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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수동 타이거스 - 2013년 제1회 한국경제 청년신춘문예 당선작
최지운 지음 / 민음사 / 2013년 3월
평점 :
옥수동 타이거스, 제목이 마음에 들었다. 개인적으로 동호대교를 타고 강남에서 강북으로 넘어갈 때, 왼쪽에 보이는 나름 운치있는 집들을 좋아한다. 그리스의 어떤 도시처럼 세련되고 고풍스런 건물들. 나에게 옥수동의 이미지는 그런 것이었다. 이 책을 읽으며 옥수동의 달동네와 재개발이 언급되길래 처음엔 픽션이라서 그런가보다 했다. 계속 읽다가, '혹시……?'하는 마음으로 찾아보니, 정말이었다. 어느 블로그에서 옥수동 달동네의 사진들을 구경하다 보니, 이 책의 내용이 한결 생생하게 다가오는 듯 했다.
이 책을 읽으면서, 학창시절 나의 로망이 떠올라 두근거리기도 했다. 그 시절의 나는, 학교에서 '엄청 노는데 성적은 엄청 엄청 좋은 아이'였다. 이 리뷰를 보게 되실 많은 분들과 나의 동창생들의 야유가 들리는 것 같지만..^^; 사실이 그랬다. 엄하신 부모님-내가 고등학교 졸업할 때까지만이었고, 그 후로는 그 어느 부모님보다도 방임주의를 일관하시는-아래 그 누구보다도 자유를 갈망하던 나는, 부모님의 통제를 벗어날 틈을 교묘히 찾아 일탈을 했다. 하지만, 그런 나의 일탈은 내가 서울의 SKY로 진학해야만 온전히 완결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SKY가 아니면 서울로 대학갈 생각을 하지 말라시던 아버지-그런데 재밌는 것은 대학 4년 내내 등록금 및 생활비를 내가 과외와 학원 알바로 벌었다는 것-의 말씀에 나의 살길은 그 뿐이라고 생각해서 공부를 열심히 했다. 그렇지만 정말 노는 것도 열심히 놀았다. 아마 나와 동일한 세대의 분들이면 공감할 것이다. 나의 학창시절 당시, 놀면서도 의리를 아는, 사람의 도리를 아는 그런 남고생들의 일대기를 다룬 만화가 유행했다는 것을. 나는 여학생이었지만, 그런 것을 동경했다. 다름이 아니라, '자유'. 그 자유가 그 때 당시는 너무나도 부러웠다. 나는 고등학교를 다니면서 매일 울었으니까. 특별히 슬픈 일이 있어서가 아니라, '자신이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장소에 있을 수 있는 자유'가 너무도 부러워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보충 수업 및 야자를 빼먹으며 놀러 다니는 일뿐이었다.
정말 신기하게도, 옥수동 타이거스에는 내가 그 시절 꿈꿨던 로망과 그 후에 내가 교생이 되어 생각했던 일들이 그대로 담겨있었다. 그랬다. 나는 자유에 대한 집념으로 S대 사범대로 진학하여, 2007년 교생 실습을 했다. 이 소설 속 주인공들이 용공고에 재학 중이던 해이기도 하다. S대, 아니 그냥 서울대라고 하자.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부속중학교는 서울대의 위치와 멀리 떨어진, 고려대 근처에 있다. 우스갯소리로 서울사대부중 학생들은 서울대 고대를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다고, 서울사대부중 선생님들께서 말씀하셨다. 교생으로 늘 오는 사람들은 서울대 사람들이요, 학교 오다 보는 사람들은 고대 사람들이라고……. 그런데 그 학교 아이들은 정말 많이, 이 소설 속의 아이들과 닮아 있다. 한 반의 아이들 중에서 양친이 모두 계시는 가정이 별로 되지 않는다. 그나마도, 부모님 중 한 분이라도 수입이 일정한 직업을 갖고 있는 경우는 흔치 않다. 나는 그 때 교생 실습을 했을 당시, 강남구 대치동에서 학원 강사를 하고 있었다. 낮에는 안암동 아이들을, 저녁에는 대치동 아이들을 만났다. 