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체 불만족
오토다케 히로타다 지음, 전경빈 옮김 / 창해 / 2001년 3월
평점 :
품절


고백하건대 이 책의 제목 <오체 불만족>을 보고 나는 대다수의 오체 만족(?)자들이 가지고 있을 시선으로 오토를 불쌍하고 가엽게 바라보았을 뿐만 아니라 꺼림직한 마음마저 가졌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책을 얼마 읽지 않고서도 오토보다 내가 더 불쌍하고 가여운 사람임을 깨닫게 되었다.

오토의 성장과정을 보면 오토 본인도 대단하지만 그의 부모님에게 경의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처음 오토를 대하고 '어머 귀여운 우리 아기...'라고 했다던 오토의 어머니는 보통 사람은 아님에 틀림없다. 일반적인 엄마들은 아이가 태어나면 손가락 발가락 수부터 헤아릴 정도로 아이의 장애에 대해 공포감마저 가지고 있다. 오토의 부모처럼 초음파가 없던 시절에 아이의 장애를 모르고 낳았다 하더라도 비관하고 숨기려 하거나 심지어 아이를 포기하는 일이 허다하기 때문이다.

나는 책을 읽는 내내 우리나라의 '인간극장'에 출현했었던 한 아이가 머리 속에서 지워지지 않았다. 오토처럼 사지절단증으로 태어난 그 아이는 부모에게 버림받고 한 교회에서 자라고 있었다. 만약 그 아이가 오토의 부모와 같은 사람들을 만났더라면 그 아이도 오토처럼은 아니더라도 자기를 사랑해주는 사람들 속에서 적어도 버림 받았다는 생각은 하지 않고 자랄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안타까움 때문이었다.

그런 면에서 오토는 그가 말하는 것처럼 참으로 행복한 사람인 것 같다. 그의 주위에 마음의 장애가 없는 사람들을 많이 만나 장애인으로 느끼기보다 개성으로 생각하고 살 수
있었으므로 ...
물론 모든 것을 나쁘게 보다는 좋은 면만 보려는 오토의 천성이 더해 졌기에 가능한 것이었으리라.

이 책을 읽고 나서 내가 가지고 있었던 마음의 장애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최근의 나태하고 안이한 삶이라던가, 스스로 노력하기보다는 현실을 비관적으로만 바라보던 시각이라던가...이러한 마음의 장애가 인생을 우울하고 무미건조하게 만들어 가고 있었음을 깨 닫았다.,그런 의미에서 요즘 같은 시기에 이 책이 나에게 얼마나 많은 의미와 힘을 주었는지 모른다.

특히 '내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이 이 세상에는 반드시 있다'는 말이 내 가슴에 찡하게 와 닿았다. 나를 하찮게 여기지 않고 끊임없이 자신을 사랑하며 목표를 갖고 노력해야겠다는 일깨움을 주었을 뿐만 아니라 '나는 빠리의 택시 운전사에서 나왔던 똘레랑스 정신의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해주는 계기가 되었다.

신체는 만족, 그러나 인생은 불만족이었던 나와 같은 사람들은 전동휠체어에 앉아 환하게 웃고 있는 오토의 이야기를 꼭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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