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이문열 세계명작산책 3 - 성장과 눈뜸 ㅣ 이문열 세계명작산책 3
이문열 엮음 / 살림 / 2003년 12월
평점 :
절판
후앙 기마랑스 로사, 「제3의 강둑」
아버지가 가정에서 소외되고 있다. 일과 사람에 치인, 바쁜 세월을 보낸 아버지가 문득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았을 때 그는 자신이 돈 버는 기계였을 뿐이 아닌가 회의감이 들지도 모른다. 그제야 소외감을 느낀 아버지가 자식들과 소통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 가족구성원에서 비툴게 삐져나온 아버지의 그림자가 어디론가 정처없이 헤맨다. 그 헤매는 곳이 ‘강’이 된 것이 소설 제 3의 강둑이다.
작가 후앙 기마랑스 로사는 브라질의 두메산골에서 태어났다. 아마도 그는 결혼을 하고 아버지가 되어 빠른 사회의 흐름을 타다 문득 뒤를 돌아보았을 것이다. 늙은 아버지의 모습을 하고 있었지만, 그의 의식 속 어딘가에는 고요한 시골 들판에 누워 공상을 즐겨하던 소년의 모습이 존재했다. 그의 산 속에는 강도 흐르고 커다란 미모사 나무도 자랐다. 그러나 강과 들판 사이에 존재하는 강둑에서 단절된 아픔을 느꼈다.
제 3의 강둑에서 ‘강둑’은 단절을 의미한다. 아버지와 가족의 단절, 아버지와 사회와의 단절이다. 여기서 아들은 아버지가 무엇을 원하는지, 무엇을 원하지 않는지 알지 못하지만 자신만이 그를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것은 아버지와 아들 사이의 교감이다. 아들은 아버지가 자신에게 전혀 마음을 쓰지 않는 것 같은 느낌을 받지만 그래도 여전히 아버지에게 애정을 느끼고 존경심을 갖는다.
아들은 아주 떠나지도 않고 주위를 맴도는 아버지로 인해서, 결혼도 하지 못하고 늙어간다. 아들은 아버지가 되지 못한 것이다. 그러나 그는 결말부분에서 아버지의 헤맴을 물려받는 것을 거부한다. 나는 그것이 아주 늦은 깨달음 이라고 생각한다. 아들은 아버지에게 자신의 우상으로서 무엇인가를 바라고 기대하며 닮아간다. 그러나 아들은 깨달은 것이다. 아들이 자란 것이 아버지일 뿐이다. 아버지는 외롭고 나약한, 자신과 다를 것 없는 존재였다는 것을 말이다.
강 위에서 들판을 바라보면 굉장히 멀고 닿을 수 없는 느낌이 든다. 들판에 발을 딛고 강을 바라보는 것 보다 훨씬 위태롭고 아득하다. 인간은 땅에 발을 디디고 서서 살아야 하기 때문이다. 사람 ‘인(人)’이 땅 위를 디디고 서있는 다리를 형상화한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고대 문명이 강을 중심으로 발달했던 것처럼 인간과 강도 떼어놓을 수 없는 관계이다. 삶과 죽음이 서로 공존할 수 밖에 없는 것처럼 말이다.
이 두 작품을 읽으면서 아버지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해 보았다. 외로움과 고독함에 있어 ‘아버지’라는 단어는 그 본질을 담고있다고 생각한다. 아버지는 마치 우주를 떠도는 별 같다. 가까워지기도 하고 멀어지기도 한다. 어떤 날은 아주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별이 우주 어딘가를 떠돌고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알고 있고, 밤하늘을 본 날은 그 사실을 정확하게 상기할 수 있다. 하지만 별은 손으로 만질 수 없다. 그것은 우주 어딘가를 영원히 떠돌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