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키호테
미겔 데 세르반테스 지음, 박철 옮김 / 시공사 / 2004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결코 만만치 않은 두께의 돈키호테 완역서 도입부를 보면서 그동안 내가 알고 있던 돈키호테와는 조금 다른 모습의 돈키호테를 발견했다.
   널리 알려진 고전들은 오랫동안 내용의 줄거리나 가장 유명한 내용( 돈키호테에서는 돈키호테가 막무가내로 풍차에 돌진하는 모습)을 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 있어서 나도 모르게 그 책을 읽었다고 착각하게 되거나 혹은 알고 있다고 착각하게 되지만 실상 완역본을 읽다보면 내가 알고 있는 부분들은 극히 빙산의 일각임을 깨닫게 된다.
   돈키호테도 마찬가지로 내가 알고 있던 돈키호테와는 조금 달랐다. 내 머리 속에 막연하게 남아있던 돈키호테의 모습은 오십 줄에 접어든 나이 든 돈키호테보다는 젊고 그다지 마르지 않은 괴짜였다.
   마른 체격의 시골 귀족으로 기사소설에 빠진 미치광이 돈키호테가 보여주는 에피소드들은 책을 읽는 내내 어이없는 웃음을 짓게 만들었다. 스스로 생각하는 정의의 행동으로 황당한 사건을 일으키고 결국은 죽지 않을 만큼 얻어맞아 만신창이가 되는 모습들을 보면서 기사라 자칭하는 이들의 무모한 용맹성을 엿볼 수 있었다.
   내가 생각하고 있던 것과 또 다른 내용은 1부가 다 끝나도록 결국 자신의 공주님인 둘시네아와 한 번도 만나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그 뿐 아니라 1부에서는 둘시네아가 등장인물들의 말 속에서만 등장할 뿐,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다.
   지금에 와서 고전들, 그리고 완역본을 하나씩 읽기 시작하면서 두 가지의 즐거움을 얻는다. 하나는 내가 제대로 알고 있지 못했던 것을 제대로 알게 되는 기쁨이고 또 하나는 줄거리에서 얻을 수 없는, 완역만이 줄 수 있는 온전하게 작가가 말하고자 했던 이야기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시대를 초월하여 사랑 받는 작품들을 보며 느끼는 것은 시간과 장소를 떠나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인간의 모습, 인간의 심리를  잘 그려내고 있다는 것이다.
   돈키호테의 모습을 보면 우리의 삶 속에 항상 존재하고 있는 누군가의 모습을 그려내고 있다. 사람들은 자신의 주변에 엉뚱하고 외골수적인 사람을 보면 쉽게 돈키호테에 비유하곤 한다.
   산초의 모습은 어떤가. 어수룩하면서도 현실적이다. 자신이 필요한 부분에서만큼은 철저하게 돈키호테의 생각에 동조한다. 아마도 요즘 대다수의 사람들에서 볼 수 있는 모습인 것 같다.

   죽음의 문턱에서 제정신을 찾는 내용을 담은 2부가 기다려진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