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북이는 언제나 거기에 있어
존 그린 지음, 노진선 옮김 / 북폴리오 / 2018년 6월
평점 :
절판


 

 

열여섯 살 에이자는 자신이 소설 속 인물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클로스트리디움 디피실레(이름 한번 길기도 하다. 읽다가 이게 무슨 병인가 검색하는 사람이 있을 거라고 확신한다)라는 세균이 언젠가는 그녀를 죽여버릴 거라는 허무맹랑한 생각에도 사로잡혀 있다.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기 위해 늘 가운뎃손가락의 굳은살을 찢고 피를 낸다. 스타워즈 팬픽을 쓰는 친구 데이지와 이야기하던 어느 날 억만장자인 러셀 피킷이 실종되었다는 걸 알게 된다. 그에게는 10만 달러라는 거액의 현상금이 달려있다. 에이자는 러셀의 아들 데이비스와 아는 사이였기에 러셀 피킷의 행방을 찾아 10만 달러를 나눠갖자는 계획을 세운다. 데이비스와 가까운 사이가 되어 그와 키스까지 하지만 세균이 감염될까 불안하여 전보다 더 강박적으로 소독에 집착하고 급기야 손 세정제를 마시기까지 하는데...

에이자(Aza)라는 이름은 알파벳의 처음부터 끝까지 아우른다. 그녀가 뭐든 될 수 있다고 믿는 아빠가 지어주신 이름이다. 시작과 끝을 알 수 없는 소용돌이처럼 에이자의 이름도 그렇다. 이름이 정체성을 말하는 건 분명 아니지만 에이자는 소용돌이에 갇혀 빙글빙글 돌아간다고 느낀다. 소설 속 인물이 아니라 존재한다는 걸 느끼기 위해 상처를 내고 고통을 느낀다. 나라는 존재는 어떤 존재일까?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내가 같은 사람일 리는 없다. 신체를 구성하는 세포도 달라지고 기억도 달라진다. 그럼에도 우리는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를 같은 사람으로 인식한다. 변화의 소용돌이 안에서 우리는 달라지며 또 그대로 존재한다. 반복되는 것이 두렵고 끔찍한 에이자에게 절친인 데이지는 이야기를 한다.

그렇게 지구와 지구에 사는 생명체의 역사에 대해 연설하고 끈으로 관객에게 질문이 있냐고 물었어. 그러자 뒤에 앉은 할머니가 손을 들고 말했지. '잘 들었습니다, 과학자 선생님. 하지만 사실 지구는 거대한 거북이 등에 세워진 평평한 땅이랍니다.'
과학자는 할머니를 골려 주기로 마음먹고 이렇게 물었어. '글쎄요, 만약 그렇다면 거대한 거북이 밑에는 뭐가 있습니까?'
그러자 할머니가 답했지. '더 거대한 거북이가 있죠.'
이제 과학자는 화가 나서 물었어. '그럼 그 거북이 밑에는 뭐가 있나요?'
그러자 할머니가 말했지. '선생님, 이해를 못 하시네요. 그 아래로 계속 거북이가 있는 거예요.' 
나는 깔깔 웃었다. "그 아래로 계속 거북이들이 있구나."
"거북이들만 존나 있는 거야, 홈지. 넌 맨 밑에 있는 거북이를 찾으려고 하지만 그런 건 없어."
"왜냐하면 아래로 계속 거북이들이 있으니까." 나는 영적 깨달음에 가까운 무언가를 얻은 기분이었다.
(p.268)

할머니의 거북이 지구 받침대 설처럼 우리는 오늘도 거북이를 한 마리 올리고, 또 한 마리를 올릴지 모른다. 나라는 지구를 굳건하게 지키기 위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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