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렇게 쉽고 친절한 교과서 속 문학 작품을 읽어주는 책이라니...
고등학교 국어 교과서에서 배웠던 낯익은 문학들을 다시 접했다. 집에도 수능 대비랍시고 이런 문학작품들과 수능에 출제될 만한 것들이 종합선물세트(선물은 반갑기라도 하지) 같은 전집이 있었더랬다. 중학생이었을 땐 내가 수능을 볼 수 있는 나이만큼 나이를 먹을 거라는 생각은 안 하고 그저 로맨스 소설과 무협지만 주구장창 읽었다. 막상 고등학생이 되니 집에서 커다란 등받이 쿠션을 대고 부스럭거리며 과자를 먹으며 책을 읽기엔 눈치가 보였다. (그래서 학교에서 읽었다.) 고등학생이 되자 소설을 딱 끊는 듯한 단호함을 보여서 엄만 내심 걱정이 되셨나 보다. 어느 날 학교에서 돌아오니 못 보던 책들이 책장에 쫘르륵 전시가 되어있었다. 부모님의 19금 책까지 눈에 보이는 족족 읽던 활자 중독자는 지루하든 말든 책장에 있는 책들을 꺼내 하나둘씩 읽었다. 그때의 기억이 떠올랐다. 근데 이 책과 차이점이 있었던 건 참 재미가 없었다. 가뜩이나 로맨스도 없고, 장풍을 쏘는 사람도 없는데 그림은 더더욱 없던... 국어 교과서만큼이나 지루하고 딱딱했던... 아직도 친정집에 그 전집이 고스란히 남아있는데 내가 저걸 어떻게 다 읽었을지 신기할 정도다.
어렸을 때 가장 안타까운 건 고려가요 편이었다. 조선시대의 유교 사상에 적합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많은 작품이 사라졌다. 솔직하고 직선적인 조상님들의 러브스토리를 들을 수 있는 기회가 영영 사라졌으니 말이다. 지금 기준으로 따지면 그리 야하지도 않는데... '쌍화점'에서 손목을 쥐는 것이 뭣이 그리 야하다고! 손목만 잡은 게 아니라는 건 알지만...
예전이나 지금이나 자신의 감정을 이야기하고 싶은 건 같은 가보다. 사랑하는 이와 함께 하고 싶고, 떠난 이를 그리워하는 글은 표현 방법은 지금과 다를 뿐 감정은 그들과 똑같았다. 겨우겨우 읽었던 글이 아니라 그림과 함께, 차근차근 옆에서 설명해주는 글을 함께 읽으니 느낌이 달랐다. 왜 이런 글을 주입식 교육으로 배웠던 걸까? 조금 더 친절하게 이렇게 읽었다면 얼마나 좋았을지 혼자 아쉬워해본다. 문학에 관심이 많은 초등학교 고학년부터 수능 걱정이 태산이 고등학생까지 두루두루 읽기 좋은 책인 것 같다. 친절할 설명 덕분에 옛 문학의 진입 장벽을 낮춰준 <이토록 친절한 문학 교과서 작품 읽기> 시리즈가 더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