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꿈은 토끼 돌개바람 5
임태희 지음, 양경희 그림 / 바람의아이들 / 200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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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범생이던 영빈이가 문제집을 냄비에 넣고 끓인다거나 자신의 꿈이 토끼라고 이야기한다거나 짝의 모습을 나비로 그린다거나……,  현실적으로 보자면 지나친 스트레스로 살짝 맛이 간 아이의 모습이고 동화적으로 보자면 아이들의 창의적 상상의 세계를 무시하고 지나친 교육열로 무장한 부모들과 어른들을 꼬집는 이야기이다.


   요즘 어디서나 이런 교훈을 주는 동화는 많이 볼 수 있지 않던가? 오히려 너무 억지스럽게 과장적인 표현을 사용한 것은 아닌가?

   나는 나의 아이에게 이 글에 대한 느낌을 들어보고 싶었다.

   책의 제목을 보고 초등학교 3학년인 아이의 첫 마디는 이랬다.

   “이게 뭐야! 내 꿈은 토끼? 선생님도 아니고 대통령도 아니고 무슨 꿈이 토끼야”

   어이가 없다는 듯 콧방귀를 뀌었다.

   “그러게, 그렇지? 그래도 한번 읽어봐”

   역시 10살 정도 아이에게 이런 이야기는 유치한거구나 그렇게 생각했다.

   그런데 뜻밖에 책을 다 읽은 아이는 나의 뒤통수를 치는 이야기를 했다.

   “엄마 나 꿈 바꿨어. 나 갈매기가 될 거야. 그것도 독도에 사는 괭이 갈매기.”

   이야기에 나오는 주인공 민우처럼 나의 아이도 영빈이와 한통속이 되고 말았다. 초록은 동색이라더니…….


   이 모습이 아이들의 모습인가? 작가는 억지스럽거나 과장된 이야기를 만들어 낸 것이 아니라 충분히 아이들에게서 만날 수 있는 모습들을 표현한건가?

   책을 읽기 전에 어이없다는 듯 비웃던 아이가 책을 읽고 나서 뚱딴지 같이 갈매기가 되고 싶다니…….

   “너 이 책 보기 전엔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잖아?”

   여기에 내 아이는 결정타를 한방 날린다.

   “어른들은 자기들 일 하느라 바빠서 생각할 시간이 없겠지만 아이들에게는 무한한 상상력이 있는 거라고 뭐~~~”

   나는 마치 어린왕자가 여행하며 만났던 어느 소행성의 메마른 감정을 소유한 대표적인 어른의 모습이 된 듯한 기분이었다.


   동화가 결국 아이들을 위한 것이라면, 아이들이 읽고 즐겁다면, 행복한 상상을 한다면 그것으로 된 것 아닌가? 나는 동화 속에서 무엇을 찾으려 했던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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