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 2 - 세계신화총서 6
쑤퉁 지음, 김은신 옮김 / 문학동네 / 2007년 8월
평점 :
절판


 

   소설 <눈물>은 나에게 뜻밖에 다가온 반가운 선물이었다. 민음사의 <중국신화전설 1>편에 이어 <중국신화전설 2>편을 다 읽어 갈 즈음에 눈물로 만리장성을 무너뜨린 맹강녀 이야기를 소재로 쓴 소설을 만났으니 얼마나 반가웠겠는가. <중국신화전설 2>편이 모두 21장으로 나뉘어져 있는데 바로 20장에 만리장성과 맹강녀의 이야기가 실려 있었다.

   올해 나는 이런 경험이 두 번째다. 조정래 씨의 아리랑, 태백산맥, 한강을 읽고 나서 영화 <화려한 휴가>를 만났을 때가 첫 번째 반가움이었다. 소설 한강의 주인공들이 광주로 떠나기로 하면서 조정래 씨의 한국 근현대사를 배경으로 한 장대한 장편 역사소설 시리즈는 끝을 맺는다. 무려 32편의 소설을 읽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끝나지 않은 듯 답답함을 느끼던 차에 마치 그 답답함을 해소시켜 주기라도 하듯 나를 광주의 가슴 아픈 현장으로 이끈 영화 <화려한 휴가>를 보면서 나는 그야말로 눈물 콧물 흘려가며 펑펑 울었었다. 눈물을 흘리며 책을 읽는 내내 가슴 속에 품었던 아픈 역사에 대한 슬픔의 절정을 맛봄과 동시에 아이러니하게도 가슴에 맺힌 답답함이 해소되는 시원함을 느꼈었다.

   소설 <눈물> 또한 중국신화전설을 읽으면서 서양신화에는 익숙하면서도 동양의 전설, 신화에는 무지함을 자각하며 느꼈던 목마름을 해소시켜 주기에 충분했다. 

   겨우 20페이지도 안 되는 전설을 소설책 2권 분량으로 풀어 놓은 작가의 필력도 놀랍지만 소설 내용에서 보이는 작가의 상상력은 더욱 놀랍다. 눈물 때문에 억울한 죽음을 당한 조상들 때문에 다른 신체 부위로 눈물을 흘리는 법을 익히는 사람들 이야기며, 아들을 찾는 눈 먼 어머니의 혼이 실린 청개구리, 실제 말을 대신하여 사람을 태우고 사냥을 하는 말인간, 감정을 잃어버린 사슴인간, 다섯 가지 맛이 섞인 눈물로 달인 약을 먹어야만 하는 사람 등 읽다보면 현실에서 붕 떠 있는 느낌이다.

   무엇보다도 이 소설을 비현실적으로 만드는 것은 역시 주인공 비누다. 전설 속 맹강녀는 진시황제와 만나 진시황제의 애정공세를 이용하여 남편 만희량의 묘도 만들게 하고 진시황제가 만희량의 묘에 사죄하게도 하고 서 자신은 결국 남편을 따라 강물에 몸을 던지지만 비누는 처음부터 끝까지 치량에게 겨울옷을 가져다주겠다는 일념 하나로 현실적인 모든 것을 거부하고 머리에서부터 눈물을 흘리기 시작해 온몸으로 눈물을 흘리다가 비누에게 닿는 것마저 눈물을 흘리게 만든다. 마치 그녀는 사람이라기보다는 눈물 그 자체인 것 같다.

 

   눈물로 범벅이 된 미련하리만큼 비현실적인 그녀의 집념은 때로 보는 이를 지치게 하기도 하지만 책을 덮으면서 스스로에게 묻게 된다. 무엇이 현실적인 것인가? 약게 사는 것을 현실적인 삶이라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비누가 흘린 눈물의 가치는 무엇인가? 때로 많은 사람들이 비현실적이라고 여기는 삶 속에서 빛나는 가치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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