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루몽 - 전12권 세트
조설근 외 지음, 안의운 외 옮김 / 청계(휴먼필드) / 2007년 1월
평점 :
품절


   지난해에 홍루몽 12권을 모두 읽고 책을 덮으면서 큰 숨을 들이 쉬었더랬다. 왠지 가슴이 벅차오르면서 한편으론 허무한 느낌이랄까. 오랜만에 장편소설을 읽어낸 뿌듯함과 동시에 그 긴 이야기의 끝이 행복하지 않아서인지 아쉽게 책을 덮었던 것 같다.

 

   그리고 긴긴 겨울방학... 악착같이 읽어내려던 책들을 손에서 내려놓고 마음 가는대로 잠깐씩만 책을 보았다. 생각만하고 읽지 못했던 책들을 읽어야한다는 강박관념도 접어두고 책 속에서 무언가를 얻으려 하지도 않았다. 하루종일 옆에 있는 아이들에게 온통 나의 시간을 다 내어주었다. 그 어느 때보다고 지루하고 지루했던 시간들도 지나고 오전의 시간을 나에게 남겨두고 아이들은 학교에 다니고 있다. 하지만 마냥 기다렸던 나만의 시간을 놓고 나는 아무 생각이 없다. 뭘 해야 하는지.

   이제 새삼 뭔가를 써내려니 막막하기도 하고 머릿속이 온통 새하얗다.

   그래서 내 머리 속에 남아 있는 홍루몽에 대한 잔상들을 두서없이 써 보려한다.

 

-크게 느낄 수 없었던 등장인물들의 수

   등장인물만 500여명이 넘는다는 홍루몽은 우리나라 삼국유사처럼 여러 이야기들이 얽히고 설킨 설화집 형태가 아닐까 생각했는데 의외로 가보옥, 임대옥, 설보채 세 사람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한 귀족 집안의 이야기였다. 물론 도입부에서는 가계도를 복사해서 옆에 놓고 인물들이 혼동되지 않도록 도움을 받아가며 읽었으나 초중반부가 넘어가면서 이야기를 주도하는 등장인물의 수는 30에서 많아야 50여명 밖에 되지 않아 이야기의 흐름을 크게 방해하지는 않았다.

-시대 변화의 접점에 서 있는 가보옥

   가보옥이라는 인물은 글에서 이야기하는 것처럼 철없고 여자를 좋아하는 인물이라기보다는 인간적이고 감성적인 인물이다. 그의 말 속에서 봉건적이고 가부장적인 사회에 일침을 가하는 예리한 면모를 발견할 수 있다. 또한 겉치레를 중요시하는 그 시대의 풍습에 대해서도 비판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아마도 작가가 그 시대에 작가가 느꼈던 부조리한 사회 모습을 가보옥을 통해 이야기 한 것이리라

-인간상의 종합세트

   홍루몽에는 많은 등장인물들이 나오지만 겹치는 캐릭터는 거의 없다. 한 사람 한 사람의 말과 행동 속에서 세상에서 볼 수 있는 다양한 군상들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이해할 수 없었던 한시에 대한 아쉬움

   한자에 문외한인 나로서는 한시의 깊이를 이해할 수 없어 홍루몽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는 한시들이 품고 있는 풍취를 제대로 느낄 수 없음이 안타까웠다.

-인간사의 허무함

   인간관계의 인연과 윤회사상을 바탕으로 전개된 이야기이다 보니 이야기의 끝은 왠지 허무했다. 현재를 살고 있는 나로써 내세는 아직 먼 이야기일 뿐이다. 아니, 나에게는 지금 이 순간이 가장 중요하다. 현재의 삶 속에서 즐거움과 행복을 찾기 위해 도를 닦아야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