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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 성장 보고서 - EBS 특별기획 다큐멘터리
EBS 아기성장보고서 제작팀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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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없는 산고의 시간을 보내고 만난, 하얀 천에 싸인 아기는 낯설다. 40주 동안이나 내 몸에 있던 생명인데도 막상 눈 앞에 나타난 모습은 낯설다. 그리고, 그것은 시작에 불과하다. 처음 아기를 키우는 엄마들은 웃지못할 크고 작은 시행착오를 겪는다. 처음 모유를 어떻게 먹여야 할지, 아기가 울면 어떻게 해줘야 하는지, 장난감은 뭘 사줘야 하는지..... 모든 것이 새롭다. 그리고 모든 것이 배워야 할 것 투성이다. 이 때 대부분은 시어머니나 친정엄마의 경험담- 즉 ‘카더라 통신’에 의지하게 된다. 혹은 친구들이나 인터넷 카페의 또래 엄마들과 비교하며 키우게 된다. 내 아기를 제대로 알고 키우기 보다는 그저 하루가 다르게 커가는 아기를 따라가기에 바쁘고, 첨단 육아유행에 따라가기 바쁘다.   


-카더라가 아닌 과학
<아기성장보고서>는 부모나 주변사람들에게 의지하여 파악하게 되는 아기에 대한 궁금증들을 과학적으로 증명해낸 데에 가장 큰 의미가 있다. 신생아에서부터 유아시기까지 아기가 어떤 능력과 장치를 가지고 태어났는지, 또 그것이 어떻게 발달되어 가는지, 각 시기마다 부모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이 무엇인지를 여러 이론과 실험을 통한 사례로 풀어나간다. 신생아가 지닌 생존본능적 능력, 그렇게 최소한의 본능만을 가진 것 같은 아기가 어떻게-경험을 통해- ‘인간’으로 발전되어 가는지를 과학적으로 밝혀내고 있다. 모든 엄마들이 원하는 ‘똑똑한’ 아이로 만드는 가장 기본적이고도 중요한 방법이 ‘접촉’이라는 것, 그리고 이 ‘접촉’이 지적 능력뿐 아니라 사회성과 정서까지도 좌우한다는 놀라운 사실을 논리적으로 설명해나간다.  


유전 vs 경험
보통 인간의 능력을 결정짓는 원인에 대한 의견은 두 가지다. 타고난 것인가, 아니면 태어난 후의 경험을 통해 생성된 것인가. <아기성장보고서>는 ‘두 가지 다 중요하며 깊은 관련이 있다’고 말한다. 갓 태어난 아기들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능력한 존재로 보인다. 그러나 다른 동물들이 따라올 수 없는 놀라운 학습 능력을 가지고 태어난다. 인과관계를 파악하고 자신이 경험한 것들을 기억하며 구분하고 범주화시켜 나간다. 이러한 고등사고능력을 가지고 태어났기에 그 후의 경험들이 유의미하게 작용하는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아이가 높은 학습능력을 가지고 태어났다고 해도 접촉과 상호작용으로 이루어지는 엄마와의 애착관계가 바르게 형성되지 않으면 균형잡힌 사람으로 자라기 어렵다. 그래서 경험은 타고난 능력만큼이나 중요하다. <아기성장보고서>는 유전과 경험의 상관관계에 대해 풀어나가면서 부모가 아기의 능력을 존중하면서 제대로 된 좋은 경험을 제공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 2%... 상상하지 못할 신비
<아기성장보고서>는 우리가 알지 못했던 신생아의 능력, 두뇌의 구성과 발달과정, 그리고 애착이 정서와 사회성에 미치는 영향, 아기마다 다른 기질을 설명해나가면서 많은 지식을 가르쳐주고 있지만 한 편으로는 여기서 밝혀낸 그 이상의 놀라운 것들이 아기와 아기의 성장과정에 숨어있을 거라는 기대를 품게 한다. 이 책에 기록되어있는 사실들도 놀랍지만, 이것이 전부가 아닐 거라는, 생명에 대한 신비와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우리가 태어나 당연하게 어른이 되고 또 부모가 되는 것 같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안에는 크고 작은 신비로 가득차 있음을 깨닫게 한다. 그래서 매우 과학적이고 논리적인 이 책을 덮고 나면, 아이러니하게도 인간의 지식과 이성을 뛰어넘는 생명에 대한 경외를 고백하게 된다. 그리고 한 생명으로서의 나에 대한 새로운 시선과, 나를 어른이 될 때까지 키워주신 부모님에 대한 새삼스런 감사를 갖게 된다. 그래서 모든 부모에게, 또 부모가 될 사람들에게 의미있는 책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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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 - 장영희 에세이
장영희 지음, 정일 그림 / 샘터사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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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이라는, 생명에 대한 경외와 감사를 담은 이 제목은 아니러니하게도 장영희 교수의 소천으로 더 유명해졌다. 도대체 어떤 사람이길래 이 사람의 죽음 앞에 많은 사람들이 슬퍼하는 것일까. 명문 대학의 교수이고, 우리가 학창시절 씨름했던 교과서의 저자라서가 아니었다. 그것은 그가 그의 삶을 활짝 열어 조근조근 글에 담아 많은 사람들과 소통했기 때문이었으리라. 그가 살아낸 찬란한 삶의 이야기를 그의 죽음 이후에야 찬찬히 들여다보게 되었다.

