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 3 | 4 | 5 | 6 | 7 | 8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
그르니에 선집 1
장 그르니에 지음, 김화영 옮김 / 민음사 / 1993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섬은 대륙으로부터 떨어져 있기에 고립된 곳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드는 공간이다. 이러한 느낌은 인간이 사용하는 언어에 가장 잘 드러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섬에 해당하는 영어의 단어는 island다. land는 말 그대로 육지라는 뜻이고, is는 isolate의 축약형이다. 떨어진 땅! 고립된 땅! 섬에 해당하는 한자어는 '섬 島'다. 바닷속에서부터 뚫고 올라온 육지 위에 갈매기만 날고 있는 모습의 형상화!

섬의 모습을 마치 그림과 같이 선명하게 드러내는 한자의 모양은 마찬가지로 대륙에 거주하는 인간의 관점에서 섬이 떨어진 땅이고 그렇기에 고독한 공간이란 생각이 강하게 반영된 듯하다. 이러한 섬의 이미지를 그르니에는 인간과 인간과의 관계속으로까지 확대시킨다.

몇편의 단편적인 소품들로 구성된 작품. 여러개의 단편들이 모자이크처럼 뭉쳐 한편의 '섬의 이미지'를 구성한다. 어쩌면 인간은 모두 망망대해에 홀로 존재하는 섬처럼 영원히 떨어진 존재일지 모른다. 서로 완전히 분리되어 있기에 서로 각각의 존재의식을 갖는 개별적인 존재. 이러한 인간의 존재성은 완전히 섬의 이미지와 일치된다. 그르니에는 이러한 실존의 문제를 일상적인 삶에서 발견해낸다. 그리고 그러한 발견을 쉽고도 평이한 언어로 풀어낸다.

'섬에 부치는 서문'에서 그토록 예찬을 해대는 카뮈의 태도는 책을 읽어가는 내내 합당한 처사로 합리화된다. 또한, 읽는 내내 법정스님과도 어딘가 상통하는 듯한 문체와 감각은 그가 불교에도 상당한 조예가 있었음을 생각할때 이해되는 바다. 카뮈의 정신적 스승이라는 평이 적절하게 군데군데 드러나는 실존의 개념들은 카뮈의 작품들에 스며있다.(카뮈의 '이방인'보다는 '시지프의 신화'에 더 많이 반영된거 같아요.)

커다란 나무밑에 누워 나뭇잎사이로 보이는 하늘에서 공(空)과 무위(無爲)의 정신을 깨달은 그르니에를 생각하며 무더운 여름날 한번 나무 밑둥치에 걸터앉아 읽어볼만한 작품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 3 | 4 | 5 | 6 | 7 | 8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