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시절
찰스 디킨스 지음, 장남수 옮김 / 창비 / 2009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소설은 <위대한 유산>에 비하면 좀 더 해학적이고 대놓고 교훈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등장인   물들의 성격을 극단적으로 대조시켜 놓고 자신이 읽는 이에게 주고자 하는 교훈을 정확하게 콕 짚어 말하고 있는 점에서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또 다른 그의 작품 <크리스마스 캐럴>의 이야기와 많이 닮아 있는 것 같다.

 

   파종, 수확, 저장의 3부로 나누어진 이야기의 도입부에 들어서면 씨씨가 탁월하게 실제적인 그래드그라인드 일가에 합류하게 된 과정을 그야말로 광대가 관객에게 익살맞게 이야기하듯 과장되고 역설적으로 표현한다. 이때만 해도 곡마단이라는 특이한 환경 속에서 자유롭게 생활하던 풍부한 상상력의 어린 소녀 씨씨가 주인공의 자리에 등장한다. 하지만 아버지에게 버림받은 가엾은 씨씨가 자신과 정 반대의 교육과 환경 속에서 성장한 그래드그라인드의 자식들과 함께 성장해가면서 겪을 이야기들이 펼쳐질 것이라는 기대를 하는 순간 씨씨는 사라진다. 대신 사실적이고 계산적인 교육을 받았던 루이자가 결혼을 하면서 자신을 온전하게 보호하던 울타리를 벗어나게 되고, 남편 바운더비와 제임스 하트하우스라는 인물에 의해 자신이 갇혀 있던 틀에서 뛰쳐나오는 이야기로 전개된다.

 

   도대체 씨씨는 어디로 사라져버렸는지 궁금할 때쯤 기다렸다는 듯 씨씨가 이야기의 마무리를 위해 나타난다. 너무나 친절하게도 아버지 그래드그라인드에 의해 봉인되었던 따듯한 인간성이 무엇인지 루이자에게 깨닫게 해줄 뿐만 아니라 혼란에 처해있던 상황을 해결사처럼 깔끔하게 정리해준다.

 

   이야기를 읽다보면 소설 속 등장인물들이 마치 계산된 것처럼 대기하고 있다가 필요한 모든 상황에 알맞게 등장해서 자신들이 맡은 역할을 충실히 해주고 있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그래서 어느 순간 책을 보는 것이 아니라 한 편의 잘 짜인 연극을 보고 있는 착각이 들 정도이다.

  

   지금처럼 영화나 텔레비전, 컴퓨터를 즐기던 시대가 아니었던 당시 사람들은 따뜻한 난롯가에 앉아 디킨스의 소설을 읽는 것이 커다란 즐거움이었고, 디킨스는 다른 어떤 작가보다도 소설의 오락 기능을 중요시하며 독자들에게 웃음을 선사했다는 사실이 충분히 이해가 간다.

 

   산업화로 어마어마한 부를 누리고 있는 영국 사람들이 상대적으로 가난하고 불행한 사람들에게 사랑을 베풀고 관심을 갖기를 바랐던 디킨스는 획일적이고 공리적인 교육의 폐단뿐 아니라 고용주와 고용인의 불합리한 관계에 대해서 대해서도 이야기하고 있다.

   고용주 바운더비, 일손 스티븐과 레이첼, 노동조합 대표 슬랙브릿지의 사이의 이해관계를 보다 보면 그것은 아직도 현재 진행형인 이야기이다.

 

   그 때도 지금도 미래에도 누군가에게는 어려운 시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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