사람들의 이야기, 우리들의 이야기
<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은 분명히 장영희 교수의 글이다. 그래서 그의 삶- 과거와 현재와, 꿈꾸는 미래가 담겨있고 또 그의 일과 생활이 녹아있다. 그러나 글을 한 편 한 편 읽어가다보면, 그 이야기는 장영희 교수만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는다. ‘뼈만 추리면 산다’고 말씀하셨다던 애잔한 이름의 어머니, 어깨를 두드려 주고픈, 고민과 실패 앞에선 학생들, 사랑의 열병을 앓는 제자들, 곁에서 돕는 조교들, 단순하지만 놓치기 쉬운 깨달음을 주는 조카들..... 그의 글은 사람들로 가득하다. 바로 우리 옆에 있는, 바로 우리 뒤에 있는, 그리고 때로는 ‘나’인 사람들. 그 사람들을 위로하는 글에서 우리도 같이 힘을 얻고, 그 사람들을 격려하는 글에서 우리도 곁에 있는 사람에게 힘을 줄 여유를 얻는다.

따숩고, 겸손하고, 담백한 시선
그런데 아주 흔한, ‘나’같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에서는 왜 이렇게 위대해 보이는 것일까? 그것은 바로 장영희 교수가 지닌 시선에 있다. 따뜻하고, 겸손하고, 담백한 시선. 똑같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장영희 교수의 글 속에 등장하면 우리는 그 사람들을 따뜻하고, 담백하게, 그리고 겸손한 자세로 바라보게 되는 것이다. 루시 할머니 얘길 읽으며 우리도 같이 정이 넘치는 두 사람의 대화를 상상하게 된다. 학생들의 눈높이로 내려가 기꺼이 그들의 삶을 함께 나누는 모습에서 우리는 권위적인 모습이 아닌 겸손하고 친근한 스승의 마음을 깨닫게 된다. 처절하게 외롭고 힘들었을 유학시절과 장애인으로서의 삶을 담담하게 쓴 글을 따라가다보면 오히려 그 담백함에 가슴이 아릿해진다. ‘대학교수’라는 높은 사회적 지위와 ‘장애’라는 어려움을 함께 가진 사람이 가질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시선이 아닐까.

소박하고 솔직한 입담, 그리고 짧지만 깊은 울림 하나
그렇다고 이 책이 명심보감이나 ‘좋은 생각’처럼 교과서 적인 글만 있는 건 아니다. 동료교수가 보낸 좋은 글을 배배 꼬인 댓글로 멋지게 뭉개버린 일이나 미용실 커플의 행각을 보고 열을 내는 모습을 보다보면 그 솔직함에 절로 웃음이 난다. 그렇다, 우리는, 그리고 사람들은 이렇게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또 하나- 각 이야기의 시작이 어찌되었든 <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의 끝맺음에는 공통점이 있다. 그것은 바로 짧지만 깊은 울림이 있다는 것이다. 자신의 삶을 ‘천형’이 아닌 ‘천혜’로 고백하는 글에서, 구족화가의 새해 소망을 인용한 글에서, 집을 턴 도둑을 잡고 나서 안타까워하신 어머니의 탄식에서, 우리는 우리의 삶을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작지만 소중한 깨달음을 얻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에 담긴 글 하나하나의 울림이 책을 덮고 난 뒤에도 긴 여운으로 마음에 남는다. 그리고 우리도 역시 고백하게 된다. 우리가 살아온 날들, 살아갈 날들은 모두 기적이라고. 내 삶도, 네 삶도 기적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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