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사랑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80
이반 투르게네프 지음, 이항재 옮김 / 민음사 / 200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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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년 블라지미르는 다섯 살이나 연상인 지나이다에게 첫사랑의 감정을 느낀다. 열여섯의 나이만큼이나 어리고 무모한 사랑은 사랑을 증명하기 위해 4미터 높이에서 뛰어내리기도 하고 연적을 제거하기 위해 칼을 품고 어두운 밤을 서성이기도 한다. 그러한 자신의 행동에 수치스러움을 느끼면서도 지나이다에게로 향한 발걸음을 멈추지 못하고 지나이다가 뻗치는 작은 손길 하나에도 새로운 사랑의 희망으로 열병을 앓는다. 
   그러나 결국 지나이다가 사랑하는 사람이 자신의 아버지임을 알고 충격을 받지만 아버지를 질투하거나 미워하지 못한다.

   ‘그렇게 세련되게 침착하고, 자존심 강하고, 전제적인 남자를 본 일이 없다....... 나는 아버지만큼 말을 잘 타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 아버지가 말을 탄 모양은 아주 멋있고 또 아무렇게나 말을 다루는데도 날쌘 솜씨가 엿보였다. 그래서 아버지를 태운 말조차 그 사실을 느끼고 자랑스럽게 여기는 듯했다.’ 
   이러한 아버지이기에 한 남자로써 지나이다가 사랑할 만한 조건을 갖추고 있음을 스스로도 느끼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이것이 사랑인가 보다” 그날 밤 노트와 책들이 펼쳐 있는 책상 앞에 앉아서 나는 다시 이렇게 중얼거렸다. “이것이 열정이다!......” 어떤 사람한테서, 비록 자기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한테라도 그렇게 맞으면!...... 분개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은데! 그러나 사랑에 빠지면 그럴 수도 있는가 보다....... 그러면 나는 ....... 나는 상상했다.......’ 
   블라지미르는 자신과는 또 다른 지나이다의 열정적이고 맹목적인 사랑을 보면서 풋사랑을 가슴에 묻고 성인이 되었다. 

   지나이다의 사랑은 블라지미르가 느낀 것처럼 어린 소년의 첫사랑과는 또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자신을 흠모하는 남자들을 조롱거리로 삼을 정도로 도도하고 냉소적인, 그것마저 아름답게 보이는 그녀가 너무나 반대되는 모습으로 한 남자를 사랑하는 것이다. 
   그러나 모든 아픔을 감수하면서도 사랑할 수밖에 없었던 그녀와는 달리 그녀의 사랑에 대해 블라지미르의 아버지는 아들에게 다음과 같은 내용이 담긴 편지를 남긴다. 
   '내 아들아, 여자의 사랑을 두려워해라. 그 행복, 그 독을 두려워해라.......

 

 

   첫사랑 
   설레는 기대감으로 이 단어를 대하던 때가 있었다. 그러나 기대처럼 아름답지만은 않았다. 주인공 블라지미르와 지나이다처럼 첫사랑은 어설프면서 맹목적이었고 아픔이었고 그러나 인생에 있어 또 다시 가질 수 없는 소중한 경험이었고 행복이었다. 
   지금도 이른 가을 새벽공기가 내뿜는 향기와 함께 아련한 그리움과 추억으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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