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구 - 우리가 사랑하는 이상한 사람들
김별아 지음 / 북스캔(대교북스캔) / 2005년 1월
평점 :
품절


식구, 혹은 가족이라는 너무나 전통적으로 보이는 관계를 통해 인간의 관계를 고찰하고, 이 전통적이고 보수적일 수 있는 관계를 편견에 치우치지 않고 바라보려 노력한 책...
그녀의 객관적이지 못하나 객관성을 유지하려는 노력에 동감을 보낸다..

가족이라는 인간관계를 떠나...이 책에서 바라보는 관계의 문제는...내가 함께 해나가야 하는 모든 이들에 대한 이야기일수도..



글 중에서...

1. 최소한 사랑과 행복, 평화와 만족처럼 모호한 채로 추구할 수밖에 없는 아름다운 가치에 대해서는, 미래없이 오늘만을 생각해야 한다. 아낌없이 생을 탕진해야 한다. 오늘 충분히 사랑한다고 말하고, 오늘 마음껏 행복하고자 하고, 오늘의 평화를 소중히 여기며 만족스런 미소 속에 잠들 수 있어야 한다. 우리는 결국 내일이 아닌 오늘을 산다. 내일도 곧 오늘이 되리니.

2. 가족이란 결국 절대절명의 가치나 인류 최고의 제도이기 이전에 "관계"이다. 한 인간과 다른 인간 사이의 주고 받고, 밀고 당기고, 앞서거니 뒤서거니, 엎치락 뒤치락하는 관계에 다름 아니다. 인간 관계에서 가장 위함한 것은 네가 나와 같으려니 하는 것이다. 함부로 경계를 허물고 들어가 나의 이기적인 만족을 위해 상대를 희생시키고 상처입히는 것이다. 결국엔 그런 무신경과 안일함이 정작 나를 가장 잘 이해할 수 있는 상대를 밀쳐낸다.

3. 기독교 사상에는 "being(존재)"과 "doing(행위)"이라는 개념이 있다고 한다......(중략)......사람의 생 전체를 두고 볼 때 "being"과 "doing" 중 어느 하나만 중요하다고 말할 수는 없다. 행위가 없는 생은 식물과도 같은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더 나은 행위를 통해 발전하고 상승하기를 바란다. 어려운 처지를 극복하고 자기의 재능을 극대화시키는 행위는 인간만이 가진 놀라운 힘이다. 기실 가람의 행위를 통해서만 사회는 발전하고 세상은 변화한다.....(중략)......애초에 아이를 처음 얻었을 때, 우리는 그가 "이런저런 일을 해주기 때문에" 기뻐하고 사랑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그는 우리에게 너무 많은 새로운 일들을 요구한다. 그럼에도 "doing"이라는 것이 전혀 없다시피 한 그가, 그 존재만으로 우리를 행복하게 하고 벅차게 한다. 그러나 모두들 그때의 벅찬 순간을 차츰 잊어간다. 공부를 못하고, 운동을 못하고, 노래를 못하고, 사교성이 없고, 고분고분 말을 듣고 순종하지 않는다고 그를 다그친다. 혹은 공부를 잘하고, 운동을 잘하고, 노래를 잘하고, 사교성이 있고, 고분고분 말을 잘 듣고 순종하기에 그를 사랑한다. 이 모두가 그의 존재를 잊은 탓이다.......

4. 결혼에서 삶의 이상을 찾지 못한다면 일, 학문, 사상, 봉사......그 어디서든 사랑의 근서를 찾을 수 있는 독신자들의 자유가 확대되기를. 결혼을 하고도 의지에 의해 자식을 낳지 않거나 부득이하게 자식을 갖지 못하는 부부들이 타인에 의해 행복을 저울질당하지 않고 스스로 희생을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되기를. 핏줄로 이어지지 않아도 누구보다 든든한 부모, 다정한 형제, 소중한 자식이 될 수 있는 공생과 박애의 둥지가 많이많이 생겨나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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