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철학 에세이 - 개정증보판 동녘선서 70
김교빈.이현구 지음 / 동녘 / 2006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朝聞道夕死可矣                                                                                                                    낯설지 않은 이 문장. 흔히 이렇게 해석 한다. 아침에 도를 들으면 저녁에 죽어도 좋다. 독서대학르네21 동양고전 강의(8월 31일)에서 김교빈 교수는 이렇게 해석했다. ‘아침에, 온 세상에 도가 실현되었다는 소식을 듣는다면 저녁에 죽어도 좋다.’

공자가 천하를 주유하면서 72번에 걸쳐 왕들을 만나 자기의 뜻을 실현하기 위해 애썼고, 춘추전국시대의 혼란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했다는 사실을 기억한다면, 道를 단순히 이론이나 관념적 가치로만 여기기보다는 현실적인 구현으로 보는 것이 더 설득력 있다.  

孔子
한때 <공자가 죽어야 나라가 산다>는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기도 하고, 중국 현대사에서도 공자가 타도의 대상이 되기도 했지만, 공자의 사상이야말로 중국문화의 출발이자 동아시아 문화를 이끌어 온 힘이라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 오늘날 중국에서 ‘공자아카데미’로 다시 부활하고 있는 것도 공자가 사상과 문화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공자 사상의 중심에는 인(仁)이 있다. ‘어질다’라는 해석은 다소 관념적이다. 공자의 손자인 자사(子思)가 쓴 것으로 알려진 <중용(中庸)>에는 ‘仁者 人也’라고 했고, <맹자(孟子)>에도 ‘仁也者 人也’라고 했다. 인(仁)이란 것은 ‘사람다운 것’을 이르는 것이다.  

사람다움
사람답다는 기준은 아마도 시대와 환경에 따라 다를 것이다. ‘君은 君다이, 臣은 臣신다이, 民은 民다이’라는 말이 가장 와 닿는 시대도 있었을 것이고. 어쨌든 ‘선생이라면 선생답게, 형이라면 형답게, 어린애라면 어린애답게’ 등으로 표현할 수 있을 이 말은 둘 이상의 사람이 만들어가는 관계에서 설정되는 개념일 것이다.
소크라테스가 세상의 근원에 대한 관심을 만물에서 사람으로 옮겼다면, 공자는 사람의 삶에 대한 고민으로 ‘仁’을 제시했고, 사람다움을 실현하는 방법으로 ‘道’를 말했다고 할 수 있다.

무릇 사람다운 사람이란                                                                                   子曰參乎吾道一以貫之. 曾子曰唯. 子出門人問曰何謂也. 曾子曰夫子之道忠恕而已矣.
공자가 말했다. 삼(증자의 이름)아, 나의 도는 일이관지하니라. 증자가 대답한다. 예 알고 있습니다. 선생이 나간 후 (공자와 증자의 선문답 같은 대화를 이해하지 못한) 문하의 제자들이 수군거리며 묻는다. 뭐래? 증자가 설명한다. 우리 선생님 가르침의 핵심은 忠과 恕라고.

사람다운 철학을 실천하는 근본을 공자가 충(忠)과 서(恕)에서 찾았다면, 그 말뜻을 새겨볼 필요가 있다. 忠은 마음에 중심이 잡혀 흔들리지 않음을 이르는 말이니 나 자신을 성찰하는 태도를 말하는 것이고. 恕는 용서하다, 헤아리다는 뜻으로 쓰여 남을 대하는 태도를 이르는 말이다. 그래서 공자는 ‘사람다운 사람은 자기가 드러나고 싶으면 남을 세워주고, 자기가 이루고 싶은 게 있으면 남이 이룰 수 있도록 해준다(夫仁者 己欲立而立人 己欲達而達人)’고 한 것이다. 

오늘 강의의 주제는 ‘사람다움의 철학’이었다. 두 시간 반의 강의를 듣고 돌아오는 발걸음이 가볍지 않았다. 스스로 ‘인간 같지 않은’ 존재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었는데, 孔선생의 말씀이 사람다우려면 마음에 중심이 잡혀 미혹됨이 없어야 하고 나에게 하듯 남에게도 하라고 하시니. 과연 나는 ‘사람다운 사람’ 노릇을 하고 있는가 하는 의문에 휩싸이게 된 것이다. 성공회 교회를 돌아 조선일보 미술관으로 가는 길을 천천히 걸으면서 새삼 나를 돌아보게 된다.  

http://blog.naver.com/ythsun2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