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잎은 노래한다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67
도리스 레싱 지음, 이태동 옮김 / 민음사 / 2008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다섯째 아이>를 읽고서 참 독특한 내용이라 생각했었다. 너무도 평범하고 화목한 집안에 태어난 돌연변이 아이로 인해 해체되어 가는 한 가정의 이야기를 하면서 작가는 끝끝내 읽는 이에게 희망을 주지 않는다. 어떠한 해결책도 없이 끝나버리는 이야기에 실망하는 나에게 어쩌면 그것이 현실이라고 말해주고 있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작가의 또 다른 책 <풀잎은 노래한다>를 읽으면서 나는 정말이지 조금도 친절하지 않은 현실만 보여주는 작가에게 조금쯤 화가 나기도 했던 것 같다. 리얼리즘 작가가 보여주는 거짓없는 현실이기에 더더욱 그런 감정을 느꼈을지도 모르겠다.

 

 

   성실하게 자신의 삶을 가꾸어 나가려 노력하나 지지리 운도 따라주지 않고 일관성 없는 소심한 태도로 언제나 제자리의 삶만 영위해 나가는 리처드, 타인의 시선을 의식한 뒤로 자신의 소신을 잃어버리고 정형화된 사회의 굴레와 적응할 수 없는 환경 속에서 외로워하며 지쳐가는 메리, 인간으로써 당연히 받아야 될 작은 존중의 배신에 살인을 저지르고 마는 모세를 보노라면 삶에 조그마한 희망도 느낄 수가 없다.

   지나치리만큼 흑인을 경멸하고 무시하는 메리를 보면 자신의 처지에 대한 화풀이가 더해졌다 하더라도 너무 매몰차고 자신의 주제도 모르는 처신이라는 생각이 들지만 메리가 속한 사회에서 흑인을 인간적인 마음으로 동등하게 또는 친절하게 대했더라면 읽는 이에게 만족을 주었을지 모르나 오히려 같은 백인들에게 차가운 시선을 받으며 그 사회에서 추방되었을지도 모른다.

   리처드 또한 메리보다는 흑인들에게 조금의 인간성을 느끼고 있지만 기본적인 의식의 밑바탕에는 흑인을 천대시하는 기본적인 백인의 성향이 깔려있다.

   적응하려 노력해도 적응할 수 없는 환경 속에서 오락가락하는 메리의 정신상태는 읽는 내내 안타깝다 못해 답답한 마음에 옆에 가서 옆집 아줌마처럼 참견이라도 해주고 싶을 지경이었다. 찰리의 아내를 열등감과 자존심 때문에 멀리한 그녀가 나의 조언을 참고하지 않았을 수도 있겠지만...

 

 

   현실, 그것은 과연 내가 만들어 갈 수 있는 것인가? 글쎄 노력은 할 수 있지만 나의 노력으로만 이루기에는 사회적 편견과 주변 상황의 영향을 무시하기도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삶, 참 쉽지 않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