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철학 에세이 - 개정증보판 동녘선서 70
김교빈.이현구 지음 / 동녘 / 2006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젊어서는 맹자와 묵자처럼 열정적이고 헌신적으로 살고, 나이 들면 공자처럼 어질게 살다가, 말년에는 노자와 장자처럼 초월적으로 사는 것이 어떨까.

김교빈 교수는 오늘 강좌를 시작하기 전에 이렇게 운을 뗐다.

인류가 주목하는 사상가들이 모두 그러하듯이 묵자(墨子)의 철학도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에서 출발한다. 다만 누구의 입장에서 보느냐에 따라 철학과 사상의 방향은 달라지는 듯하다.  

묵적(墨翟)이라는 이름의 이 위대한 사나이는 공자(孔子)가 타계한 해(B.C479년)에 태어났다. 그는 뛰어난 기술자였고, 하층민 계층에 속했다. 그의 관심은 ‘실제에 있어 사람에게 이로운 일인가 아닌가’에 초점이 맞추어 있었고, 전국시대라는 흉흉한 시절 자신의 기술을 ‘방어용’ 무기를 개발하는 일에 바쳤다. 

묵자를 대표로 하는 묵가(墨家) 집단은 주로 하급 무사나 기술자들이었다. 당시의 기술(과학기술)은 동시대의 서양을 능가하는 정밀함과 정확성이 있었다는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그들은 그 기술을 약소국이 자신의 나라를 방어할 수 있도록 방어용 무기를 만드는 데 사용했고, 오로지 방어를 위한 전쟁만 수행했다. 


묵수(墨守)

묵가집단처럼 철저하게 지킨다는 뜻이다. 방어전을 치르기로 하고 약속을 한 나라를 위해서 그들은 한 치의 예외도 두지 않았다. 문득 로마 교황의 충직한 수호신인 바티칸 스위스 근위대를 떠올리게 했다. 스위스 용병들은, 자신들이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자신의 조국 스위스에 용병 의뢰가 들어오지 않을 것을 염려하고 목숨으로 계약을 지켰다고 한다. 그런데 스위스 용병과 묵가집단 사이에는 아주 중요한 차이점이 있다. 그것은 바로 ‘직업의식이냐 철학적 사고냐’라는 것이다.

 

겸애(兼愛)

부모와 형제에 대한 예와 사랑을 이야기하는 유가(儒家)의 사랑 방식은 차별적인 사랑, 즉 별애(別愛)이다. 이에 반해 묵가(墨家)는 차별 없는 사랑인 겸애(兼愛)를 강조한다. 자기를 위하듯 남을 위하면 세상이 이로워져서 결국 그 이익이 자기에게 돌아온다는 순환의 논리를 사랑의 법칙에도 적용했는데, 이는 공리주의(公理主義)와도 통한다고 할 수 있고, 예수가 말한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는 교훈과도 상통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묵가는 정치적인 평등을 요구했고, 경제적인 평등을 요구했다고 할 수 있다. 다만 그들의 삶이 ‘비좁은 네모 방에, 기둥에 조각도 할 수 없고, 벽도 꾸며서는 안 되고, 음식은 질그릇에 옥수수나 조밥이면 족하고, 여름에는 베옷 겨울에는 사슴가죽 옷 한 벌로 만족해야 하고, 살아서는 노래나 오락을 즐겨서도 안 되고, 죽어서도 얇은 관 하나에 초라한 장례를 치러야 하는’ 식으로 인간적인 욕심을 지나치게 통제한 것이 묵가철학의 외연을 지속적으로 확대하는 데 실패한 원인이었을 것이라고 김교빈 교수는 분석했다.

 

반전(反戰)을 외치고, 이익의 나눔을 몸 바쳐 실천했던 묵가집단. 그들이 무사였기 때문에 집단과 단체의 의리를 소중하게 생각할 수 있었는지, 그들이 기술자였기 때문에 사람에게 이로운 것을 추구했는지, 혹은 그들이 피지배계층이었기 때문에 공평한 세상을 원했는지 한마디로 말하기는 어렵다. 이후 세력을 잃은 그들이 협객(俠客)이 되어 여기저기를 떠돌지만 그 지향만은 변하지 않은 것 같다. 기원전 5세기경의 우직한 무리의 행적을 살펴보면서 21세기의 광화문에 선 나는 다소 부끄러웠다. 왜냐하면 그 정신이 너무나도 숭고하기 때문이다.  

http://blog.naver.com/ythsun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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