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대
데이비드 화이트하우스 지음, 정회성 옮김 / 민음사 / 2013년 3월
평점 :
절판


 세상에는 많은 초고도비만을 앓고 있는 사람들이 있으며, 각자 그렇게 된 데에는 저마다의 사연이 있을 것이다. '보통(?)의 초고도비만 환자들은 운동 부족과 잘못된 식습관에서 살이 찌기 시작하여 몸을 더 움직이지 않게 되는 악순환의 길을 걷게 된 사람들이 많겠지만, 초특급(?) 초고도비만 환자들은 뭔가 심리적인 요인이 더 크지 않을까…….' 라고, 생각했었다. 물론 내 개인적인 추측일 뿐이다.


 이 소설의 주인공 '세상에서 가장 뚱뚱한 남자, 맬컴 에드'는 심리적인 이유, 그리고 스스로의 의지로 630kg의 거구가 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책의 가장 첫 장에서 몸무게가 630kg라길래, 소설이지만 지나치게 비현실적인 몸무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 책을 다 읽고 나서 호기심에 실제로 세상에서 가장 뚱뚱한 사람의 몸무게를 찾아본 후에 630kg은 충분히 현실적일 수 있는 수치라는 것을 알았다.


 주인공 맬컴은 어린 시절 '유별난 아이'였다. 무엇이든 세상에서 그것을 가장 처음 하는 사람이고 싶어했다. 그러다가 25살 생일 날 - 연인이었던 '루'가 아기를 갖고 싶다고 한지 얼마 되지 않아 - 이렇게 사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냐면서 침대에서 영원히 나오지 않을 것을 선포했다.


 맬컴은 이 책의 소개글에 있듯이 '어른이 되는 것 = 특별함을 포기하고 평범하게 살아가는 것'을 거부했다. 그런데 나는, 대부분의 어른들은 어떨까? 어쩌면 우리는 특별함을 포기한 적조차 없을지도 모른다. 조금은 슬프지만, 포기한 것이 아니라 사라진 것일지도 모른다…….  체리필터의 'Happy Day'라는 노래 가사처럼……. 

<작은 일에도 날 설레게 했던 내 안의 그 무언가는 어느 별에 묻혔나- Happy Day 中

 나 역시 20살이 되고, 대학을 졸업한 후에 - 맬컴이 침대에서 나오지 않겠다고 다짐한 나이와 비슷하다 - 5년간 방황을 했기 때문에  공감할 수 있었다. 

내가 생각했던 삶은 이게 아닌데

이렇게 살면 분명히 후회만 남을텐데 

내가 가장 되고 싶지 않았던 모습의 내가 될까봐, 그것이 두려워서 긴 시간을 의미 없이 보냈다. 그리고 내가 내린 결론은, 지금부터 특별하게 살기! 정확히 말하면, 특별하게 살기 위해서 필요한 사전작업에 들어간 것이다. 비록 그 과정은 남들이 보기에 '지나치게 평범'한 것이지만 그 후의 나는 결코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믿고 있다. 

 

 맬컴이 침대에서 나오지 않기로 한 것은, 그가 나름대로 내린 결론이겠지. 만약 소설이 아닌 현실에서 그와 같은 행동을 하는 사람이 있다면 아마도 많은 사람들의 비난과 조롱을 받게 될 것이다.  나의 주관적 생각은, 이 책을 다 읽고 난 지금도 모르겠다. 바보같은 행동인가, 대단한 행동인가. 다만, 절대 그 누구도 쉽게 할 수 없는 행동임은 분명하다. 많은 사람들이 평범한 삶을 싫어하지만, 순응하여 살아가거나 혹은 나처럼 조금씩 바꾸려고 노력을 하지 맬컴과 같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경우는 드물테니까. 


 이 책을 색으로 표현하자면 '무(無)색'이라고 말하고 싶다. 빨간색 빛을 비추면 빨갛게 보이고, 파란색 빛을 비추면 파랗게 보이는……. 읽는 사람의 생각과 관점에 따라, 느끼는 바도 제각각일 것 같은 신기한 책. 참고로 내가 느낀 것은 다음과 같다.

현실과 타협해서 적당히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경고! 

맬컴의 그런 행동을 방치한 그의 어머니의 사랑이 정말로 올바른 것일지?


 그리고, 이 이야기의 마지막 페이지에 있는 말.

 형은 늘 그 자리에 있지만, 집 뒤편의 철로를 지나는 기차 소리처럼 조용한 일상의 배경이 되었다.


 맬컴이 '일상'이 되었다는 표현에서 뭔가 싸한 느낌이 들었다. 그 아무리 독특하고 유별난 것일지라도, 그게 일상이 되어버린다면 그것은 이미 그 사람에게는 평범함이 아닐까? 반대로 '보편적 기준'에서 봤을 때 평범한 삶일지라도, 그 삶을 살고 있는 본인이 특별함을 느끼며 살아간다면 평범하다고 할 수 없지 않을까? 어쩌면 이것이야말로 이 책의 메세지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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