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소와 도깨비 우리 작가 그림책 (다림) 1
이상 글, 한병호 그림 / 다림 / 199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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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작가 이상이 남긴 단 한편의 동화'라는 타이틀만으로도 가슴을 두근거리며 책을 신청했다. 내가 한 때, 그리고 지금도 너무나 좋아하는 작가 이상의 동화라니...그의 작품이라면 수필, 시, 소설까지 모두 섭렵했다고 자부했었는데 동화라는 분야에 그의 작품이 남아 있을 줄이야..

이 책을 보았을 때 오래된 보물을 우연히 발견한 듯한 기쁨과 함께 혹 동명 이인의 다른 작가가 쓴 것은 아닌가 하는 의혹마저 들었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작가 이상의 분위기와는 너무 맞지 않는 분야이기 때문이다.이 책의 내용을 보면 더욱 그런 생각이 들게된다.
그가 소설이나 시에서 보여주었던 현실을 비꼬는 듯한 자조적인 내용과는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내용은 돌쇠라는 청년이 난처한 상황에 빠진 도깨비를 구해 주기 위해 자신이 아끼는 황소 뱃속에 한 달간 도깨비를 숨겨 주고 도깨비는 그 보답으로 황소의 힘이 세어지게 해준다는 지극히 동화적인 은혜와 보답의 교훈이 담긴 이야기다. 그럼에도 아주 옛이야기처럼 권선징악을 과장하기 위해 도깨비가 무섭게 묘사되거나 전혀 해학적이지 않고 돌쇠와 황소의 끈끈한 우정이 잔잔하게 묘사된다.

말 한마디 없이 주인을 믿고 따르는 황소와 도깨비를 구해주기 위해 자신이 아끼는 황소 뱃속에 숨겨 주기는 했지만, 혹여 황소가 다칠까 마음 쓰는 돌쇠, 여기서는 도깨비가 보답으로 주는 부와 힘은 전혀 중요시 생각되지 않는다. 이 이야기의 끝에서도 돌쇠는 황소의 무사함과 다른 이를 구해준 자신에 대해서만 뿌듯해한다.

이 책을 읽고 나서 나는 처음과 달리 이상이라는 작가의 다른 면모를 보았다기보다는 그가 가지고 있던 여리고 따듯한 마음이 아이들에게 전달되는 동화책에서는 있는 그대로 표현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나처럼 이상을 사랑하는 분들이라면 꼭 한 권쯤 가지고 싶어할 책이라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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