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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 물고기
J.M.G. 르 클레지오 지음, 최수철 옮김 / 문학동네 / 1998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황금 물고기로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르 클레지오를 처음 만났다. 첫 만남이어서 일까 작가와 공감대를 형성하기가 어려웠다.
우선 주인공 라일라는 내게 흑인 여자 아이라는 인상을 남기지 못하고 책을 읽는 내내 라일라의 외모가 서술될 때나 라일라와 같은 처지의 흑인들이 라일라에게 동료애를 느낄 때마다 주인공 라일라가 흑인 여자 아이라는 사실을 한편에 의구심을 품은 채 재확인해야 했다.
미국이라는 나라에 흑인 대통령이 탄생한 지금에도 내 머리 속에는 흑인이란 가난과 질병, 전쟁 속에 박해 받는 민족이라는 이미지가 너무 강하게 남아 있었기 때문인가 보다.
그래서인지 조라와 아벨처럼 라일라를 구박하는 사람 몇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라일라에게 호감을 갖고 물질적, 교육적으로 도움을 주려 한다는 것이 쉽게 수긍하기 어려웠다.
그렇다고 자신의 의지와 관계없이 유괴 당한 어린 시절부터 주위의 사람들에게 지배 받고 국적 없이 떠도는 라일라의 삶이 결코 평탄한 것은 아니었지만 라일라에게는 어느 정도 자신의 의지로 삶을 개척해 나갈 기회가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번번이 자신의 정체성을 잃은 채 헤매 다니다가 엘 하즈 할아버지와 하킴과의 만남으로 자신의 뿌리를 찾아 가게 된다.
이 책을 다 읽고 나는 한번쯤 작가를 의심해 보지 않을 수 없었다. 르 크레지오를 처음 접한 나로서는 너무 섣부른 생각일지도 모르지만 백인 지식인으로써의 그가 오랜 세월 핍박의 역사를 안고 살아 온, 그리고 부족 간의 싸움과 질병과 가난 속에 살아온 흑인을 완전히 공감할 수는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