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러디 메리 2
필리파 그레고리 지음, 윤승희 옮김 / 현대문화센터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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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헨리 8세와 에드워드 6세의 종교개혁 사업을 부정하고 구교 부활에 주력하여 많은 신교도를 처형한 메리 여왕, 그녀는 역사의 한 페이지 속에서 ‘피의 메리’로 불린다.
   그러나 이 소설에서는 역사적으로 잔인한 악녀 이미지의 메리 여왕을 한나라는 여왕의 광대를 통해 지극히 인간적인 한 여인의 모습으로 그려내고 있다.

   메리의 어린 시절은 불행, 그 자체였다. 헨리 8세의 사랑 없는 결혼으로 태어난 메리는  캐서린과의 결혼을 근친상간으로 치부함에 따라 사실상 사생아가 되었다. 새 왕비가 된 앤 불린은 헨리에게 딸 엘리자베스를 낳아주고 메리가 부모와 만나지 못하도록 막았으며 왕위 계승 자격을 박탈하고, 어린 엘리자베스 앞에서 시녀처럼 행동하도록 강요했다. 메리는 어머니 캐서린을 다시는 볼 수 없었으나 위험을 무릅쓰고 비밀리에 편지를 교환했다.
 
   앤 불린의 미움으로 메리는 끊임없이 처형의 두려움에 시달려야 했으나 그녀는 어머니의 용기와 아버지가 가진 불굴의 심성을 겸비하고 있었다. 메리는 자신이 사생아가 되었다는 점을 인정하지 않으려 했고 수녀원에 들어가라는 지시를 받는다해도 그렇게 할 생각이 없었다. 헨리 8세는 앤 불린에게 불만을 가지게 된 뒤, 메리에게 자신이 영국국교회의 수장임을 인정하고 캐서린과의 결혼이 "근친상간에 따라 불법"이라는 점을 받아들인다면 용서하겠다고 제의했다. 메리는 이를 거부하다가 카를 5세에게 설득되어 결국 받아들였다. 그러나 나중에 이것을 깊이 후회했다. 헨리는 비로소 메리와 화해하고 그녀에게 지위에 어울리는 거처를 주는 한편 또 다른 약혼계획을 세웠다. 메리는 헨리의 3번째 왕비인 제인 시모어의 아들 에드워드 왕세자의 대모가 되었다.

   자신의 어머니와 같은 종교를 부정하고 자신이 사생아임을 인정하게 만든 신교를 인정함으로써 왕위에 앉은 메리 여왕이 자신을 능멸하고 배신한 신교를 용서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그런 그녀 옆에는 종교적 화해를 주선하는 이들보다는 그 당시 영국에서 갑작스레 바뀐 국교로 인하여 피해를 받던 이들이 메리 여왕의 즉위와 함께 자신들의 이익을 되찾기 위해 기회를 적극 이용하려 하였다. 그리고 그것을 지키기 위해 어떻게든 또 다시 신교가 자리 잡는 것을 막기 위해 엄청난 종교 탄압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어린 시절의 불행은 결혼 생활로도 이어졌다. 30대 후반에 11살 연하의 남편과 맺은 정략결혼은 당연한 결말을 예고한 것이기도 했다. 두 번의 상상 임신과 남편으로부터도 버려졌다는 비참함으로 그녀는 몸과 마음이 피폐해지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여왕으로 살아가기에 그녀에게 주어진 환경은 무엇 하나 이로울 것이 없었기에 그녀의 한 평생은 불행하게 끝나고 만다. 많은 신교도들을 화형에 처한 잔혹한 군주로 역사 속에 남았지만 그녀 또한 기구한 운명을 타고난 비운의 여왕이기도 하다.

   누군가를 사랑하고 사랑 받으며 행복하게 살아 갈 수 있는 권리를 박탈당한 어지러운 시대의 여왕들에 비해 자신의 인생을 개척하며 사랑을 찾아 간 주인공 한나는 말한다.
   “나는 사랑 때문에 가슴 아파하는 여인을 봤어요. 그분은 메리 여왕이에요. 그리고 사랑을 피하려고 영혼을 망가뜨리는 또 다른 여인도 봤어요. 그분은 엘리자베스 공주님이고요. 난 메리 여왕도, 엘리자베스 공주도 되고 싶지 않아요. 나는 나, 한나 카펜터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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