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긋지긋한 이사 10대를 위한 책뽀 시리즈 1
마리안네 일머 엡니허 지음, 김세은 옮김, 라파엘라 라착 그림 / 리잼 / 2006년 11월
평점 :
절판


 

   사람은 우선적으로 자신이 경험한 것에 비추어 모든 것을 생각하게 되어 있나보다. 이 책의 제목을 보면서 주인공도 나의 어린 시절만큼이나 지긋지긋할 정도로 이사를 많이 했나보다 하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런 나의 예상과는 전혀 엉뚱하게 엄마의 이혼, 할머니와 엄마의 갈등과 화해로 인해 3개월 만에 다시 제자리로 이사하게 된 로비의 이야기였다.

 

   세월에 따라 세상도 변한다는 것을 실감한다. 내가 어렸던 시절에는 가난한 형편에 단칸방에 살면서도 서로 의지했고 집을 가진 사람들이 많지 않던 시절이라 그런 단칸방에서도 리어카에 간단한 이삿짐을 실고 새로운 집을 찾아 때때마다 이사를 다녀야했었다. 사실 생각해 보면 어른들에게는 지긋 지긋하게 느껴질 수도 있었던 이사가 아이들에게는 새로운 집과 만나는 설렘도 느끼게 해 주었었다.

   그러나 요즘의 이사 풍속도 중엔 한 집에서 두 집으로 갈라지는 이사도 적지 않게 많아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그런지 동화를 읽다보면 유독 이혼가정과 그 속에서 마음 아파하는 아이들의 이야기가 많이 눈에 띈다. 또한 새 아빠와 새 엄마의 이미지도 예전 동화처럼 나쁜 엄마 나쁜 아빠가 아닌 이혼으로 생긴 상처를 감싸줄 수 있는 새로운 가족으로 많이 그려지고 있다.


   세상은 예전보다 살기 좋아졌는데 아이들은 오히려 정서적으로 황폐해져 가고만 있다. 로비의 아빠처럼 술주정뱅이에 문제가 있는 아빠일 때는 어쩔 수 없다하더라도 이혼의 근본적 원인이야 당사자들 밖에는 모르겠지만 표면적으로 성격 차이니 생활고니 해서 쉽게 헤어지고 헤어지면서는 아이들을 나 몰라라 하는 경우가 너무 많다.

   다행히 로비의 엄마는 로비를 책임지기 위해 열심히 일하고 있지만 아이에겐 부모의 빈 자리가 너무 크다.

   “엄마는 아무것도 거들떠보지도 않았어요! 엄마는 엄마 자신한테만 신경 쓰니까요!”

   이것은 비단 이혼한 가정뿐 아니라 이혼하지 않은 가정의 아이에게서도 들을 수 있는 말이다. 치솟는 물가와 아이들 학원비에 맞벌이 가정이 늘어나면서 아이들은 열쇠와 핸드폰을 챙겨들고 학교와 학원을 맴돌고 있다. 아이들의 장래를 위해서라고 하지만 물질적인 풍요만으로는 채워질 수 없는 아이들의 마음을 진정으로 생각해 보아야할 것이다.


   이것은 또한 나 스스로에게 던져보는 말이기도 하다. 진정 아이가 부모에게 무엇을 바라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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