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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빨강 2 ㅣ 민음사 모던 클래식 2
오르한 파묵 지음, 이난아 옮김 / 민음사 / 2009년 11월
평점 :
절판
이슬람문화에 관한 세번째 도서. 이슬람 지역사 수업 덕분에 조금의 배경지식을 가지고 있었지만 여전히 낯설어서 소설을 이해하는데 조금 어려움이 있었다. 물론, 소설 자체에서 조금은 심오한 의미의 이야기들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나 이슬람 문화 속 예술세계에 대해 조금이라도 지식이 있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특히 세밀화는 전설 이야기를 바탕으로 그려지는게 많아 그 지역에서 오래도록 전해져 내려오는 이야기를 모르면 이해하기가 어려웠다. 또 세밀화를 들어본 적 조차 없는 나는 더욱 생소해 소설 속에서 언급되는 세밀화들을 책속에 조금 담아놓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 개인적으로 우리나라에서도 이슬람 지역의 미술과 유물들이 박물관이나 미술관을 통해 기획전시가 되었으면 흥미롭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이 소설이 서방국가들 사이에 극찬을 받은것은 약간 의심스러운 구석이 없지 않아 있다. 전통의 화법으로만 그려지던 예술세계에 새로운 유럽 화법이 전해지는 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이 소설은 유럽의 화법을 전통 화법보다 상위에 두고 글을 쓰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게 했다. 특히 작가는 전통을 지키고자 하는 사람들을 답답하고 어리석으며 바보같은 캐릭터로 은근히 표현을 하거나 전통의 화법들이 논리적이지 못하기 때문에 가치없는 것으로 치부해 버리는 듯했다. 이러한 작가의 시선이 미국, 유럽인들은 마음에 들었을지 모르나 나는 읽는내내 솔직히 마음이 불편했다. 요즘 읽고 있는 '그림속에 거닐다'라는 책에서 보면 우리나라의 화풍은 개인의 시선이 아닌 상대방의 시선으로 보는 역원근법을 사용했다고 하였다. 이것은 우리나라 예술 뿐만 아니라 한국인들의 사고방식과 문화까지 대변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국가마다 전해져오는 화법은 국가의 역사와 문화적 개성을 드러내기 때문에 가치가 있으며 아끼고 사랑해야한다. 그런데 유럽 화풍을 우위에 둔 작가의 시선은 책의 수준을 낮춰버린 듯하다. 게다가 르네상스 이전의 유럽사회도 세밀화가들의 화법과 같았다. 분명 르네상스 이후의 원근법과 인간 중심적인 시점은 새롭고 놀라우나 소설에서 너무 과장되게 찬양했다는 느낌이 들었다.
내가 이 소설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은 형식이다. 특히 마지막 끝맺음이 마음에 든다. 셰큐레의 둘째아들 오르한과 마치 작가가 동일 인물인 것 처럼 쓰여진 마지막 장면은 무척 새롭다.(게다가 작가의 이름도 오르한이다) 소설을 풀어나가는 방식이 마치 주인공들이 우리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듯 하여 더욱 책에 빠져들도록 했던것 같다. 덧붙여 이 소설의 멋진점은 시대의 변화를 예술의 변화를 통해 간접적으로 반영하여 흥미로움을 더해준다. 게다가 동시에 그러한 변화에 따른 인간들의 내면과 불안한 정서를 인물들의 성격과 개성에 따라 조금씩 다르게 풀어나간다. 그리고 그것을 확장하여 모든 인간의 비슷한 심리을 솔직하고 진실하게 드러냈다는 점이다. 그러한 솔직한 점들이 독자들로 하여금 읽으면서 공감과 이해를 자아냈고 비밀을 털어놓은 듯한 마음의 편안함을 주었다.
1권이 스토리 전개상 좀더 흥미진진하고 재밌게 읽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