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설의 일본사
이자와 모토히코 / 고려원(고려원미디어) / 1995년 7월
평점 :
절판


일본에 대한 입문서로 국내에 가장 잘 알려진 책은 아마도 루스 베네딕트 여사의 <국화와 칼>이란 저서일 것이다. 그녀는 문화인류학적인 방법론이라는 도구를 갖고, 일본이라는 동북아의 작은 소국이 단기간에 개화에 성공하여 어떻게 세계2차대전의 주역이 되어 서구 열강과 어깨를 견줄 수 있었을까라는 의문을 제기하고 이를 천착해들어가 이 작품을 썼다. 이 작품은 저자가 서구인이었기에 철저히 객관성을 유지할 수 있었고, 수많은 1차, 2차 사료를 검토하여 도출해낸 뛰어난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여사는 제3자이기에 어쩔 수 없는 한계성을 드러내고 있다. 그것은 일본인을 이해하는 데 가장 중요한 키워드라고 할 수 있는 개념, 즉 와(和)라는 단어를 간과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의 저자는 모토히코 이자와라는 일본 작가인데, 대학때 전공이 법학이었고, 기자생활을 겪어서인지 통찰력이 뛰어나다. 특히 일본사학계에 팽배한 타성에 젖은 사관에 대해 건전한 상식을 이용해 도전하여 이를 뒤집는 저자의 태도는 가슴이 시원할 정도로 통쾌하다.

이 작품의 백미는 역시 베네딕트 여사가 간과한 '와'의 개념을 자신의 뛰어난 통찰력과 작가다운 풍부한 상상력, 정확한 사료를 바탕으로 정말로 재미있으면서도 수긍이 가도록 일본문화의 양면성을 서술해놓은데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고대 사원의 배치양식과 기록을 통해 과거의 사건을 재구해 놓는 저자의 능력은 감탄이 절로 나온다. 일본에 대해 조금이라도 알고 싶은 분들께, <국화의 칼>과 함께 이 책을 꼭 읽어보도록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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