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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철학 에세이 - 개정증보판 ㅣ 동녘선서 70
김교빈.이현구 지음 / 동녘 / 2006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공자가 꿈에서도 보고 싶어 할 정도로 흠모했다는 주공(周公). 예악(禮樂)과 법도(法度)를 제정해 제도문물을 만들고 봉건제를 실시하여 확고한 신분제도의 틀을 만든 인물이다. 그러나 혈연관계가 보장해주는 안정된 질서의 구조 속에 내재한 모순이 ‘힘의 관계’ 로 바뀌어 드러나는 순간. 걷잡을 수 없는 혼란이 시작된다. 춘추전국시대다.
춘추시대에 성립된 200여 개의 제후국들은 서로 전쟁을 벌이고 또 벌인다. 주(周)나라의 권위는 인정되지 않는다. 땅과 사람을 차지한 강국이 등장한다. 춘추오패(春秋五覇)라고 불린 제(齊) 환공(桓公), 진(晉) 문공(文公), 초(楚) 장왕(莊王), 오(吳) 합려(闔閭), 월(越) 구천(勾踐)은 작은 제후국들을 멸망시키고 중원 땅에 세력을 확보해간다. 약소국은 강대국에 병합되고 이 힘은 전국칠웅(戰國七雄)으로 재정비 된다. 그리고 다시 진(秦)시황제가 종지부를 찍는다.
550년 동안의 길고 지루한 전쟁. 위계질서와 안정의 파괴. 혼란.
놀라운 사실은, 이 침울한 시기에 동아시아 철학과 사상의 뿌리가 형성되고 인문의식이 발현되었다는 것이다. 흔히 르네상스에 비견하는 제자백가(諸子百家)의 시대. 공자, 맹자, 한비자, 노자, 장자 등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사상가를 낳은 시대가 아이러니하게도 권력과 암투가 횡행하던 춘추전국시대라는 사실. 과연 음(陰) 속에 양(陽)이 있고, 양(陽) 속에 음(陰)이 있는 것인가. 힘겹고 어두운 시대야말로 철학자를 낳는 토양인가. 지금으로부터 2300년... 혹은 2800년 전의 역사적 사건이다.
독서대학르네21 2011년 2학기 동양고전강좌의 첫날 강의 주제는「춘추전국시대 제자백가는 어떻게 탄생했는가」였다. 생산력이 증대되면 풍요로운 평화의 시대가 오는 것이 아니라 더 많은 토지와 더 많은 노동력이 필요해지고 결국 땅과 사람을 뺏기 위한 전쟁을 치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 역사가 보여주는 씁쓸한 도식이다. 긴 전쟁을 하는 동안 수탈을 당하는 민(民)의 의식이 각성하게 되고, 귀족의 몰락과 함께 그들을 보조하던 지식인[儒, 士]도 동반몰락하게 되면서 오히려 지식이 일반화 되고, 지방문화가 독자성을 확보하게 되면서 학문과 사상이 자유로워진다는 것. 이것이 춘추전국시대를 통해 읽어야 할 역사의 키워드.
김교빈 교수는 이날 강의를 통해 ‘제자백가는 춘추전국시대 혼란의 원인을 분석하고 대안을 제시하려 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다음 주 강의부터는 각론으로 들어가 사상가들을 구체적으로 다루게 된다.
처서가 지나면 모기입도 비뚤어진다더니 아닌 게 아니라 광화문 길에 부는 바람은 한결 서늘해졌다. 강의가 끝나고 버스를 타기 위해 잠시 걸으면서 새삼 ‘흐르는 시간’ 에 발을 적시고 서있는 기분이었다. 기원전 700년 운운하는 그 시대와 2011년이라는 지금의 시대. 우리는 얼마나 흘러갔고 다시 또 얼마나 흘러갈 것인지. 혹은 지금 우리 발을 적시고 있는 이 시대의 물은 과연 전혀 새로운 것인지. 그런 사념에 젖었다. 暫時.