그리고, 그 아이들은 너무나도 달랐다. 마치 용공고와 중앙외고의 느낌이랄까. 그렇기에 더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처음부터 시작점이 다르다는 것, 사교육의 중심에 있는 나는 정말 공감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면서 사대부중의 한 아이가 생각이 났다. 내가 맡은 반은 중학교 3학년 반이었는데, 한 아이가 유독 앳돼 보였다. 나중에 알고 보니 실제 나이가 다른 아이들보다 2살 어리다고 했다. 그 아이는 흔치 않은 '월반'을 한, 엄청난 부잣집 아이었다. 서울사대부중 교사진이 대부분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출신이기에, 아이를 이 학교로 보냈다고 한다. 확인되지 않은 얘기이지만, 다른 애들이 말하기를 그 아이의 아버지가 학교에 오신 적이 있는데 람보르기니를 타고 오셨다고..^^그 부분에 관한 기억은 어쩌면 소설보다 더 아름답다. '보통' 사람들이 '흔히들' 생각하기에, 그 2살 어린 부잣집 아이는 소외되고 왕따를 당할 것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렇지만, 놀랍게도 그 아이는 2살 많은 형들의 귀여움을 받으며 반의 재간둥이이자 우등생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었다. 그런데 소설을 읽으면서, 오히려 더 짠하게 느껴지더라. 소위 말하는 '금수저를 입에 물고 태어난' 친구(동생?)를 그 아이들은 어떻게 생각했을까. 다시 곰곰히 생각해보니, 아마도 속으로 많이 부러워했겠지. 그 때는 나도 나름 20대 초반이었기 때문에 어렸다. 그래서, 겉으로 보여지는 것으로만 판단하고 말았다. 아이들의 마음 속 이야기까지 헤아릴 수 없었다. 그 아픔을 헤아리지 못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후회되는 것이 많다. 이 소설에서 재덕이가 할머니와 같이 사는 것이 나왔는데, 그 또한 내 마음을 아프게 했다. 교생 시절, 할머니와 살던 어느 학생이 아침에 보낸 문자. '선생님, 할머니가 돌아가셨어요……' 왜 그 때, 달려나가서 다독여주지 못했을까. 말로만 위로하고 말았을까. 아직까지도 내 마음을 한없이 무겁게 한다.
옥수동 타이거스는 참 재미있는 소설이다. 그러나, 내가 이 책을 다 읽고 난 후 마음이 가볍지 않은 것은 주인공 오호장군 아이들의 모습이 내 어릴 적 워너비와 교생 시절 제자들의 모습에 투영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나는 그들처럼 자유로우면서도 누군가를 지켜주는 영혼이고 싶었으며, 내 제자들의 꿈에 그들의 환경이 발목을 잡지 않길 바랐다. 현재의 나는 너무나도 자유롭다. 자유를 갈망하며 울었던 것이 무색할만큼. 마음이 더욱 강한 사람이 되어 누군가의 울타리가 되고 싶다는 점은 변하지 않는다. 나의 꿈은 현재진행형이다. 나는……, 괜찮다.
다만, 지금은 연락이 끊긴 6년 전의 제자들. 그들은 현재 성인이 되었을텐데 무엇을 하고 있을까? 이 소설 속 주인공들처럼, 자신의 분야에서 열심히 하고 있을까? 아니면, 여전히 안개 속의 삶을 헤쳐나가고 있을까……. 대치동에서 가르친 학생들이 서울대에 진학하여 화환을 보내오는 것도 기쁜 일이지만, 그 무엇보다도 그 때의 그 아이들이 궁금해진다. 결론은 해피엔딩이었으면 좋겠다. 시작이 조금 늦었어도, 자신의 길에서 결실을 거두며 웃으며 지난 날을 추억할 수 있는……, 그런 삶을 살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 나의 2007년 5월이 더욱 아름다워질 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