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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원 - 우리가 꼭 읽어야 할 이청준의 문학상 수상작
이청준 지음 / 푸르메 / 2006년 12월
평점 :
절판
나는 거울을 본다. 거울 속의 사람이 멀거니 나를 바라보고 있다.
그것은 ‘나’이다. ‘나’를 잃는다는 것을 거울을 보지 않는 것과 같다.
이청준의 소설 「퇴원」 속 ‘나’는 친구이자 아버지의 강압으로 선생님으로 불렀던 ‘준’의 병원에 위궤양이라는 병명으로 입원한다. 하지만 주인공을 병원으로 내몬 것은 병이 아니다. 그것은 어렸을 때 겪었던 아버지의 폭력과 강압적인 태도로부터 벗어나려 찾아들어갔던 광과 군대시절 규율과 복종을 강요하는 군대로부터 벗어나 뱀잡이 일을 했던 것과 같이 무언가로 도피하기 위해서이다.
그러나 아버지가 자신을 감금하고 옷을 모두 찢어버린 일과 상관들의 뱀잡이 강요에 굴복하며 괴로워하며 자신을 잃은 주인공은 병원 안에서 무력감을 느낀다. 음식을 가장 먹고 싶은 것은 자기자신이라고 외치던 앞 침대의 환자처럼 자신을 되찾고 현실로 적응하고 싶은 것 역시 소설 속 주인공인 ‘나’ 일 것이다.
바늘을 잃은 시계처럼 바쁘게 돌아가는 현실과 동떨어진 병실 속의 생활. 병원 역시 아버지의 강요로 동갑임에도 선생님이라 불러야만 했던 굴욕을 주었던 ‘준’에 의한 공간임을 생각하면 광과 군대의 의미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도피처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다행히도 병원에는 ‘미스 윤’이 있었다. 주인공의 감정을 환기시키고 그가 자아를 찾도록 도와주는 그녀로 인해 주인공은 또 다른 도피처가 아닌 세상으로 나아간다. ‘미스 윤’이 빌려준 거울을 통해서 잃어버렸던 자신의 기억을 상기한다. 그리고 그 기억 속에서 자신이 어떤 상태에 있었는지를 깨닫는다. 그는 시계가 수리되는 날, 자아망실증에서 벗어나 퇴원 한다. 이 ‘퇴원’은 현실에 적응하지 못하고 스스로 가두며 도피처라고 생각했던 장소로부터의 ‘퇴원’이다.
우리는 자신을 잃어버린 채 살아갈 때가 많다. 가족으로부터, 친구로부터, 소속된 단체나 어떤 압력에 의해서 말이다. 어떤 날은 소설 속 주인공처럼 어딘가에 자신을 가두어둔 채 모든 것, 나 자신조차 잊어버리고 싶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거울을 똑바로 보아야 한다. 중요한 것은 나를 가두어두는 것이 결국은 자신이라는 사실이다. 그리고 거울을 보아야 할 것이다. 그 속에 잃어버렸던 기억과 잃어버렸던 내가 서로를 똑바로 마주보고 있을 테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