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의 우연한 시선 - 최영미의 서양미술 감상
최영미 지음 / 돌베개 / 2002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이 그림의 모델은 누구였을까? 그러나 지금은 그녀도 죽고 그도 죽고 오로지 화가의 따뜻하면서도 잔인한 시선만이 남아 있는 것이다.' 미술작품에 대해 실로 적나라하게 표현한 글이 아닐 수 없다. 역시 시인다운 멋진 표현이다. 화가의 따뜻하면서도 잔인한 그 시선에 포착된 대상이 때론 그녀로 이야기된 모델일 수도 있고 풍경, 정물, 또는 화가 자신이 될 수도 있다. 그 시절에 화가들의 시선으로 표현된 그림의 그들이, 또는 그 대상이 없어진 지금까지도 그림만은 남아 수많은 시선에 의해 제각기 다른 느낌, 다른 감동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 책을 보면서 나는 화가의 시선에 최영미라는 시인의 시선을 더해 그림들을 감상했다.
내가 예전에 보았던(혹은 처음 보는 그림도 있었지만) 그림들을 이 작가는 이렇게 느꼈구나, 나는 어떤 느낌을 받았었나, 그리고 이 책을 읽는 지금 어떤 느낌을 받고 있나를 생각하며 읽다보니 나 또한 같은 그림일지라도 내 나이, 환경, 그때 그때의 기분, 그림에 대한 지식 정도에 따라 다른 감동과 느낌을 받았었다는 생각이 든다. 미술을 전공한 나로서는 미술관련 서적을 읽을 때만큼은 두 아이의 엄마, 한가정의 주부가 아닌 나의 꿈을 다시 만나 그 속에 빠져있던 때로 돌아간 것 같은 들뜨고 흥분되는 작은 행복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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