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개 1~3 세트 - 전3권
강형규 지음 / 네오북스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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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쓸개.

제목이 좀 섬짓하다. 표지에 실린 사진조차 너무 강렬해서, 섬짓한 기운이 더한 느낌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만화 그림체가 아주 강렬하고 대범하다. 한 마디로, 남성적인 만화다. 인물들의 눈빛은 아주 매섭고 독해서 마치 한 편의 느와르 영화 속에 살아 숨쉬는 연기파 배우들을 보는 기분이었다. 이 만화는 중국에서 건너온 어마어마한 양의 금괴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다. 어디서 온 금괴인지는 알려주지 않지만 장물인 것은 확실한, 수많은 금괴를 손에 얻기 위해 치열한 싸움이 펼쳐진다.


주인공 쓸개는 해정과 길학수 사이에서 난 아들이다. 길학수는 본래 선량하고 욕심이 없는 성실한 청년으로 묘사된다. 그는 작은 천 가게에서 일하다, 중국 무역 사업에 뛰어들게 되면서 금괴 사업에 연루된다. 학수는 윗 사람의 명령으로 금괴를 운반하기 위해 중국으로 가게 되고, 그곳에서 해정을 만난다. 해정은 금괴 작업의 명목상 대리인으로, 표면적인 주인으로서 금괴를 운반하는 임무를 맡고 있는 조선족 여자다. 학수는 해정과 애정 관계를 맺고, 금괴에 대해 서서히 알게 된다. 금괴에 주인이 없다는 것을 알고, 금괴에 대한 욕심은 점점 커져갔다. 학수는 점점 악마처럼 변해갔다. 금괴를 갖기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든 할 태세였다. 해정은 그런 학수를 보며 두려움에 싸였고, 급기야 금괴를 갖고 혼자 배를 타고 한국으로 도망친다. 해정은 기적적으로 마오수라는 남자를 만나, 그의 아내가 되어 한국에 숨어 살게 된다. 금괴는 딱 한 개만을 팔고 그 돈으로 구석진 마을에 가게를 차렸다. 해정은 아주 현실적이면서도 치밀하고 단호한 여성으로, 나름대로 아주 지혜로운 인물이다. 금괴를 다 팔면 어떻겠냐는 남편 마오수의 말에 그녀는 이렇게 말한다. "그 금 다 팔면 꼬리가 길어져… 그라믄 잡힙네다. 잡히믄… 죽소. 남은 금은 잊으시라요." 마오수는 해정을 사랑했기에, 금괴에 대한 욕심을 부리지 않았다. 나름대로 평화로운 세월을 보낼 수 있었을 법 했으나 길학수가 자신을 찾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 해정은 어린 쓸개와 남편 마오수를 두고 떠난다. 자신이 없으면 그나마 안전할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마오수의 아들로서, 평생을 사람들의 눈을 피해 가게 안에만 숨어살았던 쓸개는 어느덧 어른이 되고, 마오수의 유언으로 인해 금괴의 존재를 알게 된다. 그리고 그 금괴를 처리하기로 마음먹으면서 위험천만한 스토리가 시작된다. 해정의 말이 이 만화의 핵심 메시지를 전달한다. "그 금 장물이요. 우리가 훔친 기라고. 위험한 금이라 여서는 돈 구실도 못 해먹어. 더욱이 조선족이 이 많은 금을 가지고 있다 하믄… 누가 인정해주갔어? 남이 인정 안하는 금은 그냥 돌이디."


금괴의 존재를 알게 된 사람은 모두 금에 대한 욕망을 품게 된다. 그 중 금에 대해 비정상적일 정도로 집착하는 사람은 길학수인데, 눈 앞에서 금을 놓쳤다는 과거의 패배감까지 더해져 그 욕망이 광기에 이를 정도다. 하지만 만화 속 인물 중에서도 금에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는 인물이 두 명 존재한다. 바로 주인공 쓸개와 이정환이다. 먼저 주인공 쓸개의 경우 현실감도, 물욕도 없는 인물로 묘사된다. 그는 물질에 대한 욕망보다, 자기 자신의 정체성을 이해하고 자신의 뿌리를 찾아가겠다는 욕망이 더 큰 인물이다. 어쩌면 쓸개야말로 비현실적이고 '영웅적'인 인물이라 할 수 있는데, 그러한 예외성은 쓸개가 자신의 평생을 혼자만의 방에 갇혀 지냈다는 예외적인 배경 설정으로 인해 개연성있게 설명된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개연성이 부족하다고 느꼈던 부분은 이정환에 대한 내용이다. 이정환은 길학수의 수하에 있지만 그에게서 벗어나고 싶어했고, 쓸개의 계획을 전폭적으로 도와 길학수를 무너뜨린다. 하지만 그가 어떤 마음으로 길학수에게서 벗어나고 싶어했는지, 왜 금에 대해서는 어떠한 욕심도 갖지 않았는지에 대한 설명이 더 필요하리라는 생각을 한다. 만화책 세 권 분량 안에 모든 설명과 인물 묘사를 담기에는 부족했던 것이 아닌가 하는 약간의 아쉬움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가장 좋았던 것은 굵고 강렬한 표현력이다. 망설임이 느껴지지 않는 대담한 표현력, 그리고 그로 인한 흡입력이 이 만화의 가장 큰 장점이다. 아마 많은 사람들이 속도감 있게, 빨려 들어가듯 몰입해서 읽었으리라 생각한다. 평소 느와르물이나 범죄물을 좋아하지 않던 나 또한 이 만화를 읽으며 스릴감을 느꼈고, 아주 몰입해서 읽었다. 주변 사람들에게 추천할 만한 만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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