기대!!

근데 진짜 구트라이더 엔진 가능할 것만 같다. 과학 좀 아는 사람들아! 좀 만들어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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