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
포리스트 카터 지음, 조경숙 옮김 / 아름드리미디어 / 2003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어른들은 아이들이 울면 웃게 만들어 놓고 도리어 “울다가 웃으면 엉덩이에 털 난다”며 재미삼아 놀려준다. 그런데 이 책은 반대로 책을 읽는 중간 중간 나를 피실 피실 웃게 하다가 책을 다 읽어갈 무렵에는 휴지를 옆에 놓고 코를  팽팽 풀어가며 훌쩍거리게 만들었다.


   때로는 어처구니없을 만큼 상황에 따라 어린아이처럼 자기 편한 데로 해석해 버리는 할아버지의 모습과 도회지에서 온 위스키 판매업자들을 시침 뚝 떼고 골탕 먹이는 작은 나무와 할아버지의 능청스러운 모습에 웃었고 외면할 수 없는 현실 속에서 작은 나무가 할아버지, 할머니와 헤어져 마음의 상처를 입었던 장면과 거역할 수 없는 시간의 흐름 속에서 할아버지 할머니를 떠나보내는 장면에서는 죽음을 조용히 받아들이고 떠나는 그들과 달리 슬픔에 겨워 소리 내어 울 수밖에 없었던 작은 나무와 함께 울었다.


   책을 덮고 마음이 참 복잡했다.

   한 권의 책 속에 너무나 여러 가지 문제들이 담겨 있어 많은 생각을 하게했다.

  

   우선 내 나라가 있음에 감사했다.  

   비록 그들이 너무도 선한 민족 이였기에 자신들의 땅을 빼앗길 수밖에 없었지만 결국 자신들의 영역을 지키지 못한 대가로 그들은 인종차별 속에서 자신들의 권리를 누리지 못하고 살아야했다. 직접 겪어 보지는 않았어도 우리에게도 가까운 역사 속에 그들과 같았던 때가 있었기에 나라 잃은 설움 없이 살고 있는 지금의 내가 얼마나 행복한 것인가에 대해 감사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주관적 행복과 객관적 행복 사이에서 우리는 어느 쪽에 더 비중을 두고 살 것인가 하는 문제이다.

   작은 나무는 주관적인 면에서 행복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자연 속에서 자신을 아껴주는 할아버지 할머니와 정말 행복했다. 그러나 한 발자국 떨어져서 객관적인 시선으로 작은 나무의 장래까지를 바라보았을 때 과연 작은 나무를 그런 환경 속에 계속 살게 하는 것에 찬성할 수 있을까......, 행복한 어린 시절의 추억만을 남겨 둔 채 할아버지 할머니는 떠났고 작은 나무는 어린 나이에 현실 속에 남았다.  

   작은 나무는 할머니의 가르침에 대해 이야기 한다. “사람들은 누구나 두 개의 마음을 갖고 있다고 하셨다. 하나의 마음은 몸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것들을 꾸려가는 마음이다……. 자기 몸이 살아가려면 누구나 이 마음을 가져야한다. 그런데 우리에게는 이런 것들과 전혀 관계없는 또 다른 마음이 있다. 할머니는 이 마음을 영혼의 마음이라고 부르셨다…….   몸을 꾸려가는 마음이 그보다 커지면, 영혼의 마음은 땅콩 알만하게 줄어들었다가 결국에는 그것마저도 완전히 사라지고 만다……. 그런 사람들은 살아 있어도 죽은 사람이 되고 만다……. 욕심을 부리지 않아야 비로소 이해라는 것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더 많이 이해하려고 노력하면 영혼의 마음도 더 커진다……. 할머니는 이해와 사랑은 당연히 같은 것이라고 하셨다. 이해하지도 못하면서 사랑하는 체하는 사람들이 있긴 하지만, 그런 사랑은 진정한 사랑이 아니라고 하시면서…….” 


   나는 아직 몸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것들을 꾸려가는 마음이 더 큰가보다. 올바른 인디언들의 생활 철학이 몸에 밴 작은 나무가 앞으로의 미래를 잘 헤쳐나가리라 생각하면서도 아이들을 키우는 부모의 입장에서 험난한 세상에, 그것도 인종적인 차별 속에서 살아야할 작은 나무가 걱정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더 많이 이해하려고 노력하며 살아야겠다. 진정으로 사랑할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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